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평가의 필요성 및 어려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일을 하고 관계를 맺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성격이 참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저 사람은 성격이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면 ‘그럼 나의 성격은 어떨까’라는 의문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성격이란 개념이 가장 중요하게 다가올 때는 아마 ‘내가 떠날 수 없는 저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면 좋을까’라는 의문에 부딪힐 때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아를 실현하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그러니까 잘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격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 않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 어느 기사를 보고 빵 터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사의 내용인즉슨 심리학 연구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성격을 평가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차원은 ‘좋다’, ‘나쁘다’ 두 가지 뿐으로 보인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에 찬성하진 않아도 공감했습니다. 우리가 성격을 ‘좋다’ 아니면 ‘나쁘다’로 본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지만, 적어도 성격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는 합니다.
성격 5요인
현재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격 차원은 성격 5요인입니다. 빅 파이브Big Five라고도 하는데요.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t,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이라 영어 약자로는 ‘바다(OCEAN)’로 많이 외웁니다. ‘카누(CANOE)’로 외우기도 하지요.
미국의 심리학자 올포트Gordon Allport는 성격의 기본 단위를 뜻하는 특질trait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Ryckman, 2013. 특질은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게끔 하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외향성과 내향성 같은 것이지요. 그는 특질을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개인의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거의 모든 행동에서 나타나는 기본 특질cardinal trait, 기본 특질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폭넓은 일관성이 있는 중심 특질central trait, 가장 변하기 쉽고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이차 성향secondary disposition입니다. 다시 말해 성격에는 중요하고 잘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한편,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카텔Raymond Cattell, 아이젠크Hans Jürgen Eyesenk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격 5요인이 확립되었지만, 5요인도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격에는 유전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상황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타고난 성격이 내향적인 사람이라 해도, 면접을 보거나 소개팅에 나가서 조용히 앉아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정태연 외, 2016,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타인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이를 행위자-관찰자 효과라고 합니다). 타인의 성격에 대해 알고 싶을 땐 일면만 보고 단정 짓기보다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신중한 선택이겠죠.
MBTI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미국의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와 그녀의 딸 브릭스Katherine Cook Briggs가 심리학자 융Carl Jung의 이론을 기반으로 1944년에 처음 개발한 성격검사입니다Hirsh & Kummerow, 1997. MBTI의 바탕이 되는 생각은 사람들이 세상을 경험할 때 감각, 직관, 감정, 사고의 네 가지 기능을 사용하며, 이 중 개인이 특히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MBTI 검사지를 통해 외향-내향 차원, 감각-직관 차원, 사고-감정 차원, 인식-판단의 네 가지 차원에서 어떤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 유형인지를 알아보게 됩니다. 외향-내향Extroversion/Introversion은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이 자기 외부로 향하는지, 내부로 향하는지에 대한 차원입니다. 예를 들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밖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고, 집에 머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각-직관sensing/intuition은 세상을 지각할 때 주로 어떤 기능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나무를 보는 사람인지, 숲을 보는 사람인지에 대한 내용이지요. 사고-감정thinking/feeling은 어떤 판단을 할 때 무슨 기능에 중점을 두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친구를 위해 문제 해결에 비중을 둘 수도, 감정적인 위로를 주는 데 더 비중을 둘 수도 있습니다. 인식-판단perception/judgment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공부나 일을 할 때 이걸 하다가 잘 안 되면 저걸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계획을 세워서 그걸 지키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지요. MBTI를 하면 열여섯 가지 유형 중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각 차원의 두 가지 기능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네요.
MBTI 성격유형도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시험공부를 하면서 MBTI 검사를 다시 받았을 때 결과가 감정형에서 사고형으로 바뀐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해석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혹시 요새 머리 쓸 일이 많아졌나요?'라고 물어보셨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MBTI는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 심리검사full battery에 들어가며, 이런 경우 전문가가 지능검사, 정서평가와 함께 실시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합니다. 공인받은 MBTI 검사지를 사용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과를 해석하면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MBTI의 의의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복잡하고 다양하며 가변적인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유형화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MBTI는 나와 타인을 보는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서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계속 돌아다닐까’, ‘저 사람은 왜 늘 집에만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내향형과 외향형 배우자가 서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계획적이지 못하다거나, 융통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인식형, 또는 판단형으로 나와는 다르며, 서로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할 수도 있고요. 자신과 타인을 좀 더 이해하고 보다 좋은 관계를 맺어 가기 위해 MBTI의 이점을 잘 활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mind
<참고문헌>
- 정태연 외 (2016). 사회심리학. 서울: 학지사.
- Hirsh, S., & Kummerow, J. (1997). 성격유형과 삶의 양식. (원전은 1989년에 출판) 한국심리검사연구소.
- Ryckman, R. M. (2013). 성격심리학. (원전은 2012년에 출판) 서울: 박학사.
- Wikipedia (Myers–Briggs Type Indicator). https://en.wikipedia.org/wiki/Myers%E2%80%93Briggs_Type_Indic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