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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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심리학
  • 2021.01.11 07:00

너무나 갑작스럽게 우리의 삶 속으로 침투해 온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키지 않지만 피할 도리도 없으니 치료약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같이 살아가는 것뿐인가, 싶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참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그 삶을 들여다보는 학문인 심리학 역시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심리학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심리학 연구

Nicolas Davidenko 박사는 코로나19가 심리학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낳았지만 그와 더불어 많은 기회들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리학 연구에서 역사적으로 주류를 이루어 온 실험실 연구들이 대부분 중단됨에 따라 많은 연구자들이 원격으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대면으로 수행되던 인터뷰들은 줌Zoom으로 옮겨졌으며 참가자들에게 컴퓨터를 조작하도록 하는 과업들은 웹 앱 서비스로 옮겨졌는데, 이 과정에서 지연과 잡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격 실험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실험도구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Davidenko 박사는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제 참가자들의 웹캠을 이용하여 아이트래킹eye-tracking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원격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이전에는 연구에 참여하지 못했을 다양한 참가자들을 지역적 제한 없이 연구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참가를 위해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이라는, 모두가 갖춘 것이 아닌 특수한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의 지적대로 심리학 연구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 광대역 인터넷의 발전이 중요할 것입니다.

Davidenko 박사가 설명한 두 번째 어려움은 협업에 대한 것입니다. 학회 등의 물리적인 공간은 연구자들 간의 즉흥적인 아이디어 교환을 장려하며, 이는 곧잘 새로운 프로젝트로 연결되곤 하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이러한 자발적인 연결의 기회가 사라지고 원격 미팅 일정이 고정적으로 잡혀 이러한 즉흥적인 협업의 발생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격 회의 기술에 지리적 제약이 없다는 점은 협업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Davidenko 박사는 말합니다. 시차는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륙을 넘어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이전에는 여러 학회들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만 연사들을 초청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전 세계에서 연사들을 초청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Davidenko 박사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삶의 양상들로 인해 연구자들이 연구해야 할 심리학적 현상도 변화하고 있음을 짚었습니다. 연구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어려움에는 새로운 현상 자체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따라온다는 이점도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전만 해도 낯선 용어였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무언가인 “줌 피로증후군zoom fatigue”은 어떻게 발생하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자가격리가 사람들의 연결감과 소외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심리치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또는 전화로 하는 심리치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일이지만, 코로나19가 이 추세에 불을 붙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Mark Travers 박사는 자가격리 및 시설격리의 본격화로 지금까지 상담실 밖에서 하는 치료에 반대하던 치료자들도 이제는 그 필요성으로 인해 원격 치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my Morin 박사가 정리한 온라인 심리치료의 효과에 대한 여러 연구들은 온라인 심리치료가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신 건강 문제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있어 온라인 심리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14, 특히 온라인 인지행동치료는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에 있어 대면 치료만큼이나 효과적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Journal of Psychological Disorders, 2018; Behavior Research and Therapy, 2014.

온라인 심리치료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Travers 박사는 온라인 심리치료의 시행에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치료자들로 하여금 환자의 관찰을 어렵게 하기에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 역시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Morin 박사는 온라인 심리치료가 특정 문제 또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렵다는 점(자살 의도 혹은 정신병psychosis 등), 비대면 상황에서 치료자들이 환자의 몸짓과 다른 단서들을 놓치게 된다는 점, 기술적 문제, 자신을 온라인 치료자라고 광고하는 일부 사람들이 실제 정신 건강 치료 제공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 치료적 동맹의 어려움 및 위기 개입의 어려움 등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온라인 심리치료의 장점 역시 명확합니다. Travers 박사는 또한 온라인 심리치료가 기존의 심리치료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편리하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를 기존의 치료보다 더 사적인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또한 이러한 온라인 심리치료는 환자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치료자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Morin 박사는 온라인 심리치료에 대해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접근이 용이하며, 실명이 아닌 ‘닉네임’의 이용을 통해 실명 공개를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 대한 스케줄을 잡기 편리하며, 치료자의 시간이 대면 치료보다 7.8배 더 적게 소요되어 치료자들이 대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치료할 수 있고, 참가자들이 대기실에서 아는 사람들을 마주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는 계속해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였지만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혹은 그 후로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심리학 역시 계속되어야 합니다.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그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과업이자 기회일 것입니다. mind

   <참고문헌>

  • Nicolas Davidenko(2020), Psychological Research in the Age of COVID-19, Psychology Today
  • Mark Travers(2020), Will COVID-19 Make Teletherapy the Rule, Not the Exception?, Psychology Today
  • Amy Morin(2020), Does Online Therapy Work?, Psychology Today
유승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전공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정태연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서로 '남'이었던 사람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해 결국 '우리'가 되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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