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 아들의 군대, 내 아들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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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아들의 군대, 내 아들의 군대
  • 2020.09.19 13:05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에 대한 뉴스를 보며 군대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떠올랐다. 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오늘 발표된 장관의 유감 표명 글과 고인이 된지 수년만에 죽은 아들이 순직 처리 되어 기쁘다는 유가족의 소식을 동시에 접하고 이 글을 쓴다.

현직 법무부장관의 아들의 군 문제로 몇 주째 시끄럽다. 군대를 다녀 온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과 군대에 아들을 보내 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까지 모두가 한 마디씩 보탤 수 있는 이슈인데다가 우리 사회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2대 역린, 군대와 교육 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무릎 수술을 받고도 정치인 엄마가 구설에 오를까봐 입대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절절했을 것이다. 여느 부모처럼 입대한 날과 전역한 날, 8주간의 훈련을 마치는 그 날도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은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적이 없다는 현 장관이 SNS에 올린 유감 표명 글. 한 동안 그 분이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정치적 입장에 따른 해석과 논란은 계속 될 것 같다.

뉴스를 보고 있는 동안 군 사망자 유가족 피해 실태 조사연구에 함께 참여한 선생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연구 참여자로 면담을 하신 한 유가족으로부터 아들 사망이 드디어 순직처리를 받았고 이 소식을 연구진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연락을 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이 분은 면담 참여를 한 직후 아들 사망과 관련하여 그 동안 확보한 한 뭉텅이의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셨던 분이다.

우리 연구는 아들 사망과 관련된 어떤 사실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 직후 유가족들이 겪었던 경험들에 대한 연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서류를 보낸 유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어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박하게 설명하고 요청하는 유가족의 마음, 그렇게라도 아들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해 주고 싶은, 뭐라고 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 말이다. 면담에 참여한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신체 건강하게 입대한 군대에서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들의 부모들이다. 또래 청년의 뒤통수만 바라봐도 억장이 무너져 주저앉아 울게 되고, 군대 뉴스만 나와도 그 때 일들이 떠올라 괴롭다는 어머니와 당신 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자식을 군대에 보낸 것이라는 아버지들은 이 뉴스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TV에 신문에 SNS에 온통 군대 얘기인 요즘, 이분들은 어떻게들 지내고 계실까?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어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 표명에 덧붙여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군인과 그 가족들이 이 일로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실까 염려된다는 말을 덧붙일 수는 없었을까?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워딩 하나 하나가 정치적 공방의 빌미가 되는 입장인 사람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내가 지나치게 순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군대의 사망사고는 1997273, 201681, 201775명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886, 201986명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원인별로는 안전사고의 경우에는 차량(개인 승용차 운행) 추락 충격, 익사사고가 다수이며, 군기사고의 경우에는 자살사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군내 자살률의 경우 20~29세 남성을 기준으로 일반 국민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50-60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군에서의 사망은 크게 전사, 순직, 사망(일반사망, 변사, 자살) 등으로 구분하는데, 전사나 순직의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어 사망자의 명예회복 및 유가족 연금 지급을 비롯한 각종 지원이 뒤따른다. 물론 이러한 지원이 고인의 사망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결코 될 수 없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한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 하는 데에 있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책임이 될 것이며, 유가족 입장에서는 고인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회복이라고 간주하고 사별 이후의 애도과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 되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경우 애도는 커녕 국방부와 보훈처를 상대로 길고 긴 싸움을 하는 투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본인과 가족들의 삶은 심리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면담에서 우리는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겪었던 일들에 질문했고 사망조사과정, 영현처리 과정, 사망보상 처리과정, 그리고 사건 이후 변화된 유가족의 삶에 대해서 들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 24명이 부모 참여자였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표현한 것은 힘없고 평범한 부모인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아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무력감, 한탄과 자책이었다. 군대에 데려갈 때는 국가의 아들이고 시신이 되면 내 아들이 된다면서 쏟아내는 국가의 무책임함에 대한 원망이었다.

내가 힘이 있었다면 내 자식은 군대에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좀 더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못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고 또 우셨다. 이 모든 것이 예기치 않은 자식의 죽음을 맞닥뜨린 부모의 사별 반응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간주하기엔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우린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진상 규명과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밤을 새우고 국방부 앞에서 제사상을 차려 놓고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던 분들이다. 국가는 그렇게 해야만 겨우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줬다.

유력 정치인의 신분과 지위를 활용한 그 어떤 특혜도 없었다는 당사자의 설명과 오히려 자기 때문에 안 가도 되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는 장관의 유감 표명을 이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힘 없고 못난 부모를 만난 자식에게 미안해하며 또 다시 가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분의 아들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군복무를 마쳤길 바란다. 설사, 혹시라도, 행여 그렇지 않다고 밝혀진다면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했노라 용기 내어 사죄해야 할 것이다. mind

고선규 mindworks 대표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전문가그룹 마인드웍스 대표이자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임상심리학자이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가 관심 분야이며 자살 사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탐미하며 그 속에서 심리학적 이야기를 관찰하고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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