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사람의 명성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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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사람의 명성이 불편하다
  • 2020.09.01 16:00
가끔 사람들은 누군가를 너무나 '좋은 분'이라며 멘토로 추켜세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가 일순간 무너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다. 너무나 깨지기 대중의 인기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본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바보짓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어리석은 행위들 중 하나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찾아 읽는 게 아닐까 싶다. 그 글을 통해 내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으나 대부분의 결말은 마음이 상해서 아무 일도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오늘도 나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담은 게시물을 내 의지도 아닌 타인의 친절(?)로 확인하게 되었다. 정말로 이런 친절은 사양이다. 나에게 모르고 살 권리를 달라.

이런 봉변을 당하고 나면 하게 되는 다음 행위는 내가 아는 주변 교수님들이나 심리학자들의 평을 찾아보는 것이다. 더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은 대중의 판단과 나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 속에서 젊은이의 멘토로 칭송받는 분들 다수는 찬사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간적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 분들이 나쁜 분들이란 뜻이 아니라 가까이서 지내보고 함께 일을 해보면 평균보다 그다지 나을 것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것이다. 더구나 그 중 일부는 심각한 언행불일치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큰 심리적,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Norman Rockwell (1894-1978), “Triple Self-Portrait”, 1959. Oil on canvas, 44 1/2″ x 34 1/3″. Cover illustration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February 13, 1960.
Norman Rockwell (1894-1978), “Triple Self-Portrait”, 1959. Oil on canvas, 44 1/2″ x 34 1/3″. Cover illustration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February 13, 1960.

더 기막힌 부분은 게시판 여론에서 가까이하면 큰일 날 기피대상으로 찍혀 있는 분들 중 나의 지인들이 발견될 때이다. 정말 문제가 있는 분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누구보다도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다. 껍데기 뿐인 학교에 실험 장비를 들여 놓고, 학생들의 학비와 용돈을 마련하고, 이들의 해외학술대회 참가까지 지원하기 위해 밤잠을 아끼며 연구와 자금 마련에 열심이신 분들이다. 이 분들이 근거도 불확실한 루머를 통해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일과 인간 본성에 대한 환멸이 들 정도다.

대체 동일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를 준비하자니 다시 이 주제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인가?

외집단에 대한 동경과 이상화

한 개인에게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내가 아닌 나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 즉 외집단 중 일부 집단을 ‘이상화’하려는 인간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가까이서 접해본 적이 없는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다양한 고정관념을 가진다. 많은 경우 부정적 편견을 가지지만 일부 집단에 대해서는 과할 정도의 ‘이상화’를 하기도 한다. 연예인에 대한 이상화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인종차별이 한창이던 시대 미국 흑인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백인 어린이들이 자신과는 매우 다른 긍정적 속성들을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성장했다고 한다Clark & Clark, 1950. 이와는 좀 다른 조건이지만 노인집단들은 모든 삶의 아름답고 좋은 것들은 젊은 사람들에게만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기도 한다Levy, Slade & Lampert, 2019.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은 건강한 자아 형성에 악영향을 주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Clark et al., 1950; Levy et al., 2019. 나라는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과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강한 팬덤을 보유한 인물들 특히 연예인들은 주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대중이 이들을 신비한 외집단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항상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외집단으로 간주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니 이런 사람에 대한 이상화도 발생할 리 없다. 함께 일하는 상사나 동료들이 외집단으로 간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상화를 통해 현실에서의 타인 모습을 왜곡시킨다. 출처) http://www.cartoonstock.com
이상화를 통해 현실에서의 타인 모습을 왜곡시킨다. 출처) http://www.cartoonstock.com

막연한 이상화는 독

외집단에 대한 이상화는 그럼 나쁜 일일까? 분명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특정 집단을 이상화하는 과정은 불행히도 그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란 생각을 고착시킨다. 연예인과 내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야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이상화하거나 대학원생들이 학계 교수님들을 이상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이이 아니다. 이상화된 외집단은 어차피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져서 그 자리에 오르려는 성장 동기를 좌절시키기 때문이다.

나쁜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외집단 이상화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잘 모르는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고전적인 심리학이론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바로 귀인편향attributional bias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원인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편견을 의미하는 귀인편향은 한마디로 발생한 사건의 원인을 무엇에 돌리느냐는 의미이다. 

통상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벌어진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상황의 탓을 많이 하는 반면, 타인에게 벌어진 안 좋은 일은 그 사람의 특성으로 몰아간다. 내가 성적을 망친 것은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상대방이 나쁜 성적을 받은 것은 성실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 이라고 보는 것이다. 앞서서 설명했듯이 대중은 대다수의 심리학자나 사회의 리더들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따라서 습득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의 ‘특성’을 유추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외적으로 힐링과 치유의 메세지를 전하는 분이라면 대중은 그 분의 성격이 따뜻하고 타인을 잘 배려할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질환과 그에 대한 연구결과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중이 차갑고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당신의 마음 속 절대 선과 절대 악

결국 절대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나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의 편견이자 착각일 뿐이다. 아주 극단적인 수준에서 성자와 싸이코패스를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사람을 평생 만날 기회가 과연 있을까? 따라서 누군가를 충분한 경험 없이 ‘좋은’ 사람으로 이상화하는 것은 그리 건강한 심리상태라 볼 수는 없다. 그건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환상을 본 것에 가깝다. ‘판타지’는 한 개인의 주관적 심리세계에만 의미가 있을 뿐 결코 현실이 아니다Powell, 1991. 하지만 인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기 판타지에 근거해서 바라본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도 너무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자기 마음속 판다지를 충족시킨다Kelly, 1955. 결국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너무나 강렬하게 호감을 가지는 그 사람은 내 환상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좋은’ 사람의 모습을 그 사람을 통해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세상에 ‘절대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유난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발달과업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Klein, 1946.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 이 두 특성은 인간 모두 안에서 공존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 중 상황과 관계에 따라 내 눈에 좋게 보이는 모습과 나쁘게 보이는 모습을 보게 될 뿐이다. 그래서 지내보니 너무나 끔찍하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의 진면목을 주변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나와 관계가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나 악마같이 보이는 지도교수님도 학회의 워크샵 같은 곳에서 청중으로 만났다면 너무나 좋은 분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인간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어 인간관계에서 만성적인 배신감과 공허감을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이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Kernberg, Yeomans, Clarkin, & Levy, 2008. 이는 치료를 받아야 할 문제이지 내가 운이 없어 나쁜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니다.

선과악은 우리에게 공존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debatingday.com
선과악은 우리에게 공존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debatingday.com

현명한 해결책: 관계를 관리하는 것

심리치료에서는 이중관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가족이 가족을, 지도교수가 학생을 치료하는 것이 치료관계 형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리는 사회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장의 친구와 취미를 같이 하는 친구, 추억을 같이 하는 친구는 따로 있을수록 좋다. 인생 어떤 기쁨과 슬픔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를 정리해고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도 끔찍하지 않은가? 인간에겐 선과 악의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힐링 강연과 교양서에서 사랑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분이 얼마든지 현실세계에서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학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몇몇 인기 정치인과 국민 멘토들의 몰락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그들도 그냥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이다. 어쩌면 그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그들을 불행의 길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시계의 가치는 내가 결정한다

시계를 수집하는 것은 비슷한 일과가 반복되는 내 삶에 소소한 즐거움이다. 각각 다른 개성과 쓰임새를 가진 모델들을 찾아 공부하고 구해보는 과정이 삶의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계관련 정보를 찾다보면 흔히 계급도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슨 롤랙스는 오메가보다 한수 위지만 오데마피게는 그 위에 있다는 둥. 특정 브랜드는 쓰레기니 절대 사면 안 된다는 식의 브랜드 피라미드가 소위 시계 리뷰 전문가란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계급도 전파에 전혀 흥미가 없다. 그건 순위와 비교를 좋아하는 우리들의 고약한 심리가 만들어낸 부산물일 뿐이다. 한 개의 샘플을 구해서 써보기도 힘든 브랜드의 시계 품질을 무슨 수로 비교한단 말인가? 그 잘난 척 하는 리뷰어들 조차 고작 명품 브랜드의 한 두개 모델씩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단일사례로 일반화를 할 수 있다고? 이것처럼 비과학적인 사고가 없다. 모든 시계에는 각각의 장점과 아쉬운 점이 존재할 뿐이다. 사야할 ‘좋은’ 시계와 절대 사면 안 되는 ‘나쁜’ 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무척 신뢰하고 좋아하는 브랜드는 스와치 그룹에서 상당히 저가(그래도 백만원이 넘는 시계도 즐비하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인 티쏘Tissot이다. 과시하기 좋아하는 일부 리뷰어들은 이걸 대학 입학 전까지나 차고 다니는 학생용품 정도로 매도하지만 이 브랜드는 무려 1853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브랜드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준수한 디자인에 강한 내구성과 방수성능을 자랑하고 심지어 고급스런 품격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심리학 전공자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도 여러 모델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이 브랜드에 대한 나만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었다. 나에게 티쏘는 풍문으로만 듣고 있는 외집단의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잘 알고 있는 ‘내집단’의 브랜드인 것이다. 티쏘와의 오랜 인연 속에도 나는 이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여전히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것 만으로도 티쏘는 내 인생의 명품이다. 왜 우리는 남의 말만 듣고 체험도 해보지 못한 고가 시계를 사기 위해 1년치 연봉을 투척한단 말인가? 근거 없이 고가브랜드에 대한 이상화에 빠져 있으면 내가 가진 소중한 시계들이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큰 돈을 들여 명품을 사도 시간이 지나면 수많은 아쉬운 점이 나타난다. 좋은 측면과 아쉬운 측면은 모든 제품에 공존하는 것이다.

최근 매입한 티쏘 꾸뜨리에 크로노그래프 쿼츠모델. 티쏘의 크로노그래프 모델 중 가장 우아한 라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티쏘 특유의 실용성과 스포츠성도 공존한다.
최근 매입한 티쏘 꾸뜨리에 크로노그래프 쿼츠모델. 티쏘의 크로노그래프 모델 중 가장 우아한 라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티쏘 특유의 실용성과 스포츠성도 공존한다.

너무 쉽게 누군가를 추종하다가 분노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 과도한 기대로 실망을 경험했다면 상당 부분은 자신의 책임도 존재함을 인정하자. 그리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부정적인 평을 남에게 함부로 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경험과학을 하는 자랑스런 심리학자 아니던가. mind

<참고문헌>

  • Clark, K. B., & Clark, M. P. (1950). Emotional factors in racial identification and preference in Negro children. Journal of Negro Education, 19, 341–350.
  • Klein, M. (1946) Notes on some schizoid mechanisms. In Envy and Gratitude (publ. 1975) L.ondon: Hogarth Press.
  • Kelly, G. A. (1955) The Psychology of Personal Constructs. New York: Norton.
  • Kernberg, O. F., Yeomans, F. E., Clarkin, J. F., & Levy, K. N. (2008). Transference focused psychotherapy: Overview and update.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analysis, 89(3), 601-620.
  • Levy, B. R., Slade, M. D., & Lampert, R. (2019). Idealization of youthfulness predicts worse recovery among older individuals. Psychology and Aging, 34(2), 202-207.
  • Powell, A. S. (1991). The idealisation of therapy: Fantasy versus reality in clinical practic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59(6), 850-856.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덕성여대 심리학과 부교수이자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학은 반드시 생물-심리-사회적 접근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기에 언젠가는 심리학이란 이름보다 더 발전적인 개명이 필요하다고 믿는 심리학자. 상담센터와 정신과병원을 거쳐 대학에 와있는 이분야 진로탐험의 교과서적인 인물이나 진로상담보다는 괴팍한 연구자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람. 기분장애와 B군 성격장애가 주요연구관심분야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떤 곳에서든 최선을 다할 멀티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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