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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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 2020.12.29 12:00
2020년은 마스크, 거리두기, 그리고 불안으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메세지는 무엇일까?

당연했던 일상과의 안녕

일 년 내내 뉴스를 틀면 온통 코로나19 이야기 뿐이다. 삼십여 년 짧은 필자의 인생살이이지만,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한 한 해이다. 이러한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나의 당연했던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이자 축복인지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소소하게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 맑은 공기를 코로 마시며 입으로 자유롭게 호흡하는 것,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지인과 악수를 하는 것 등이 이렇게도 특별한 것이었나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와 함께 우리 세대의 삶을 특징 짓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불안정성, 불확실성, 복잡성, 그리고 모호성 등을 꼽고 있다. 일명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시대이다. 코로나194차 산업혁명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며 뉴스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험천만한 것으로 묘사하기 일수이다.

현대 사회에서 유례없는 경험, 즉 우리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사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에도 많은 학자들이 우리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인간의 실존이자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사실로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May, 1977.

루벤스에게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바르코치가 불타는 트로이에서 탈출하는 아이네아스 가족을 모습을 남겼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파국 속에서 희망의 길을 헤쳐 나간 것이 로마의 출발점이 되었다. Federico Barocci  (1535–1612), Aeneas Flees Burning Troy, 1598, oil on canvas, Galleria Borghese , Italy.
루벤스에게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바르코치가 불타는 트로이에서 탈출하는 아이네아스 가족을 모습을 남겼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파국 속에서 희망의 길을 헤쳐 나간 것이 로마의 출발점이 되었다. Federico Barocci (1535–1612), Aeneas Flees Burning Troy, 1598, oil on canvas, Galleria Borghese , Italy.

예측과 통제에 대한 인간의 욕구

한편, 역설적으로 인간의 특성 중 가장 명확한 것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강력한 욕구를 가진다는 것이다. 삶이 고통스러웠던 때를 떠올려 본다면, 아마도 나 스스로 내 삶과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예측과 통제에 대한 욕구로 인해 우리는 학문적으로는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하며, 실생활에서는 사주팔자나 점을 치기도 한다. 과학적인지 아닌지의 여부일 뿐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미래에 대한 통제감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이론이라 하더라도 현상을 100%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또한,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 하더라도 100%의 적중률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해, 우리의 삶에 대한 완벽한 설명과 예측, 그리고 통제는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지만 완벽히 도달하기 어려운 측면일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예부터 현인들은 인간의 미덕으로 겸손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파국적 사고 vs. 위기 감수

미래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그것은 아마도 위기에 대한 감수risk taking일 것이다. 유독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 중 하나는 파국적 사고Catastrophic thinking이다. 이것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과장되게 큰 위협으로 지각하고, 자기 자신의 대처 능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축소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당연히 불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 사건을 과장해서 확대 해석 하지 않음으로써 현실적인 사고와 자기 자신에 대한 유능성을 키우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 역경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든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불안해하고 위축되기보다는 오히려 겸손과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Pury & Lopez, 2009. 이것이 바로 인간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줬을까. 그것은 아마도 모든 역경이 그러하듯 인간으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존에 대한 겸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하게 살아가겠다는 용기일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May, R. (1977). The meaning of anxiety. New York, NY: Norton.
  • Pury, C., & Lopez, S. (2009). Courage. In C. R. Snyder & S. Lopez (Eds.), Oxpord handbook of positive psychology (2nd ed., pp. 375-382). New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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