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에 관심있는 고딩들에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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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에 관심있는 고딩들에게(1)
  • 2020.09.10 16:55
대학을 가야 한다. 무슨 과로 갈까. 심리학과? 심리학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거기 나오면 뭐하지? 이런 생각들로 고민하고 서성이는 고딩들에게 심리학과 교수로서 몇 마디 전한다.

심리학의 위치는 어디쯤?

뭐든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 자신들의 위치 파악은 각자에게 맡긴다. 그렇다면 심리학의 위치는 어디쯤 일까? 심리학과가 대부분 인문계열의 사회과학대학에 속해 있다는 것이 심리학의 학문적 특징을 전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심리학이라는 말을 넘어서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분명 심리학은 과학이다. 과학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과학(문학 등 연성과학soft science)에서부터 딱딱한 과학(물리학 등 경성과학hard science)으로 까지 줄을 세운다면 심리학은 그 둘의 중간 어디쯤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심리학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과학의 차원에 근거한 심리학의 위치 파악이 전부가 아니다. 심리학의 전공은 많고 그 스펙트럼은 넓다. 신경과학, 생리심리, 지각심리, 인지심리, 계량심리 등과 같은 딱딱한 과학 쪽에 가까운 전공에서부터 상담심리, 임상심리, 교육심리, 재활심리 등과 같은 부드러운 과학 쪽에 가까운 전공도 있다. 그 중간에는 사회심리, 발달심리, 성격심리, 산업심리, 소비자심리, 공학심리 등 기초연구와 현실을 이어주는 전공도 있다.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심리학이라고 생각했던 세부 영역이 구체적으로는 어디에 속하는지를 가만히 생각하고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심리학이 좋지만 과연 적성에 맞을까 고민이 될 것이다. 적성은 능력의 문제일 것 같지만 취향과 관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적성에 맞다 맞지 않다는 식의 구분에만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다. 심리학의 학문적 특징과 그에 따른 넓은 스펙트럼을 알았다면 당연히 그에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 또한 다양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많이 회자되었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적 인재라는 이상적인 표현이 심리학 공부에 딱이지만 너무 주눅들 필요 없다. 둘 중 하나를 조금만 가지고 있어도 시작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완성도 일단 시작을 해야 가능하니까.

그래도 철학과랑 헷갈려요.

과거에 비해 이런 학생들은 많이 줄었고 그 차이에 대해 더 이상 안물안궁(물어보지 않을 뿐더러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인 것 같지만 소수를 위해 간단히 답해 보겠다. 철학은 가치를 지향하지만 심리학은 상대적으로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철학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삶에 대한 심리학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대신 심리학은 삶이 어떤 지를 기술description하고 왜 그런지 설명explanation한다. 그에 기반하여 예측expectation하고 변화를 위한 시도(통제control))를  하기도 한다. 기억해 두라. 다음 4자 성어(?)를, 기···통. 

선배에게 물어 봤나요?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과연 과거는 미래를 예측할까? 현재가 미래를 조금 더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후자에 손을 들어 준다면 심리학과에 진학한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낫다. 선배들의 현재 모습은 자신의 미래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한 명의 얘기만으로 불충분하고 되도록 여러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보라. 그런데 이것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경험이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고유성을 넘어 많이 비슷하므로 선배의 경험담에 귀 기울인다면 분명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격증, 한 번쯤 살펴 보세요.

고딩들도 이미 자격증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의 꿈이 공무원이라는 것을 더 이상 탓할 수 없듯이 고딩들이 학과 선택과 관련하여 취업에 도움될 만한 자격증에 관심 가지고 그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오히려 현실을 보려는 그 자세를 칭찬한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이 학과 진학의 주된 목적이 될 경우, 대학에서의 공부와 생활이 모두 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중심으로 돌아가 오히려 자신에게 더 맞을 수 있는 나머지 영역을 간과하게 될 위험이 있다. 어쨌든 심리학 관련 자격증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는 보라.

상담자가 되고 싶은 건지, 상담을 받고 싶은 건지

심리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고딩들의 대다수는 장래에 상담자가 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계기로 그러한 희망을 갖게 되는데 그 중에는 자신이 받았던 심리상담이 좋았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받았던 좋은 것을 타인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기인가. 하지만 지금 확고하게 결정하지 말고 천천히 살펴보자. 자신이 상담을 더 깊게 받고 싶은 것인지 정말로 상담자의 자질이 있어서 자신이 상담자로서 적합한 것인지를 말이다. 상담자가 될 것인지 어떨지는 천천히 정해도 된다. 게다가 상담자가 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심리학에는 상담 외에 다양한 분야가 많으니.

전문상담교사가 되고 싶다면 꼭 오세요.

요즘 인기 있는 전문상담교사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심리학과에 입학하여 교직과목을 이수하면 졸업할 때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 이것이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과정에 진학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길이다. 둘 다 이후에 임용시험이라는 관문이 있는데 이것은 개인의 몫이다. 현실적으로 심리학과에서 교직을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은 많고 T/O는 입학정원의 10% 정도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이 길을 가고자 한다면 꼭 심리학과에 입학하고 1학년때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을 잘 받기 바란다. 교직과목은 2학년때부터 수강하니까.

나온 뒤에 걱정은 들어 온 뒤에 해도 늦지 않아요.

전 세대, 전 국민이 취직 걱정인 시대이다. 이제는 특정 학과 진학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한다. ‘심리학 공부하면 뭐 먹고 살겠냐는 우려의 말을 과거에 많이들 하곤 했다. 그런데 이 말은 참true도 아니지만 요즘 세상에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대학 진학 시 장래의 취업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졸업 후 취직이 반드시 해당 학과와 관련된 분야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심리학과의 경우에는 심리학 관련 취업이나 진학이 많은 편이다. 취직과 취업은 삶의 문제이니 언제나 중요하다. 심리학 또한 삶의 문제를 다루니 심리학 공부는 언제나 도움이 된다.

학과 선택에 있어 꼭 대학서열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부단히 순서를 매긴다. 영국 타임지 대학평가에서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이 1위를 차지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은 독특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학과 선택에 있어 꼭 대학서열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부단히 순서를 매긴다. 영국 타임지 대학평가에서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이 1위를 차지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은 독특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학과 말고 대학이 고민이라고요?

어느 대학 심리학과로 가야 할지가 고민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심리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 중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을 목표로 하면 되겠다. 솔직히 대학에 서열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심리학과의 서열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심리학과는 그 대학에서 대부분 상위권에 랭크 된다. 문제는 심리학과가 있는 대학이 많지 않은 데다가 생각보다 입학정원이 적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OO심리학과도 있다. OO에는 상담, 재활, 아동, 사회 등이 있는데 해당 학과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OO심리학과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mind.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 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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