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통증과 날씨 사이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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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통증과 날씨 사이의 상관 관계
  • 2020.12.08 16:30

관절염 일기예보

환절기에 비나 눈이 내리고 날씨가 흐려지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다. 소위 날씨가 흐리니 삭신이 쑤신다...”로 지칭되는 만성적인 관절염 통증arthritis pain이다. 심지어는 이런 통증을 오래 경험한 환자들의 경우, 멀쩡한 날에 팔다리와 손마디가 욱신거리면 곧 비나 눈이 오리라고 몸이 전달하는 일기 예보를 맹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만성적 통증은 외상 혹은 노화로 인한 관절염이 원인이며 특히 날씨와 계절 변화가 초래하는 온도와 습도의 급작스런 변화가 있을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은 나라와 인종 및 문화권에 관계없이 우리가 널리 믿고 있는 이러한 관절염 통증과 날씨 사이의 상관이 개인의 착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과거의 심리학 연구를 소개한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경계쯤에 걸쳐 있었던 프랑스 화가 카일봇이 비 내리는 파리 거리를 담았다. Gustave Caillebotte  (1848–1894), 'Paris Street in Rainy Weather',	1877, oil on canvas, 2,122 *  2,762 mm,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경계쯤에 걸쳐 있었던 프랑스 화가 카일봇이 비 내리는 파리 거리를 담았다. Gustave Caillebotte (1848–1894), 'Paris Street in Rainy Weather', 1877, oil on canvas, 2,122 * 2,762 mm, Art Institute of Chicago, USA.

착각적 상관

1990년대에 캐나다 웰슬리 병원 의학 연구소의 레델마이어 교수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트버스키 교수는 날씨의 변화와 관절염 통증의 발현 여부에 대한 상관correlation을 조사했다Redelmeier & \Tversky, 1996. 날씨 요인으로는 15개월에 걸쳐 월별 두 번씩 수 시간에 걸쳐 측정된 기압, 온도와 습도 등이 있었으며 관절염 환자들로부터는 날씨 측정 일시에 상응하는 시간대에 보고된 주관적 통증 수준 및 의사가 평가한 관절 유연도 및 기능 상태등의 자료가 확보되었다. 해당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의 대다수는 사전 인터뷰 결과 날씨의 변화와 자신들의 통증 수준에 매우 높은 상관이 있음을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러한 자료에 대한 통계적 분석 결과 두 연구자는 놀랍게도 관찰된 날씨 변화와 그에 상응하는 환자의 통증 그리고 의학적 평가 사이에 일말의 유의한 상관을 발견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이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한 심리학적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은 일자별 기압 변화와 그에 상응하는 관절염 통증의 정도를 가짜fake 자료로 구성해 대학생 참가자들에게 도표 형태로 보여주고 해당 도표를 토대로 날씨와 통증 정도 사이에 상관이 있는지를 평가하도록 요구했다. 평가 대상인 도표들 중에는 날씨 변화와 통증 정도 사이에 실제 정적, 부적 상관이 분명하도록 그려진 것도 있었지만, 나머지 많은 도표들에는 그러한 상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작위 증감random walk을 토대로 구성된 조작된 자료였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대학생 참가자들이 상관이 전혀 없는 다수의 가짜 자료에 대해 상관이 있다고 보고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참가자들의 착각은 마치 연이어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 나오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앞, 뒷면이 나열되는 순서는 분명히 무작위 확률을 따름에도 불구하고 몇몇 나열된 순서들에 특정한 규칙적 패턴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는 것과 유사하다Tversky & Kahneman, 1974.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 결과를 관절염 환자들의 사례에 일반화시켜보면, 대다수 환자들이 확신하는 날씨와 통증 사이의 높은 상관은 결국 통계적 규칙성이 높지 않은 날씨 변화와 관절염 통증의 시간대별 변화 사이의 착각적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심리학적 해석에 대해서는 많은 의사들과 환자들의 반문이 있었고, 실제로 기압 변화와 관절 기능 사이의 상관을 보고한 의학적 연구들 또한 존재한다. 다만 두 연구자의 해석이 흥미로운 것은,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의 무작위적 변화들(: 날씨 변화)은 경우에 따라서는 역시 무작위적으로 찾아오는 개인의 강렬한 주관적 경험(: 관절염 통증)과 연합associate되어 마치 둘 사이에 분명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처럼 개인이 선택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심리학적 해석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사고의 게으름에 대한 극복

나 또한 일시적으로 몸이 좀 아프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그 원인을 막연하게 날씨 탓으로 돌린 적이 있다. 분명한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러한 일시적인 신체적, 심리적 불편함의 배경에는 날씨보다는 피로의 누적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날씨 탓으로 돌린 이유는 아마도 당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러한 합당하고 과학적인 근거들을 어렵게 회상하는 것에 비해 손쉽고 분명하게 경험되는 날씨의 변화를 통증의 근거로 삼는 것이 좀 더 손쉬운 합리화의 방식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날씨와 관절염 통증 사이의 상관에 대한 이러한 심리학적 해석을 정설로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주변의 어르신들로부터 경험한 관절염 일기 예보의 정확성을 심리학 연구의 예를 들어가며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레델마이어 교수와 트버스키 교수의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적어도 나이가 더 들어 관절 통증에 조금 시달리더라도 그 통증 여부를 토대로 날씨와 관련된 중요한 하루 일정을 결정하고 계획하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mind

   <참고문헌>

  • Redelmeier, D. A., & Tversky, A. (1996). On the belief that arthritis pain is related to the weath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93, 2895-2896.
  • 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85, 1124-1131.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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