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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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노인
  • 2020.11.10 06:00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서 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를 조명하는 최신 연구 논문 두 편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COVID-19는 연령, 성별, 인종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위험하고 힘겨운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위협은 노인에게 더욱 치명적이라고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노인을 향한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론 기존에 만연했던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 속에서 노인을 향한 우리의 태도와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두 편의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팬데믹 시대의 노인에 대한 두 가지 태도

2020년 American Psychologist에서, Monahan과 동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노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상반된 태도와 이것이 어르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Monahan et al., 2020.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미국 사회에서 노인을 향한 태도는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반응(예: 생필품 배달, 펜팔, 비대면 소통telecommunication)'과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반응(예: 요양원 집단감염, 트리아지triage, #부머리무버BoomerRemover)'으로 구분됩니다.

노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정책은 노인을 향한 긍정적인 지지와 도움의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노인분들께 생필품과 의약품을 배달하거나, 상점 오픈 시간은 노인들에게만 개방하여 덜 붐비는 상황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된 노인들을 위한 비대면 통화, 펜팔 쓰기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요양시설의 노인과 청소년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등의 다양한 편지쓰기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세대 간 소통을 촉진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태도'는 노인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노화에 대한 태도와 세대 간 관계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노인들은 스스로를 가치있는 존재라고 느끼며, 웰빙과 사회적 소속감이 높아진다고 보고됩니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전달되고 연령차별적 태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팬데믹 상황 속에서 노인을 향한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반응들도 이어졌습니다. 중국과 이탈리아 등 한계에 직면한 의료 현장에서는 트리아지(재난상황에서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을 가장 낮은 우선순위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집단 감염, 불충분한 의료 케어, 높은 사망률이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기존의 연령주의ageism*를 더욱 심화시켰고, 노인들의 높은 사망률에 대한 낮은 공감을 반영하는 해시태그 #부머리무버의 파급력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 같은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는 팬데믹 기간 동안 노인의 감염 위험과 사망률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자존감과 인지기능 저하,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택트UN+CONTACT, 노인이 겪는 이중적 어려움

Monahan과 동료들은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태도'의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Monahan et al., 2020.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고, 노인들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인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양시설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설 직원분들과 가족들의 소통 감소, 비대면 소통(예: 영상 통화)의 한계, 시설 내 신체 활동 제한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활성화는 특히 고령근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많은 65세 이상 근로자가 원격근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되었고, 실제 팬데믹 선언 이후 25-34세와 비교해서 65세 이상의 경우 재택근무 비율이 훨씬 적었습니다. 이는 고령근로자의 직업특성과 낮은 인터넷 접근성에 기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고령근로자의 준비되지 않은 조기 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Seifert와 동료들은 이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인들이 겪는 이중적 어려움double burden이라고 표현합니다Seifert et al., 2020. 즉, 노인에게 강조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배제)social exclusion"과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소통으로 인한 '디지털 고립(배제)digital exclusion'으로, 많은 노인들이 이중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소통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노인들은 시대에 뒤쳐진 아웃사이더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 비대면 소통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연령주의ageism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Monahan과 동료들은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태도'가 갖는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 중 하나는 바로 연령주의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Monahan et al., 2020. 노인을 향한 도움의 행동은 ‘모든 노인은 의존적이고, 노쇠하고, 아프고, 약하고, 사회에 부담이 된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연령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Seifert와 동료들 역시 디지털-언택트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령주의가 탄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합니다Seifert et al., 2020. 덧붙여 팬데믹 기간에 인터넷이나 온라인-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을 노쇠하고 아예 의지가 없는, 시대에 뒤쳐진 이들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른 대안(예: 편지 쓰기)을 마련하거나, 기술 활용을 위한 도움과 지원을 제공해야한다고 말합니다. Seifert는 디지털-언택트 소통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사회적 참여와 소통을 위한 한가지 방법일 뿐, 모두를 위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관련하여 교육, 고용, 의료 등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정책이(의도치 않게) 노인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듯이, 나이가 많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차별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기반으로 한 고정관념과 편견, 차별적 태도와 행동, 정책 등의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신동희, 김기연, in press. 연령주의를 최초로 제안한 Butler는 특정 연령집단 –특히 노인– 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연령주의라고 규정하였으며Butler, 1969, Palmore는 연령주의를 노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잔인한 배제라고 칭하였다Palmore, 1999.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신동희, 김기연. (in press). 연령차별 경험이 노년기 운전중단에 미치는 영향: 도시 및 농어촌 지역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 Butler, R. N. (1969). Age-ism: Another form of bigotry. Gerontologist9(4_Part_1), 243-246.

  • Monahan, C., Macdonald, J., Lytle, A., Apriceno, M., & Levy, S. R. (2020). COVID-19 and ageism: How positive and negative responses impact older adults and society. American Psychologist, 75(7), 887-896. http://dx.doi.org/10.1037/amp0000699

  • Palmore, E. (1999). Ageism: Negative and positive. Springer Publishing Company.

  • Seifert, A., Cotten, S. R., & Xie, B. (2020). A Double Burden of Exclusion? Digital and Social Exclusion of Older Adults in Times of COVID-19.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 1-5. https://doi.org/10.1093/geronb/gbaa098

  • Seifert, A. (2020). The Digital Exclusion of Older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Journal of Gerontological Social Work. 10.1080/01634372.2020.1764687
신동희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노년심리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노년심리 전공 석사과정 학생입니다. 노년기의 행복하고 활동적인 삶에 대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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