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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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 2020.12.29 12:00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는 모두 언제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입니다.

정부의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수도권 아닌 지역도 거리 두기 2단계를 권유하는 실정입니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터널은 우리 모두를 참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전염병과의 긴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 힘겹게 버티는 사람, 지켜보며 안타까운 사람들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임이 분명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암담함, 좌절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랙으로까지 가고 있다고 하지요. 올해 초부터 미루고 미루던 약속이 결국 취소되던 날 기가 탁 꺾이던 기분이 기억납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고 사람들을 가까이 할 수 없는 고통과, 일하지 못하고 꿈꾸지 못하는 고통이 이겨내기 어려울 만큼 길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괴로움이 있었지만 올해 사회심리학도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다른 얼굴을 코로나19가 외면할 수 없게 드러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비상일 때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신문 칼럼을 통해 좋은 종교가 현재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제공할 때 나쁜 종교는 미래에 대한 쉬운 답을 제공한다. () 덕분에 헬조선의 불안한 미래가 장밋빛 종말로 대체될 수 있었다. () 이런 가짜 미래의 유혹이 이 나라의 어떤 청년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는 우리 사회가 그 청년들에게 그들이 합리적으로 상상하고 추구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들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경향신문, 2020. 3. 4).

신천지발 집단 감염은 곧 콜센터, 택배 물류센터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습니다. 고객들의 불만과 회사의 방침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도, 거리 두기를 할 수도, 휴가를 낼 수도 없는 콜센터 직원들, 앞 시간 근무자들이 입었던 땀이 밴 작업복을 그대로 입어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급증한 물량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택배 물류센터 직원들의 노동조건이 알려지면서(시사인, 2020. 3. 23),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자괴감과 무력감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녁에 택배를 시키면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에 도착해 있는 것이 생활이 편리해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은 그 뒤에서 누군가 목숨을 잃을 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는 것(jTBC, 2020. 10. 13), 소외된 곳에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면 혐오도 함께 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성 소수자 클럽, 다단계, 중국 동포로 바이러스 확산이 이어질 때 자칫 정당하게 그들을 혐오할 권리가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혐오 표현에 점점 익숙해지고 둔감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혐오가 집단의 폭력이 되고 증오의 악순환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언제나처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아주 작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해 나가는 것이기에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올해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묻어 두신 이야기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들 모두 지금 있는 그대로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 모두를 조금 더 헤아리고 보듬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쉽지 않은 해였지만 여러분과 글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감사의 마음과 함께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로 나와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된 나태주 시인의 시구를 전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들길을 걸으며, 나태주)’. mind

   <참고문헌>

  • 신형철 (2020. 3. 4). 신천지로 떠난 청년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3042034005
  • 전혜원, 나경희, 김영화 (2020. 3. 23). 코로나19가 드러낸 약한 고리'. 시사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623.
  • 택배 노동자 '과로사' 올해만 벌써 8번째왜 반복되나?(2020. 10. 13) 출처: jTBC 아침& https://bit.ly/2IgGqj8.
신기원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위험지각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내용과 형식이 아름다운 심리학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꿈은 나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삶의 길을 찾는 심리학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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