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행복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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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행복해질까요?
  • 2019.07.12 08:00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결혼과 행복의 긍정적 관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연구팀은 종단조사자료를 통해 왜 결혼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지 요인을 분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결혼하면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신혼 때 반짝하고 행복해졌다가 결국은 다시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가버리고 말까요? 심지어는 결혼으로 인해 더 불행해질 수도 있을까요? 최근 한국에는 결혼을 하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불행해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여 혼자 살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결혼과 행복의 긍정적 관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Van Eyck Arnolfini Portrait
반 에이크 Van Eyck,1390~1440. '아르놀피니Arnolfini 부부의 초상화', 1434, 참나무판 유화,  60 × 82.2 cm,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

많은 연구들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결혼한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가능한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원인의 가능성은 원래 더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결혼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매력적입니다. 따라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친구도 많고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죠. 실제로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 전의 행복 기저선이 결혼 안 한 사람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행복은 적응되므로, 결혼과 같은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한 행복 증진의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원상태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죠.

두 번째 가능성은 결혼으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가능성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삶의 동반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약속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장기적인 행복 증진 효과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그로버와 헬리웰Grover & Heliwell, 2019은영국에서 수집된 두 가지 대규모 조사 연구 자료를 사용하여 결혼이 행복 증진에 장기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자료는 약 3만여 명의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BHPSBritish Household Panel Survey 종단 자료와 32만 8천명이 넘는 응답이 담겨있는 UK APSUnited Kingdom Annual Population Survey 횡단 자료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종단 자료인 BHPS를 사용해 결혼 전 개인의 행복 수준을 통제해 봤습니다. 즉, 결혼 전의 행복 수준이 동일하다고 전제하고 결혼 후의 행복 수준을 비교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결혼한 사람들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신혼부부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부부에게서까지, 모든 단계의 부부에서 나타났습니다. 즉, 결혼으로 인해서 장기적으로 행복이 증진된다는 의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들은 UK APS 횡단 자료 분석을 통해, 결혼이 중년기에 겪는 행복 저하에 대한 완충 작용까지 해 준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결혼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모두 일반적으로 중년기에 삶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는 ‘불만족의 시기’를 겪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년의 불만족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고, 결혼한 사람들에게서는 보다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중년기에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여러 내적, 외적 사건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성장한 자녀들의 학비와 양육비 등이 점차 많이 필요하므로 경제적인 부담이 중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직장에서는 승진과 함께 점차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므로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년기가 되어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이로 인한 피로의 증가 등을 경험할 수 있죠.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 때문인지, 중년기에 행복 수준이 가장 많이 하강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노년기가 되면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다시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에 따른 삶의 만족도 곡선을 그려 보면, 중년기로 갈수록 하강하다가 그 이후 다시 상승하는 알파벳 'U 모양'의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한 사람들에게서는 행복의 U곡선 깊이가 덜 깊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행복 수준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점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입니다. 행복으로 인한 심리적 이득은 결혼 직후, 즉 신혼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결혼으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중년이라는 것이죠. 이처럼 중년기에까지도 결혼의 효과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결혼이 행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단기간에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결혼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이유를 ’우정’에서 찾았습니다. 즉 결혼을 함으로써 배우자를 얻는 동시에 좋은 친구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자신의 ‘베프’라고 보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결혼으로 인한 행복 상승 효과가 2배나 크게 나타났답니다. 결혼한 부부는 삶에서 겪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배우자로부터 특별한 사회적 지지를 받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든든하고 평생 가는 ‘베프’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죠.

결혼하면 행복해질 것인지를 묻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배우자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친밀하고 사랑하는 결혼 관계라면 우리를 더 행복해지게 해 줄 것입니다. 소위 ‘꿀 떨어지는’ 신혼 시기부터 함께 해로하며 더욱 돈독하고 친밀해진 노부부가 되도록 말입니다. mind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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