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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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 2021.02.12 12:00

 노인학대도 심각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16개월 정인이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한국사회는 분노하였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왔음에도 경찰과 관련기관에서 묵인했던 정인이 사건은 학대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학대와 더불어 눈여겨보아야 할 사회문제 중 하나는 노인학대이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국내의 노인학대 경험율은 9.9%로 나타났으며 2020년 기준 최소 80여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학대에 노출된 것으로 예상되었다. 2019년도 노인학대 현황을 살펴보면 총 16,701건이 신고접수가 되었으며 가정내에서 발생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았다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21. 이러한 노인학대는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비해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였고, 다른 가정폭력에 비해 자기강화의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Storey, 2020. 자기강화self-reinforcement는 자신에 대한 행동을 내면화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복지법 제1조의 2제 4호에서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함’이라고 정의된다. 구체적으로 노인학대는 발생공간에 따라 ‘가정학대’, ‘시설학대’, ‘그 외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대’로 분류가 가능하며 발생형태에 따라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방임, 유기, 자기방임으로 분류된다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21.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신고인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와 벌칙 규정이 도입된 것과 달리, 현행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학대 신고인을 불이익 조치로부터 보호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 신고를 위한 옴부즈맨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정은 노인학대 관련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생적 역학관계에 있거나, 피해노인들의 부정적 학습, 무기력, 정보부족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실제 사례보다 노인학대는 낮게 보고되고 있다정순둘 등, 2020.

가해자 요인과 피해자 요인

노인학대에 관한 연구는 가정폭력과 다른 유형의 학대와 관련된 연구에 비해 뒤처졌지만, 최근에는 누적된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들을 기반으로 노인학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Storey은 노인학대를 다룬 198개의 연구들을 고찰하여 노인학대를 유발하는 가해자 요인과 노인학대에 취약한 피해자 요인을 분류하고 소개하였다. Storey는 가해자와 피해자 요인을 크게 8가지 요인으로 구분했다. 8가지 요인으로 신체적 건강 악화, 정신적 건강 악화, 물질남용, 의존성, 스트레스 대처 능력, 노인에 대한 태도, 과거 학대 경험, 인간관계 문제로 분류하였고, 이는 노인학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신체적 건강 악화 요인으로는 노인을 돌보는 보호자 또는 노인이 만성질환, 신체적 질병, 활동제한이 있을수록 노인학대가 많이 나타났다. 둘째, 정신적 건강 악화 요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우울증상, 인지기능저하, 치매가 있을수록 노인학대가 나타난다. 셋째, 물질남용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알코올이나 과도한 약물을 복용할 경우 가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피해자의 보호 능력이 저하될 수 있어 노인학대에 영향을 준다. 넷째, 의존성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제적, 주거적, 법적, 생활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노인학대에 영향을 준다. 다섯째, 스트레스 대처 능력으로는 가해자의 부양부담으로 인한 소진과 미흡한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피해자의 경우 스트레스와 자기방임에 대한 미흡한 대처 능력이 노인학대에 영향을 준다. 여섯째, 노인에 대한 태도로는 가해자의 노인에 대한 방임, 무시, 비허용적, 반사회적 태도가, 피해자의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귀인과 가해자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노인학대에 영향을 준다. 일곱째, 과거 학대경험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아동학대의 경험이 있을수록 노인학대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 문제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인간관계에 갈등이 있거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부족한 사회적 지지를 경험할수록 노인학대가 나타났다.

 본 논문은 노인학대에 관련한 연구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노인학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분류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논문은 노인학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함으로써 노인학대 예방에 도움을 주며, 노인학대와 관련된 실무자들에게 노인학대에 대한 기초적 지식과 현장에서 식별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와 관련기관에서 파생될 수 있는 노인학대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험요인과 같은 요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모든 노인학대 연구를 고찰할 수 없다는 점, 낮은 노인학대 보고율과 같이 노인학대 관련 연구 자체가 갖는 태생적 한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추후 이를 보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노인학대 대처 방안

현재 노인학대에 대하여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가정폭력 관련 법률, 성폭력 관련 법률, 형법에서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있으며 노인학대를 대처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등이 있다. 국내 노인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노인학대특별법과 같은 상위법 제정, 신고인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와 벌칙 규정과 같은 조항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학대예방을 위한 기초교육, 지역사회 협력체계 활성화, 상담지원체계 구축 등과 같은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며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 활성화도 필요하다박영수, 조용섭, 2014. 추가적으로 노인학대사례별 빅데이터에 근거하여 사각지대의 노인학대를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여 노인학대 예방과 개입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노인학대 문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안전과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인 인권과 연관되기 때문에 개개인, 지역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학대에 대처하여 노인들이 학대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감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mind

   <참고문헌>

  • 박영수, & 조용섭. (2014). 노인학대의 실태분석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서울시를 중심으로. 한국경찰연구, 13(3), 109-136.
  • 보건복지부. (2017).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 세종: 보건복지부
  • 정순둘, 김혜경, 박화옥, 김범중, 곽민영, 양옥남. (2020). 노인복지학. 공동체.  
  • 중앙노인전문보호기관. (2021). http://www.noinboho.or.kr/
  • Storey, J. E. (2020). Risk factors for elder abuse and neglect: A review of the literature. 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50, 1-13. https://doi.org/10.1016/j.avb.2019.101339.
최명진 중앙대 심리학과 노년심리 석사과정
노인 심리, 노인 상담, 노인 복지를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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