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위한 심리학 2: 결핍동기 vs. 성장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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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위한 심리학 2: 결핍동기 vs. 성장동기
  • 2020.09.09 12:00
일이란 단순히 결핍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의미를 느끼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통로이다. 조직이 구성원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려고 하기 보다는 성장의 욕구를 활성화 시키고자 할 때 그 조직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매슬로의 5단계 욕구이론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형과 함께 제시되는 이 이론은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숨 막힘, 목마름, 배고픔 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의 충족을 가장 우선시하고, 그 뒤를 이어 안전, 소속, 존경,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은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이론으로 동기에 관한 이론이기도 하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1943년에 발표된 이후 심리학은 물론 경영학, 교육학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 이론의 위대함은 자기실현이 욕망이 아니라 욕구라는 것을 명시했다는 데 있다.

왜 욕망이 아니라 욕구이론인가?

국내에서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종종 욕망이론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욕구와 욕망은 비슷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욕구need란 우리의 삶에 정말로 필요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반면 욕망desire이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자 하는 것은 욕구이지만, 외국에서 생산되는 특정 브랜드의 물만 마시고자 하는 것은 욕망이다. 마찬가지로 시계를 차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남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욕구란 사람이 사람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욕구의 충족은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반면 욕망은 다른 사람과의 관련성 속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욕망의 속성 때문에 욕망은 좀처럼 만족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 한 잔을 마셔서 갈증이 해소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물을 두 잔 마시는 것에 대해 전혀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갈증이 없는 상태 그 자체로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동창회에 나가 새로 산 2백만 원짜리 시계를 뽐내고 싶었던 사람의 욕망은 친구들의 ‘멋지다’는 말에 만족감으로 이어지는 듯하지만, 그 만족감은 5백만 원짜리시계를 찬 친구가 나타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매슬로의 이론은 욕망이 아니라 욕구에 대한 이론이다. 매슬로는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자기실현이 욕망이 아니라 욕구라는 점이다. 자기실현은 경제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욕망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마땅한 목표이고, 조직 내에서의 일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결핍동기 vs. 성장동기

매슬로에 따르면,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결핍동기는 말 그대로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을 때 이를 채우고자 하는 동기로,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서 작동한다. 결핍동기의 주된 특징은 결핍된 것이 채워지면 작동을 멈춘다는 것이다. 만약 결핍이 채워져도 결핍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게 되면 정신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해서 해치려 한다는 편집증을 보인다.

반면 성장동기는 욕구 피라미드의 상단부에서 작동하는 동기로 자신에게 있는 잠재성을 발휘해 자기실현하도록 사람을 움직인다. 여기서 자기실현이라는 개념 자체에 크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결핍동기와 대비되는 성장동기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성에 있다. 부족한 것이 채워지면 멈추는 결핍동기와 달리 성장동기는 자신을 계속해서 성장시키고자 한다.

조직 내에서의 결핍동기와 성장동기

사람들이 직장에 나가는 기본적인 이유는 결핍동기 때문이다. 우리는 먹어야 하고, 살 집도 구해야 하고, 자식도 키워야 하고,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살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결핍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눈부신 경제적 성장 덕분에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대부분은 하위 욕구의 충족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태이고, 그래서 결핍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일하지 않는다. 이제 일이란 단순히 결핍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고 의미를 느끼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통로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따라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부서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HRD 부서는 조직 내에서 맡은 업무를 잘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즉 결핍되어 있는 능력을 교육시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무언가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기에 이러저러한 능력 혹은 지식이 부족하니 배우라는 메시지는 결핍동기를 활성화한다. 이 경우 맡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배움은 멈춘다. 하지만, 조직이 기꺼이 도와줄 테니 배우고 싶은 내용을 배우라는 메시지는 성장동기를 활성화한다. HRD 부서의 메시지는 후자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20년 출범한 SK대학은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부터 SK 구성원은 매년 근무시간의 10%에 해당하는 200시간을 이용해 SK대학에서 제공하는 과목 중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 자신이 성장하고 싶은 방향으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조직마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겠지만, HRD 담당자는 자신의 조직 내에서 구성원의 결핍동기가 아니라 성장동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장동기를 통해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와 힘찬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때 조직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nd

※ 본 칼럼은 인재육성 전문지인 『월간HRD』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박선웅 교수는 사회 및 성격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나르시시즘 연구로 노스이스턴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고려대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한국인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개인적 정체성, 그리고 이 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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