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가 대칭인 얼굴이 더 매력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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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가 대칭인 얼굴이 더 매력적일까?
  • 2020.09.28 09:00

박보검과 차은우 중에 더 잘생긴 사람은?” “아이린과 제니 중에 더 매력적인 얼굴은?”

이보다 더 행복하고도 어려운 질문이 있을까?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교실이 거의 절반으로 나뉜다. ‘박보검이지!!’ ‘아니야, 차은우지~~~’ 등의 웅성거림도 끊기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 질문의 결론은 이렇게 될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지!! 그만 싸워~~’

제 눈에 안경얼굴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떠오르는 주장이다. 근거 없는 낭설도 아니다. 시대별로 문화별로 매력적인 얼굴이 매우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 진다. 신윤복의 미인도의 미인은 정말 우리의 눈에도 미인으로 보일까?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서 모두가 모나리자의 아름다움에 탄복하나? 얼굴 매력의 지각은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훈과 박보검. 둘 중에 더 매력적인 얼굴은? 이 질문에 대해서 결정 장애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훈과 박보검. 둘 중에 더 매력적인 얼굴은? 이 질문에 대해서 결정 장애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박보검과 최훈 중에서 더 잘생긴 사람은?’ 이렇게 잔인하고 쉬운 질문이 있을까? 그렇다! 여러분이 생각한 그 답이 정답이다. 간혹 최훈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진,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측은지심이라는 하향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봐야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정말 제 눈에 안경일까?

얼굴 매력에 대한 연구는 전통적으로 얼굴 매력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얼굴 매력 지각에는 개인의 경험이나 문화적 요소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매력 지각은 사회 및 문화 심리학자들의 연구 영역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일부의 연구자들은 매력 지각이 생각보다 개인차가 크지 않는 보편적인 속성이라고 주장하였다. 위에서 최훈박보검의 예에서처럼 특정인의 얼굴 매력 지각에는 개인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박보검차은우의 비교에서처럼 개인차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 ‘박보검차은우는 얼굴 매력 영역에서는 상위 0.000000000001%안에 들어가는 매우 유사한 수준의 넘사벽 매력남들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선호가 차이가 나지만, ‘박보검최훈처럼 큰 수준의 매력 차이가 존재하는 얼굴에서는 개인에 따른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왜 글을 쓰면서 계속 슬퍼지는가 ㅠ ㅠ)

실제 어떤 연구에서는 여러 얼굴들의 매력을 평정하게 했을 때 문화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Perrett et al., 1994. 매우 슬프지만, ‘제 눈의 안경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개인차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매력적인 얼굴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다. 다양한 연구들은 얼굴의 매력 수준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요인들을 제안하였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대칭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좌우 대칭인 얼굴이 매력적인 얼굴이다라는 말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 가보면, 좌우 얼굴을 대칭으로 만들어주는 앱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서도 상당수 인원들이 경험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의 얼굴을 완변하게 좌우 대칭이 되도록 만들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까?

비례와 대칭은 그리스인 가장 중시했던 미학적 원칙이었다. 밀로의 비너스는 어떨가? Alexander of Antioch, Venus of Milo(part), 130~100 BC, Marble, 203 cm, Louvre Museum, Paris. 

좌우 대칭인 얼굴이나 육체가 더 매력적으로 지각된다는 것은 동물 세계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얼굴 매력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동물 이야기가 나오니, 당황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그렇게 낯설고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동물의 뇌나 세포를 연구하는 것 이외에도 동물의 행동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는데, 진화 심리학은 인간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 과정의 결과로 인간의 행동과 마음의 작동 원리가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는데, 이떄 생존을 위한 적응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줄 알지만, 이에 관한 이야기는 차후에 기회가 있을 때 더 하기로 하자.

어째건, 동물 세계에서도 좌우가 대칭인 동물은 이성 동물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동물 세계에서는 공작처럼 수컷이 암컷에 대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좌우 대칭인 수컷이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비의 경우에는 꽁지깃이 대칭인 수컷 제비가 비대칭인 경우보다 교미기에 더 빨리 짝짓기에 성공한다고 한다Moller, 1993. 동물 세계에서 좌우 대칭인 동물의 인기 비결에 대해 진화 심리학자들은 대칭이라는 정보가 건강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동물들이 (좀 더 나아가면 우리 인간들도) 배우자를 택할 때에는 무의식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가진 건강한 동물을 선택하는데,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동물인 경우에는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비의 경우, 둥지에 기생동물이 많이 살아 감염이 되면 꽁지깃이 비대칭이 되는데, 대칭이 꽁지깃은 질병 저항력이 높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에도 대칭의 법칙은 적용되는가? 얼굴 매력에 대해 다수의 연구를 진행한 영국의 페렛David Perrett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확인해 보았다Perrett et al., 1999. 아래 그림에서처럼 컴퓨터를 통해 얼굴의 대칭 정도를 다양하게 조작하였다. 윗쪽에 있는 얼굴이 원래 얼굴이고, 아래쪽에 있는 얼굴이 컴퓨터로 만든 대칭 얼굴이다. , 두 얼굴 중에서 어떤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참가자들은 대칭적인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지각하였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대칭적인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지각했음에도 참가자들은 막상 해당 얼굴이 좌우 대칭이라는 점을 지각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페렛의 실험 자극
페렛의 실험 자극

페렛의 연구에 따르면, 결국 우리 인간도 동물과 유사하게 좌우 대칭인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이 결과에 동의하는가? 아래의 사진을 잠깐 보자. 왼쪽에 있는 얼굴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야구 선수 류현진 선수의 얼굴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얼굴은 조각처럼 좌우 대칭이다.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좌우 대칭인 얼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에 반해, 오른쪽에는 아름다움의 대명사 김태희 배우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태희도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류현진 선수가 김태희 배우보다 한 수 위이다. 그러면, 류현진 선수가 더 매력적이라는 건가....

사실 페렛의 연구 이전에는 비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연구가 많았다. (페렛은 이 결과가 좌우 대칭인 얼굴 자극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대칭인 얼굴이 대칭인 얼굴에 비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Valentine, 1991. 경험적으로도 좌우가 비대칭이어도 넘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얼굴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정말 대칭이라는 요소가 얼굴 매력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매력의 요인들을 접할 때는 ‘All other things being equal’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동일하다면비대칭적인 얼굴보다 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비대칭인 내 얼굴을 대칭적으로 만들면 더 매력적인 얼굴이 될 수 있다. 이는 오늘도 화장을 하면서 최대한 좌우를 비슷하게 만들려는 화장러(?)들의 노력에서도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매력이 있고, 이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있다는 연구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매력이라고 하는 것이, 특히 얼굴 매력이 연구하기에는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매우 주관적으로 보이는 영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하나씩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이 심리학이고 보면, (나를 포함해서) 얼굴 매력에 관심을 갖는 심리학자들이 존재하는 한, 얼굴의 매력이라는 영역에서도 언젠가는 그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PS. 얼굴 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칭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요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참고문헌>

  • Møller, A. P. (1993). Female preference for apparently symmetrical male sexual ornaments in the barn swallow Hirundo rustica.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32(6), 371-376.
  • Perrett, D. I., Burt, D. M., Penton-Voak, I. S., Lee, K. J., Rowland, D. A., & Edwards, R. (1999). Symmetry and human facial attractivenes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0(5), 295-307.
  • Perrett, D. I., May, K. A., & Yoshikawa, S. (1994). Facial shape and judgements of female attractiveness. Nature, 368(6468), 239-242.
  • Valentine, T. (1991). A unified account of the effects of distinctiveness, inversion, and race in face recognition. The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Section A, 43(2), 161-204.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치고, 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Boston University와 Brown University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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