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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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4
  • 2020.11.12 12:00
원만한 대인관계에서는 주는 만큼 받는다는 원리가 중요한 원칙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Special Thanks To...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정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이다. 한번은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 당신이 쓰신 대인지각 책을 건네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책을 펼쳐봤는데 색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종종 저자들은 책을 출간하면 그것을 누구에게 바치는 헌사獻詞를 남긴다. 보통은 가족이나 스승에게 바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선생님은 그 책을 당신의 제자들과 지도교수에게 바치면서 모든 학문적 공로를 그들에게 돌리셨다. 저는 아직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제자에게 헌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제 독서량이 일천해서 그럴 것이지만.

Kenny 교수와 그의 책 Interpersonal Perception(2nd Edition)
Kenny 교수와 그의 책 Interpersonal Perception(2nd Edition)

지위가 높은 사람이 자기 아래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표현하는 것은 보통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흔하다. 그러나 지위에 상관없이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만큼 그 상대방에게 똑같이 보답할 때, 그 관계는 원만하고 친밀하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나는 상대방을 아끼거나 배려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 나를 좋아하고 배려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다. 진화적으로, 서로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이타적 상호성은 대다수 생명체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협동을 한다

진드기로 고생하는 어떤 새의 무리를 가정해보자Dawkins, 1976. 새는 자기 부리로 자신의 머리에 있는 진드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청소해 주는 게 이득이다. 이때 도움을 받기만 하는 새는 먹이를 잡을 시간이 늘어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이 집단은 이기적인 새들의 집단이 된다. 그러나 그들은 진드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자신의 머리를 청소해 주는 새만 그 보답으로 도와주는 새가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새는 상호협력이 가능해져서, 이기적인 새들에 비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결국 이기적인 새는 번식 가능성이 낮아져서 점차 도태되고 다른 새를 돕는 새들만이 종을 잇게 된다.

흡혈박쥐는 주로 동굴에 거주하면서 날이 어두워지면 은신처를 떠나 밖으로 나가 먹이활동을 한다. 이때 새끼는 어미와 붙어 다니지 않고 집에 남는다. 흡혈박쥐는 말, 당나귀, 소 등의 피를 빨아먹은 다음, 동굴로 돌아와 자신의 피를 토해 새끼들을 먹인다. 뿐만 아니라, 피를 먹지 못한 다른 개체에게도 자신의 피를 나눈다. 그 후 또 다른 어느 날, 이번에는 전에 피를 구걸한 개체가 피를 많이 흡입한 반면 그때 이 개체에게 피를 준 개체가 굶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피를 지닌 이 개체가 굶고 있는 다른 개체 아무에게나 자기의 피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그는 전에 자기에게 피를 준 개체에게만 자기의 피를 나누어준다. 말하자면 받은 만큼 주는 것이다.

이타적 상호성은 식물과 동물 간에도 매우 자주 이루어진다. 공생관계에 있는 특정 식물과 박테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식물이 맺는 열매는 개미, , , 물고기 등을 유인하는 수단이면서 그들에게 주는 보상이다. 열매를 먹으면 번식할 수 있는 씨앗을 다른 곳에 배설함으로써 운반해주기 때문이다. 벚나무가 아름다운 흰색 꽃에 간직하고 있는 꿀은 번식을 도와주는 벌에게 주는 보상이고, 나중에 여는 빨간색 체리는 그 속의 씨앗을 운반해주는 새에게 주는 보상이다Mancuse & Viola, 2016.

오가는 호의, 싹트는 호감

상호성은 사람들의 대인관계에도 매우 중요한 원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그 만큼 돌려주려고 하고, 남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나도 그를 좋아한다. 상호의존 이론Kelley & Thibaut, 1978에 따르면, 우리는 서로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한다. 상호의존이란 사고와 감정, 동기, 기호, 행동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한 사람의 행동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은 상대방의 반응은 영향을 준 사람의 그 다음 반응에 영향을 준다. 실제 호감은 상호의존적인 특성이 매우 강한 경험으로, 일방적이기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쌍방적이다. 그래서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Kenny, 2020.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 지위가 낮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상사 자신은 부하에게 크게 신경을 쓰거나 배려하지 않으면서 부하가 자기에게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부하도 상사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하게 된다. 특히, 상사가 자신의 부하를 존중하고 아끼지 않으면, 그 부하는 자기 상사의 명령에는 복종하겠지만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제 지도교수님은 대인지각 책의 개정판을 출간하셨다. 그리고는 그 한 권을 저에게 보내주셨다. 옛날 생각도 나고 호기심도 생겨 그 책의 헌사를 찾아보았더니, 이 번 개정판은 가족에게 바친다고 하셨다. 아, 연세가 드시면 가족이 한층 더 중요해지는가 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선생님은 서문에서 당신의 제자 이름과 성을 빽빽이 나열하면서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그리고는 본문에서도 인용한 연구자들을 성과 함께 그들의 이름도 함께 언급하셨다. 그들 대부분이 선생님과 친한 동료이거나 함께 연구한 제자인데, 통상적으로 하는 식으로 성만 언급하는 것은 좀 비인간적 느낌이 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저는 지금껏 영어판 책의 본문에서 이렇게 인용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제 독서량이 일천해서 그럴 것이지만. mind

    <참고문헌>

  • Dawkins, R. (1976). The selfish gene. Oxford University Press.
  • Kelley, H. H. & Thibaut, J. W. (1978). Interpersonal relations: A theory of interdependence. New York: Wiley-Interscience.
  • Kenny, D. A. (2020). Interpersonal perception: The foundation of social relationships. New York, NY: The Guilford Press.
  • Mancuse, S. & Viola, A. (2016). 매혹하는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 (양병찬 역). 서울: 행성비. 원서출판( 2015).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정태연 교수는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16),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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