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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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 2020.08.06 14:00
1일 1깡을 아십니까? 싹쓰리는요? 깡에서 싹쓰리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큰 비밀이 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콤플렉스를 다루는 비법이기도 합니다.

오늘, 깡하셨습니까?

1일 3깡, 1일 7깡으로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데뷔하고 말았네요. 무슨 얘긴지 모르시겠나요? 이번에 데뷔한 '싹쓰리' 얘기입니다. 린다G, 비룡, 유두래곤으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부캐'의 연장선인데, 이효리, 비, 유재석씨가 참여하고 있지요. 사실 데뷔라기보다는 프로젝트 그룹에 가깝습니다만,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 그룹이 생겨난 배경을 보면 재밌습니다. 원래는 조롱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깡'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2017년에 비가 발표했다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올해 갑자기 인기가 상승했습니다. 역주행이라든지, 이전에 빛을 보지 못한 음악성 때문이 아닙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왕년의 스타에 대한 조롱으로 인기가 상승했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달려 있는 댓글을 읽어보면 조롱과 해학의 수위가 상당합니다. 1일 1깡은 하루에 한 번 이 ‘깡’ 뮤직비디오 밑에 달린 새로운 댓글을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발하고 재밌는,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댓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을 계속 이끌어서 댓글을 보고, 댓글을 달게 만드는 것이지요. 

[MV] 싹쓰리(SSAK3) - 다시 여기 바닷가(Beach Again) Official MV.
[MV] 싹쓰리(SSAK3) - 다시 여기 바닷가(Beach Again) Official MV.

시대에 뒤쳐진 왕년의 스타?

한참 깡이 다시 뜨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아내가 제게 말하더군요. 깡 밑에 달린 댓글 보는 것은 재밌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슬프다고. 왜 그런지를 물어봤더니, ‘우리 시대’가 확실히 밀려난 느낌이라고. 마치 아주 친하지 않고 사이도 좋지 않은 동생이지만 남한테 욕먹고 오니 기분 좋지 않은 그런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 당시에는 깡 뮤직비디오를 보고 ‘비가 비 했네(비가 비다운 행동을 했네). 이게 웃기는 일인가?’ 했거든요. 제가 볼 때는 비는 여전히 멋진 몸매에, 무릎을 움직이지 않고 팔로만 기어가는 고난이도 춤도 추었으며, 여전히 마이클 잭슨이 추던 춤도 잘 소화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볼 때는 큰 문제가 없는 춤이 남이 볼 때는 완전 시류에 맞지 않는, 비웃음을 살 만한, 조롱을 받을 만한 춤이 된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왜 저와 제 아내가 깡을 보면서 마냥 기분 좋게 웃지만은 못했는지가 이해됐습니다. 비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저와 제 아내 시대의 아이콘, 누가 봐도 멋지던 그 양반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 마친 나와 내 시대 자체가 완전히 시류에서 밀려난 기분이 들었나 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나봅니다. 

화려한 조명이 그를 다시 감싸게 되기까지

그러던 도중 굉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비를 초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면으로 ‘깡’에 대해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바로 앞에 두고 시무 20조라고 하여, 비가 늘상 했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버릇들에 대해서 하나 하나 이야기하며 이를 하지 말도록 얘기합니다. 눈 앞에 당사자를 두고 직설적으로 이를 다룬 것이지요. 정말 재밌는 일은 이때부터 일어납니다. 비는 자신이 깡으로 놀림을 받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습니다. 개의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일 1깡이 무어냐, 1일 3깡, 아니 7깡 정도는 해야 한다며, 오히려 자신의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마음껏 오픈하고 갖고 놀기를 부탁합니다.

이 때부터 '깡' 뮤직비디오 밑의 댓글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조롱의 댓글은 ‘멋있다’, ‘대인배다’부터 시작하여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까지 비를 찬양하는 댓글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이후로 이효리, 유재석과 함께 ‘싹쓰리’를 결성하는 과정이 TV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고 급기야는 새우’깡’ 광고도 찍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비는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콤플렉스는 숨기려고 해서 복잡해집니다

콤플렉스complex는 흔히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외모, 성격, 경제력, 가족, 직업, 과거 경험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 콤플렉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각할 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 남이 몰랐으면 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콤플렉스의 정의를 쓰면서 괄호에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콤플렉스는 다른 사람이 볼 때도 치명적이거나 싫은 것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최소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정도’는 아닐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콤플렉스는 내가 숨기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고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알아차리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일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숨기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입니다. 참으로 복잡하지요. 그래서 'complex'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콤플렉스, 수용하여 극복하기

이렇게 숨기고 싶고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그렇지만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콤플렉스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가장 간단하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오픈하는 것입니다. 콤플렉스를 드러내게 되면,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게 됩니다. 복잡한 과정을 통해 숨기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 버리면 더 이상 복잡해질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콤플렉스를 ‘수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나에게 그런 부분이 있음을,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미웠을 때가 있음을, 그렇지만 그것도 이제 내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즉 그것이 나한테 있을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나의 콤플렉스를 숨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숨기는 것에 들어가는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남들이 나의 작은 공간에 있는 콤플렉스를 발견하더라도 ‘응, 그래. 나 그거 있어’라고 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있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남이 발견해도 크게 가슴 아프지는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얼굴 붉어지는 게 너무도 싫었던

얼굴이 자주 빨개지는 것이 콤플렉스인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사회적 맥락과 상관없이 붉어지는 얼굴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의 붉어지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두껍게 화장을 하고 다녔습니다. 여름에도 옷을 두껍게 입는 편이었습니다. 남들이 얼굴이 붉어졌다고 말을 하면 ‘더워서 그런가 봐’라고 얘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니까 더더욱 자주 붉어지고 땀이 납니다.

남들이 자신이 붉어진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세상이 무너진 듯 우울해집니다. 자신을 굉장히 부적절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남들이 볼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를 가리려 화장을 더욱 짙게 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사회적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문제는 화장을 너무 짙게 하게 되니 이것이 오히려 부적절해 보일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마저도 피하게 되니 사람들과 관계도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결과를 이 분은 ‘자신이 얼굴이 자주 붉어져서 남들이 싫어하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게 되고, 이로 인해 더 사회적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괜찮아요, 받아들여도 문제 없어요

이 분과 상담할 때 제가 처음에 시작한 것은 ‘내가 나의 증상에 집중해 있어서 크게 느껴지는 것이지 실제로는 내가 생각하는 정도로는 얼굴이 붉어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했던 것입니다(인지행동치료에서 활용하는 비디오 피드백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제로 얼굴이 붉어 보이는지’, ‘얼만큼 붉어 보이는지’, ‘그 모습이 어때 보이는지’를 물어보게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얼굴이 붉어졌다 느끼는 순간에도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나는 10점 만점에 9, 10점 정도로 붉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2, 3점 정도만 붉어졌다고 느끼는 일도 많았고, 심지어 나는 붉어졌다고 느끼지 못한 순간에도 약간 붉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얼굴이 붉어졌으니 붉어졌다고 말한 것이지 그게 특별히 나빠 보이거나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라는 얘기도 듣게 됩니다(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한 것인데 왜 홍시 맛이 나냐고 물어보신다면…).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 얼굴 붉어짐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조금씩 커지게 되고,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약간은 붉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나중에 누가 지나가듯이 "ㅇㅇ씨 얼굴이 좀 붉어졌네?" 라고 하면, "네. 원래 좀 그런 편이에요"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장도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 모임도 더 이상 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지내게 된 것도 물론입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남들은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증상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게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더 이상 이전만큼 복잡하게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더욱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더 편해집니다. 

깡이 있었기에 비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비에게 깡은 콤플렉스 정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었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남들에게 화자되기를 원하지도 않았을 수도 있고, 이대로 슬쩍 잊혀지기를 바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비는 오히려 자신의 이런 부분을 완벽히 오픈하고 더 드러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바뀌었고(노래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팬들은 더 늘었고(깡팸들이 있지요),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냈지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약점으로 생각하던 것을 그냥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의 마지막 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깡이 있었기에 비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습니다(심지어 이 부분은 비가 부르는 파트군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들을 때 울컥했다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mind

안정광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 D.
충북대 심리학과 조교수로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공인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이다.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를 취득하였고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암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하였으며, 고려대 사회불안장애 상담센터, KU 마음건강연구소에서 인지행동치료를 해 왔다. 인지행동치료 효과 비교 연구, 심상을 활용한 치료 기법 연구 및 치료 기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역서로 ‘정서도식치료매뉴얼: 심리치료에서의 정서조절(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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