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위한 심리학 4_성장을 돕는 비옥한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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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위한 심리학 4_성장을 돕는 비옥한 토양
  • 2020.10.05 13:00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한 대부분의 결정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은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에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인가? 그렇다고 믿는다면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발성과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모두 인간관人間觀에서 비롯된다. 구성원에게 얼마만큼의 급여를 줄지, 성과와 보너스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얼마나 자율성을 부여할지 등, HRHuman Resources과 관련된 대부분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에 달려 있다. 본성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이고 게으르다고 믿는 리더라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HR의 핵심이라고 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에 헌신하고, 그 일을 잘 완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고 믿는다면 HR의 임무는 각 구성원이 그러한 능동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두 인간관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에 대한 답을 찾아온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후자이다.

HR이 알아야 할 세 가지 질문과 답변

5단계 욕구이론으로 유명한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H. Maslow 역시 인간은 자기실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보았지만, 그의 이론은 실제 데이터보다는 개인의 통찰에 상당 부분 의지했다. 5단계 욕구이론이 그토록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후속 연구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반면, 자기결정이론을 주창한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차드 라이언Richard Ryan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동적 인간관이 단지 하나의 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증명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임을 밝혔다. 외적보상, 내적동기, 성과, 웰빙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거대이론으로 진화한 자기결정이론을 이 자리에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중 HR과 직결되는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 외적보상은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가?

외적보상의 역사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 것이다. 물개를 손뼉 치게 만들고 고래를 춤추게 만드는 것은 조련사의 사랑이 아니라 배고픔을 사라지게 하는 먹이이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아침마다 일어나 일터로 나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일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외적보상은 분명 사람을 움직이고 일하게 만든다.

하지만 외적보상에는 큰 문제가 있다. 흥미와 호기심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비롯한 행동과학의 수많은 연구들이 이를 입증했다. 애초에 자발적인 흥미로 시작한 일에 금전적 보상을 하면 사람들은 보상이 주어지는 동안에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보상이 멈추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원래 보상이 없어도 하던 일인데, 일단 보상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흥미를 잃고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적보상은 분명 사람을 일하게 하지만, 딱 보상이 주어지는 한도 내에서만 일하게 한다.

두 번째 질문: 외적보상을 통해 유발된 동기는 성과로 이어지는가?

외적보상이 없어지면 일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보상이 있는 동안에는 일을 열심히 하니, 보상을 통해 일을 시키는 것은 나름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외적보상이 동기를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유발된 동기가 항상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외적보상과 성과 간의 관계는 일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듀크대학교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가 진행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외적보상은 아무런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노동의 경우에는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만,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오히려 낮은 성과를 초래한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일은 단순노동이었다. 그래서 외적보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단순노동은 기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것이고, 인간에게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일만 남겨질 것이다. 이러한 일에서 외적보상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세 번째 질문: 성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은 무엇인가?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에게는 근원적인 심리적 욕구 세 가지가 있다. 자율성autonomy은 삶의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자 하는 욕구이고, 관계성relatedness은 다른 사람과 가깝고 안정된 관계를 갖고자 하는 욕구, 유능성competence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내고자 하는 욕구이다. 많은 연구들이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될 때,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세 욕구의 충족이야말로 개인의 성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의 충족은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특히나 자신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새 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Henri Matisse, 'The Dance'(first version),  1909, oil on canvas, 259.7 x 390.1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Henri Matisse, 'The Dance'(first version), 1909, oil on canvas, 259.7 x 390.1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다시 말하지만, 인간관이 중요하다. 조직의 리더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할 때 가장 열정적이고 창의적이 되는가?’ 그럴 리 없다. 분명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추진할 때 생기가 넘칠 것이다. 스스로를 자발성과 능동성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 만큼, 구성원에게도 자발성과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는 동료로 여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채찍을 피하고 당근을 먹기 위해 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는 당나귀가 아니라, 조직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조직이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 될 때 조직 역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mind

※ 본 칼럼은 인재육성 전문지인 『월간HRD』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박선웅 교수는 사회 및 성격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나르시시즘 연구로 노스이스턴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고려대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한국인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개인적 정체성, 그리고 이 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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