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서 목격자: 간접경험에서 2차 가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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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에서 목격자: 간접경험에서 2차 가해로
  • 2020.11.07 09:00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당연하지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어쩌면 당신을 직장 내 괴롭힙 2차 가해자로 만들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로 많은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문제들은 피해자와 행위자 간 ‘괴롭힘’ 성립 여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때, 직장 동료의 증언은 괴롭힘의 경계(행위자가 지위나 관계를 이용하였는지, 업무의 범위가 침해되었는지 등)를 명확하게 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같은 집단 내에서 괴롭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행위자의 동료인 직장 구성원이 심리적 갈등을 겪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직장 내 괴롭힘은, 아프다

‘2017년도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명 중 1명 이상이 최근 1년 이내에 동료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조직 내 괴롭힘 사실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은 자신도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관계에 대한 기대나 신뢰는 낮아지게 되고, 적대적인 생각이 촉발됩니다. 즉, 직장 내 괴롭힘은 그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나아가 질병률, 결근율, 퇴사 의사를 높이기도 합니다Hoel et al., 1999; Rayner, 1999; Vartia 2001.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구성원들 간의 응집성은 낮아지게 됩니다Ashforth, 1994. 또한 팀 내 상호작용이 저하됨으로 업무 효율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생산성과 직결됩니다Johns, 1997. 그뿐만 아니라 조직 만족도와 조직 헌신이 낮아지며, 조직 내에는 또 다른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동료에서 방관자로, 방관자에서 가담자로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단순히 행위자와 피해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동료가 괴롭힘을 당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동료 중 상당수는 괴롭힘 발생을 은폐하거나 괴롭힘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또 다른 괴롭힘을 가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가 상담을 받거나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을 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괴롭힘에 대처할 때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받거나(31.1%), 그 대처 방식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거나(29.5%),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는 경험을 했다고(26.9%) 응답하였습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괴롭힘 문제로 인해 동료에게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조직 내 구성원들은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이 되는 괴롭힘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것보다 피해자의 상황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또 다른 괴롭힘을 가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직장 내 괴롭힘이 주는 불편함

호만스Homans는 직장 내 괴롭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불편을 형평성 이론Adams, 1965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형평성 이론이란 자기가 받은 결과물이 타당하고 공정한지를 타인과 비교를 통해 지각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투입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는데, 타인과 비교하여 자기가 투입 대비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지각하면 심리적 불편함(예,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타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투입 대비 적은 보상을 받았다고 지각하면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즉, 자신이 받은 보상이 타당하고 공정한지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형평성 원리는 직장 동료가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적용됩니다. 직장에서 괴롭힘은 인사나 평가, 승진, 근무환경 등 여러 형태로 일어나는데, 만약 자신과 투입이 유사한 동료가 불리한 대우(괴롭힘)를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피해자보다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지각하게 됩니다. 이 때 사람들은 공격성과 관련된 심리적 불편감을 느끼게 됩니다Homans, 1974.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적대적인 귀인을 형성하게 됩니다Dodge et al., 1990; Kramer, 1994.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이유를 ‘투입(노력, 기술, 노동력 등)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면서 부당함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지적 왜곡은 피해자가 받는 불이익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동료들을 괴롭힘에 가담하거나 방관하게 만들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피해자가 당하는 괴롭힘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각하는 사람일수록 괴롭힘에 가담할 확률이 높았다는 점입니다Neuman, Baron, 1997b.

피해자를 향한 괴롭힘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조직원들에게 확대되고 새로워져 실제 부당함이 없는 경우에도 부당함이 있다고 지각하기까지 이릅니다. 예로, 괴롭힘에 의해 불리한 인사고과를 당한 피해자를 '원래 성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인사평가를 받았다'고 지각하거나, 성실하지 않다고 하는 악의적 소문이 퍼지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피해자로 바라보기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을 개인의 특성으로 기인하는 것은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괴롭힘은 개인의 특성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예, 공격성 증가, 형평성 지각, 귀인 등)에 따라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행위자와 피해자 간의 갈등이 아니라, 유기적인 집단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만약 괴롭힘 문제를 행위자와 피해자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게 된다면, 조직 구성원들은 언제든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스트레스, 상호 간 불신이 팽배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심리적 긴장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생성된 악의적 귀인은 더욱 극단적인 모습으로 n차 피해를 양산할 것입니다.

개인과 조직을 해하는 고리가 계속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선적인 일은 피해자를 ‘피해를 입은 것을 보아 부당한 일을 당할 만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존재’라는 본질을 찾음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mind

   <참고문헌>

  • 홍성수 외.(2018).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발간자료, 2018, 1–265.
  • Hoel, H., Cooper, C. L., & Einarsen, S. V. (2020). Organisational effects of workplace bullying.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209.
  • Neuman, J. H., Baron, R. A., Einarsen, S., Hoel, H., Zapf, D., & Cooper, C. (2011). Social antecedents of bullying: A social interactionist perspective.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Developments in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201-225.
김수비 중앙대 심리학과 사회및문화심리 석박통합과정 수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건강한 사회와 개인의 안녕감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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