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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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2
  • 2020.10.22 11:09
이 세상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는다.

일란성 쌍둥이마저 서로 다르다

세상을 보는 방식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하다.” 이 명제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세상을 똑같이 보는 두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 이 명제를 반증하는 사례를 제시하면 된다. 그럼 어떤 두 사람이 동일할까? 유전이 우리의 성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유전적으로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생아가 세상을 동일하게 볼 확률이 높다. 또한 도시와 농촌에서 자란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듯이,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비슷한 세계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사례는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생아들이다. 그러면 과연 이들은 얼마나 동일할까?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일란성 쌍생아들조차도 서로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이념Hatemi et al., 2014이나 성격Tellegen et al., 1988 등에서 매우 비슷하지만 그래도 차이가 있다. 심지어 생긴 것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결국, 세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쌍생아 연구는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으리라는 착각

실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들을 서로 비슷하게 볼 확률보다는 다르게 볼 확률이 더 크다. A를 잘 알고 있는 B, C, D, EA를 평가한다고 해 보자. A가 외향적인지, 따뜻하고 믿을만한지, 성실한지,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는지, 개방적이고 지적인지 등 그의 성격을 평가할 때, 4명의 판단이 일치하는 정도는 얼마일까?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그 일치율은 40% 정도인 반면 불일치율은 60% 정도였다. 더군다나, A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는지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 4명의 일치도가 20%에 불과했고, 불일치율은 80%에 달했다Kenny, 2020.

그럼에도 우리는 특정 대상을 볼 때 자신이 보는 방식대로 남들도 그 대상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을 성실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누군가를 좋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 간의 생각이 그렇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위의 예에서 A에 대한 평가에서 4명의 평가자들이 추측한 자신들의 일치율은 실제 일치율 40%보다 높은 60%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자기중심적 특성의 사례를 자신이 한 부정적인 행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Pyszczynaki et al,, 1996. 에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이 교통신호를 위반해서 범칙금을 내야 할 때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는 경우, 그들은 자신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도 자기처럼 비슷하게 행동한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비난이 초래하는 자존감에 대한 위협이나 손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세기에서 17세기까지 유럽 역사 기독교 내 신교와 구교들간의 참혹한 종교전쟁을 치루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림은 1529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성 바톨레미 축일의 학살이다. 구교들이 신교들을 무참히 살육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François Dubois  (1790–1871), Le Massacre de la Saint-Barthélemy, 1572-1584, Óleo sobre tabla,  93.5 * 151.4 cm, Musée cantonal des Beaux-Arts, France.
16세기에서 17세기까지 유럽 역사 기독교 내 신교와 구교들간의 참혹한 종교전쟁을 치루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유럽에서 관용의 정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림은 1529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성 바톨레미 축일의 학살이다. 구교들이 신교들을 무참히 살육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François Dubois (1790–1871), Le Massacre de la Saint-Barthélemy, 1572-1584, Óleo sobre tabla, 93.5 * 151.4 cm, Musée cantonal des Beaux-Arts, France.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을 정할 때도,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다Dunning et al., 1991. 예를 들면, 상대방의 성격이 외향적인지를 평가할 때, 자신이 사교적인 사람은 외향성에서 사교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외향성을 평가할 때 자기주장성을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 교수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연구논문을 많이 쓰는 사람은 연구 업적의 지표로 연구논문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책을 많이 쓰는 사람은 저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지사지가 이렇게나 어렵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러한 자기중심성에 묶여 있을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서로 다른 여러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어느 한 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그래서 다른 순간,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을 100% 이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사람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나의 경험을 통해 그의 생각이나 느낌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추론은 본질적으로 자기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차이에 좀 더 개방적일 수 있다. 그러면 남들도 자기와 같은 것이라는 편향된 지각이 가져오는 관계상의 해악은 무엇일까한 마디로, 그것은 갈등을 야기하는 강력한 요인이 되기 쉽다. 이러한 편향이 강한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그럴 수 있다고 수용하고 인정하기 보다는, 그 의견이 틀리고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십상이다. 심하면 중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에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자기의 주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잘 깨닫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은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을 하기가 어렵다. 자기의 주장만 내세울 뿐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두 사람이 만나면 대화와 소통이 아니라 비난과 불통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고 실제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상대방에 대한 나의 아량이나 자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객관적인 인식일 따름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때, 우리는 세상의 다채로움이 주는 더 많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Dunning, D., Perie, M., & Story, A. L. (1991). Self-serving prototypes of social categor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1, 957-968.
  • Hatemi et al. (2014). Genetic Influences on Political Ideologies: Twin Analyses of 19 Measures of Political Ideologies from Five Democracies and Genome-Wide Findings from Three Populations. Behavioral Genetics, 44(3): 282294.
  • Kenny, D. A. (2020). Interpersonal perception: The foundation of social relationships. New York, NY: The Guilford Press.
  • Pyszczynaki, T., Wicklund, R. A., Floresku, S., Koch, H., Gauch, G., Solomon, S., et al. (1996). Exaggerated consensus estimates in responses to incidental reminders of mortality. Psychological Science, 7, 332-336.
  • Tellegen, A., Lykken, D. T., Bouchard, Jr. T. J., Wilcox, K. J., Segal, N. L., & Rich, S. (1988). Personality Similarity in Twins Reared Apart and Togethe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 1031-1039.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정태연 교수는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16),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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