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연락 문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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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연락 문제'에 관하여
  • 2020.08.31 09:10
'왜 답장 안 했어?' '그만 좀 해. 숨 막혀!' 20대 연인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서로의 연락 패턴이 달라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연락 갈등에 대해 심리학 연구들은 어떤 해법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왜 연락 안해?" "..."

대학에서 남녀의 심리에 관한 교양 과목을 운영할 때면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주제가 있다. 바로 ‘연인 간에 갈등이 생기는 원인에 무엇이 있는가’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 친구들의 경험, 친구의 친구가 아는 사람의 경험 등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수많은 연인 간 갈등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문제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20대들이 연인과의 '연락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락 문제… 말 그대로 연인 간에 ‘연락’과 관련하여 생기는 갈등과 연인 관계의 문제들이다. 애인에게 연락을 조금 더 자주 해 달라고 부탁해도 내 성에 찰 만큼 연락을 자주 해 주지 않거나, 또는 내가 먼저 연락했을 때 애인이 제때 답변을 해 주지 않아서 답답하고 좌절하는 경우.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로 내가 할 수 있는/하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은, 과도한 연락을 애인이 요구해서 버거워 하고 숨이 막히는 경우. 양 쪽 모두 연락 문제에 해당된다.

Johannes Vermeer  (1632–1675) , Woman reading a letter.
Johannes Vermeer (1632–1675) , Woman reading a letter.

연락의 양과 사랑의 크기는 비례하는가?

나도 한때 연애를 했던 사람이기에 연락 문제가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연애 하던 시절, 나는 연락을 더 많이 요구하던 쪽이었기에, 상대방이 연락을 더 자주 해 주지 않는 것 때문에 불안하고 답답하고 외롭고 혼자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지지고 볶고 했던 아주 아련한 옛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연락 문제 같은 것으로 맘고생 시키지 않았던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삶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통찰력 있는 이야기와 설득력 있는 생각들을 전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은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에서도 연인들의 연락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연락의 양과 사랑의 크기가 비례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문제에 대한 오마르의 결론이 궁금하다면 직접 그의 채널에서 들어볼 것을 권한다. 유튜버 오마르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들려준다.

연락 패턴의 유사성은 연애 만족도를 높인다.

이번에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연락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연락 문제로 고민하는 연인들은 ‘나와 연인 간에 연락 패턴이 비슷하다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내가 전화를 자주 하거나 카톡을 자주 보내는 사람이라면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연락 빈도를 가진 사람일 때 연인 간에 서로 부딪칠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내가 너무 잦은 연락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내 연인도 자주 연락하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연락 때문에 숨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심리학 연구에 의해서도 지지된다.

미국에서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연애 중인 205명을 대상으로 연락과 연인관계 만족도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다Ohadi et al., 2018. 그 결과, 연인과 자신이 문자 보내는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연인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성별, 연애 기간 등에 상관없이 말이다. 특히 먼저 문자를 보내고 먼저 안부를 묻는 빈도가 자신과 연인 간에 서로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자신의 연애에 대해 더 만족하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인과의 카톡 빈도를 생각하면 쉽게 공감이 된다. 항상 나만 애인에게 카톡을 하는 것 같고, 내가 열 번 연락할 때 애인에게서 한 번 정도 답이 온다면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또, 카톡을 주고받는 빈도 자체는 비슷하지만 거의 항상 먼저 카톡을 보내고 먼저 안부를 묻는 사람은 나라고 느껴진다면 어떨까?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면 애인이 나에게 연락하는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상황. ‘왜 항상 나만 먼저 연락하지?’ 라고 느낀다면 매우 불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불안하기까지 한 연애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이미 경험을 통해 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심리학자들은 때로 이렇게 당연한 것을 진짜 당연한지 확인해 보는 연구들도 한다.

아니다, 어쨌건 연락을 자주 할수록 좋다.

그런데 연락 문제에 있어서 연락 빈도와 연락 패턴이 비슷한 사람끼리 연애를 하면 반드시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게 될까? 그렇지만은 않다. 280명의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심리학 연구에서는 문자, 전화, SNS, 이메일, 직접 만나서 하는 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인 간에 의사소통을 많이 할수록 관계 만족도가 높고, 서로 더 친밀하고 지지해주는 관계가 형성됨을 보여주었다Morey et al., 2013. 그 중, 문자와 전화를 통한 연락의 빈도도 매우 중요했다. 즉,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을 자주 하는 연인들의 관계 만족이 더 높다는 의미이다. 아무래도 연락을 하면서 애인과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연인과의 친밀함을 쌓을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거다.

그러나 이 또한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차를 고려해서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했는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복잡한 상호작용 효과들이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카톡을 자주 할수록 관계 만족도가 높아지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애인에게 SNS로 연락을 자주 할수록 애인과의 친밀감이 높아지는 사람들이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이메일을 자주 보낼수록 관계 갈등이 심해지는 사람들이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최고의 해법은 서로 맞춰 가는 것!

결국 다시 당연한 결론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든 연인 관계에서 무조건 적용되는 “연애의 왕도”가 존재하기엔 사람들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아무래도 연락을 안 하는 것보다는 자주 하는 것이 서로 친밀감을 쌓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나, “그러니 너희들 연애할 때 무조건 연락을 많이 해야 돼!” 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개인마다, 커플마다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시 연인 간에 서로 배려하며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내가 상대방에 비해 너무 연락을 먼저 안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반대로 상대방에 비해 내가 너무 연락을 많이 해서 상대를 버겁게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며 상대방이 편안한 수준에 조금 더 맞추려 노력해 보는 것이다. 연락 패턴이 원래 비슷한 커플이라면 다행이다. 만약 기본적인 연락 패턴이 서로 다르다면 이렇게 서로를 배려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려고 노력해 보자. 연락 문제가 ‘진짜 문제’가 되지 않도록. mind

    <참고문헌>

  • Morey, J. N., Gentzler, A. L., Creasy, B., Oberhauser, A. M., & Westerman, D. (2013). Young adults’ use of communication technology within their romantic relationships and associations with attachment styl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9, 1771-1778.
  • Ohadi, J., Brown, B., Trub, L., & Rosenthal, L. (2018). I just text to say I love you: Partner similarity in texting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78, 126-132.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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