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큼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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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
  • 2019.07.10 13:05
우리는 때로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을 행동으로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에 발표된 최근 연구는 이러한 불일치를 가져오는 한 가지 요인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지적한다.

태도는 행동을 예측하는가?’는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를 알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만큼이나 태도가 행동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다는 증거 또한 많다.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가 환경실천 문제일 것이다. 2016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7.1%가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나, 환경실천여부에 있어서는 쓰레기분리수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실천행동 항목에서 지난 한 달 간 행동을 수행한 응답자의 비율이 15~54% 수준에 머물렀다. 왜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한 높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의식은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가? 최근 환경심리학자들은 환경의식과 환경실천 간의 불일치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요인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의 배경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에 발표된 길포드L. Gifford 등의 연구(2018)에 의하면 이러한 원인으로 학습된 무기력 을 지목한다. 학습된 무기력은 삶의 결과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생기는 심리적 상태이다. 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거나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는 데 있어 자신의 행동적 노력이 무용하다고 여겨질 때, 실제로는 노력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저자는 이러한 무기력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에서도 나타난다고 봤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정부가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개인의 환경실천 행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인식은 개인 차원에서 환경실천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학습된 무기력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환경실천 행동을 적게 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특히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을 때조차, 성향적으로 높은 무기력감은 그들의 높은 환경의식이 실천행동을 동기화 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세 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세 개의 실험은 다른 대부분의 측정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환경실천 행동 측정만을 다르게하여 다양한 행동 측정치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지난 한달 간 환경실천행동에 대한 자기보고식 측정, 환경보호 프로젝트지지 행동 의도 측정, 환경 단체에 대한 기부 및 단체 가입과 같은 실제적 행동여부 등이 포함되었다.

발견한 사실들

실험 결과는 연구자의 가설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세 개의 실험에서 모두 환경의식이 환경실천 행동을 예측하는 효과는 학습된 무기력의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유효했다. 반면 학습된 무기력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환경의식이 높다고 해서 더 많은 환경실천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즉 학습된 무기력은 환경에 대한 의식수준이 실천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절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한달 간의 환경실천 행동보고, 환경개선 프로젝트에 대한 기부, 환경보호를 위한 학교 내 단체 가입 등 다른 행동측정 지표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환경에 대한 의식과 실천행동에서 학습된 무기력의 조절효과
환경에 대한 의식과 실천행동에서 학습된 무기력의 조절효과

 

시사하는 점들

본 연구의 결과는 환경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개인적 실천을 촉진하고자 노력하는 정책 입안자와 활동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공공캠페인 영역에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을 촉진하는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의식제고가 실제적인 행동증진 효과를 가지려면, 그 대상을 무기력 수준이 낮은 개인들로 제한하거나, 문제 예방 및 해결에 대한 무기력감 수준을 낮추는 또 다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실질적 함의의 차원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본 연구에서 학습된 무기력을 개인적 성향 변인으로만 측정했다는 점이다. 향후 환경문제의 예방과 해결에 대한 무기력감을 야기하는 구체적인 인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나아가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경에 대한 높은 의식수준이 그 자체로 행동을 추동하지 못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인들에 대한 검증 역시 필요하다.

 

<소개논문>

Landry, N., Gifford, R., Milfont, T. L., Weeks, A., & Arnocky, S. (2018). Learned helplessness moder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environmental concern and behavior.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55, 18-22.

 

안혜정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 사회및문화심리 Ph.D.
옳고 그름의 당위적 지식보다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는 심리학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다양성과 사회혁신에 관련된 주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특히 다양성과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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