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심리학이 뭡니까? (2편) – 기원과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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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심리학이 뭡니까? (2편) – 기원과 응용
  • 2021.01.12 10:00

지난 번 글에서는 공학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괄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예고한 바대로 공학 심리학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고,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등등을 다루도록 하겠다!! 지난 번 글 이후 마인드 저널을 통해 학생으로부터 받은 질문도 이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공학 심리학의 기원

때는 바야흐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정확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로켓과 미사일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였다. 문제는 시스템이나 계산에 있지 않았고, 그 시스템을 작동했던 사람 (조작자) 혹은 이 조작자와 시스템 인터페이스 간의 상호작용에 있었다. 이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실험 심리학자들이 분석을 시작했고, 이것이 공학 심리학의 시초가 되었다. 공학 심리학의 탄생은 수많은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새로운 언어의 출현과도 맥을 같이 했다. 예를 들어, 피드백 (feedback: 사용자의 행위가 시스템의 처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인터페이스의 반응), 채널 용량 (channel capacity: 하나의 감각 기관에서 처리될 수 있는 정보의 양), 대역폭 (bandwidth: 단위 시간에 처리될 수 있는 정보의 양) 등은 시스템 사용에 있어서 인간 행동을 묘사하기 위해 새롭게 탄생한 개념들이다.   

공학 심리학을 공부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 그럼 이걸 어디에다 쓸까? 2차 대전은 이미 끝이 났고, 공학 심리학 전공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물론 다른 전공과 마찬가지로 공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서는 회사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학교에 남아 연구자가 될 수도 있고, 정부 기관에서 일할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공학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또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필자는 학교로 돌아오기 전에 석사를 마치고 두 회사에서 관련된 일을 했다. 웹 포털 회사와 전자 회사. 또 전자 회사에서 자동차 관련 일도 했으므로,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세 가지 정도의 큰 범주의 일을 다 해본 것 같다.

먼저,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직업들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따라서, 아래 소개하는 분야에 흥미가 느껴지는 분들은 대학원 진학을 고려해 보길 권한다. 공학 심리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들어갔을 때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살펴보면,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이너User Interface Designer, 시스템 설계사Information Architect, 사용자 경험 연구자User Experience Researcher,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자Human-Computer Interaction Researcher, 인간 공학 전문가Human Factors Specialist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회사에 따라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고, 하는 일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화면이나 사용자 플로우 디자인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설계하는 일)에 더 초점을 두고 일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 경우에도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부서는 대부분 따로 있다), 사용자 연구나 조사를 더 중점적으로 할 수도 있겠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수 있듯이 공학 심리학의 초기에는 안전성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으나, 점차 시스템 사용에 있어 사용자의 전반적인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그 범위와 목적이 확장되어 왔다.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회사들에 이러한 직군들이 있을까? 위에 힌트를 드린 것처럼 웹 회사, 전자 회사, 자동차 회사들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IT 기술 분야의 Big 5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회사들에 이런 자리들이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웹 서비스 위주라면, 애플은 하드웨어, 마이크로 소프트는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사용자 경험 혹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관련 부서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큰 기업들의 경우 한 회사 안에서도 관련된 다양한 직군들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애플에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하드웨어 디자인관련 인간공학 포지션과 아이폰을 위한 인간공학 포지션이 따로 있다) .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웹 회사는 물론, 삼성, 엘지 같은 전자 회사에도 관련된 부서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의 인터페이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모든 자동차 회사들에 이와 관련된 부서 및 자리들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위해 사용자 연구나 디자인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도 아주 많이 있으므로 (예를 들어, IDEO같은 디자인 회사) 이 분야는 아직 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서에는 공학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만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 공학 전공자, 컴퓨터 과학 전공자, 디자인 전공자, 문화인류학 전공자 등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필자에게는 이러한 다양성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공학 심리학의 디자인 요소

그렇다.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멋지다!! 공학 심리학에서는 디자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시스템적 접근을 하고자 한다. 시스템적 접근이란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하나의 나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숲을 생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로는 네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사용자, 과제, 환경, 그리고 기술. 먼저, 누가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디자인할 때 시각 장애인을 위해 버튼에 점자를 추가로 디자인할 수 있다. 어린이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버튼의 위치를 낮출 수도 있다. 과제 성격에 따라 같은 시스템도 다르게 디자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때, 경찰차를 위한 인터페이스는 자동차 경주를 위한 자동차의 인터페이스와 차별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용 환경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휴대폰을 디자인할 때 밤/낮 모드를 고려해야 할 것이고, 실내와 실외 환경, 비나 눈이 올 때 사용할 수 있을지 등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든 요소들과 함께 어떤 기술적인 솔루션이 가장 적합한지를 최종적으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접근성 있는 엘리베이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점자를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음성 인식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는 주 사용자 층의 특성 뿐 아니라, 예산, 프로젝트의 범위 및 기간 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 이제 공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면 어떤 직군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감이 오는가? 본격적으로 공학 심리학자들이 어떤 일들을 해 나아가는지를 소개 하려다 보니 이미 글이 길어져 버렸다. 예상치 않았지만, 마무리를 위해 이 시리즈를 한 번 더 연장해야 할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회사나 조직에서 이런 직군들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래서 이들에게 어떤 임무가 주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제 수행을 위해 학교나 연구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겠다. 그럼 관심 있는 분들은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mind

*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혹시 공학 심리학에 관심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필자에게 이메일 주시길!! myounghoonjeon@vt.edu

그리고 아래 웹 주소를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 인간 공학 관련 이모저모를 담은 리치와 앤 교수의 블로그 http://humanfactorsblog.org/
  • ACM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HCI 매거진 http://interactions.acm.org/
  • 우리 분야의 guru이신 NielsenNorman선생이 운영하는 사용자 경험 관련 웹사이트 https://www.nngroup.com/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컴퓨터과학과 교수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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