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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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 1
  • 2020.10.19 12:00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 남들과 문제없이 잘 지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 한 이유가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의 조건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물질적 풍요, 사회적 성취와 지위, 건강 등 많은 요인들이 그 후보가 될 수 있겠지만, 행복을 연구하는 여러 심리학자들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꼽고 있다Argyle, 20001). 주변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우리의 행복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우리가 속한 세대나 문화, 성별과는 아무 상관없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 만큼 완전한 존재라면, 우리에게 그들은 불필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의식주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울 뿐더러, 친밀하고 가깝게 지내고 싶은 욕구의 충족은 다른 사람 없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외로움의 해악이 하루에 담배 두 갑 피우는 것보다도 더 크고 수명을 수년이나 줄인다고 하니, 다른 사람과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이 어쩌면 우리 문화에서는 결코 별스러운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을 수없이 들어 왔고, 좀 더 커서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충고를 여기저기서 들으면서 살아온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위 인맥이 없어 겪는 좌절과 부당함을 통해 우리는 관계의 중요성을 자주 체험하지 않는가. 우리만큼 관계를 중시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대인관계의 어려움

그러면 우리는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만큼 실제로 관계를 잘하고 있는가?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큰 갈등이나 문제없이 원만하게 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갈등하며 심지어 폭력으로 이어지는 원인의 상당 부분이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 때문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대인관계는 여전히 미해결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한 신문기사는 직장인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어려움, 도움을 받고 싶은 문제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대인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결코 낮지 않았다. 단일 요인으로는 직상 동료들과의 인간관계 문제가 25% 정도로 가장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업무와 관련된 3개의 요인이 40% 정도였으며 대인관계와 관련된 2개의 요인이 약 35%에 달했다한의신문, 2020. 7. 2. 어째서 그토록 중요하다고 듣고 경험한 대인관계가 그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되었을까?

대인관계, 노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한 공부나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진학과 입사에 필요한 영어 공부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하면서도, 친구와의 갈등에 대한 경험을 계기로 대인관계에 관한 책을 읽고 배우는 수고는 감수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자녀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기는 하면서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잘 하지 않는다.

Wassily Kandinsky  (1866–1944), 'Yellow-Red-Blue', 1925, 	oil on canvas,  128 * 201.5 cm,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France.
Wassily Kandinsky (1866–1944), 'Yellow-Red-Blue', 1925, oil on canvas, 128 * 201.5 cm,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France.

공동체적 동기 vs. 주체적 동기

이처럼 노력하지 않는 하나의 원인을 우리의 동기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은 크게 Big Two라고 하는 공동체적 동기와 주체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Chan et al., 2019. 공동체적 동기는 다른 사람과 가깝고 친밀하게 지내고자 하는 동기이다. 이때 우리가 이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협동적이고, 도덕적이며, 희생적이고, 믿을 만해야 한다. 상대방이 경쟁적이고, 믿을 수 없으며, 나를 이용하려 한다면, 그 사람과 서로 믿고 가깝게 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체적 동기는 역량 있고, 자기 주장적이며, 더 많은 권력과 더 높은 성취를 추구하는 우월 지향적 동기이다. 이때 우리가 이러한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 무능한 사람보다는 유능한 사람이 있을 필요가 있다. 나와 친한 친구나 선후배, 직장 동료가 무능할 때보다는 유능할 때, 내가 역량과 힘을 키우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족해야 할 선행조건으로, 우선 그들이 도덕적이고 협동적이며 믿을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서 능력만 있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보다도 나의 주체적 동기를 더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역량과 같은 주체적 특성보다 도덕성과 신뢰와 같은 공동체적 특성을 훨씬 더 중시한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을 기술하도록 했을 때, 사람들이 기술한 내용의 53%가 공동체적 특성과 관련된 것인 반면, 약 29%만이 역량과 관련된 것이었다Wojciszke et al., 1998.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인상을 형성할 때, 그 방향(좋은 혹은 나쁜)을 결정하는 요인은 공동체적 특성이다. 주체적 특성은 단지 그 강도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자신을 보는 방식의 문제

그러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보는가?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타인을 보는 방식과 정반대 방식으로 자신을 본다Wojciszke & Abele, 2019.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할 때 남들과 잘 지내는 데 필요한 협동이나 도덕성, 친절, 신뢰와 같은 특성보다는 역량과 성취, 자기주장과 같은 주체적 특성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적 자질보다는 자기의 주체성만 키우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에게는 협동과 배려를 요구하면서 자신은 우월과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필요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서로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상대방 탓으로 돌린다. 왜냐하면 그 원인이 내가 상대방을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하는 공동체적 기준에 그 상대방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는 이러한 잣대의 예외이다.

우리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잘 지내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래야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쉬워 보이는 그 일이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인관계를 잘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개인적 주체성이 대인관계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우리의 행복에 갖는 의미는 크지 않아 보인다. 우리 직장인들의 현실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mind

          <참고문헌>

  • 한의신문(2020. 7. 2).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원인 1위는?
  • Argyle, M. (2001). The psychology of happiness (2nd ed.). New York: Rouledge.
  • Chan, T., Wang, I., & Ybarra, O. (2019). Connect and strive to survive and thrive: The evolutionary meaning of communion and agency. In A. E. Abele, & B. Wojciszke (Eds.), Agency and communion in social psychology (pp. 13-24). New York, NY: Routledge.
  • Wojciszke, B., & Abele, A. E. (2019). Agency and communion in social cognition. In A. E. Abele & B. Wojciszke (Eds.), Agency and communion in social psychology (pp. 25-38). New York, NY: Routledge.
  • Wojciszke, B., Bazinska, R., & Jaworski, M. (1998). On the dominance of moral categories in impression form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4(12), 1251-1263.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정태연 교수는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16),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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