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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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 2021.02.16 11:02
2021년 졸업을 축하합니다. 코로나19 창궐에 기여한 바 없지만 미안합니다. 

사는 동안 내가 익숙한 세상에 큰 변화가 없기를 은근히 바랐습니다. 뉴 테크놀로지와는 되도록 거리두기를 하려고 했건만 지금은 온라인 수업도 화상회의도 밴드도 *튜브도 이제 익숙합니다. 2019년까지만해도 수업시간에 한두 명 보일 때면 아프거나 화장을 안 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소통거부의 소극적 사인 정도로 넘어갔던 마스크 착용은 이제 생존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어설프게 온라인 수업을 만들기 시작했고 막연히 코로나가 언제 끝나나, 언제쯤 일상으로 되돌아가나 하며 불안과 분노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게으름과 조급증을 코로나에 투사하며 1학기를 홀랑 보내 버렸습니다. 대면수업의 희망도 반짝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를 못내 수용하며 우리는 빠르게 온라인 2학기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그리고 기어코 기말고사까지 비대면으로 그렇게 2020년과 작별했습니다.

졸지에 당한 코로나의 습격으로 2020년 졸업식을 못해 아쉬웠습니다. 입학식을 못했던 2020년 신입생도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온라인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2021년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1년을 코로나 시대로 마무리한 것이 새로운 시대의 적응을 도울 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늘 그랬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혹시 20201학기 초 온라인 수업에서 했던 말 기억하나요? (필자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격려 및 위로 차원에서 했던 말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 시간 (당시 이렇게까지 길어질지 몰랐지만)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1년 후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그 동안 자격증을 딴 사람, 살을 뺀 사람, 살이 오른 사람, 운동을 시작한 사람, 생전 처음 A학점을 받은 사람,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사람, 걷기를 시작한 사람, 작은 성공을 경험한 사람, 푹 쉰 사람, 대학원에 합격한 사람도 있더군요.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망설이고 서성였던 그래서 뭐 하나 똑부러지게 한 게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만큼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것도 없으니까요.

이제 뒤돌아보지 마세요. 앞으로 나아가세요. 새롭게 시작하세요.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움츠려들 때도 많겠지요. 하지만 용기를 내세요대학의 문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길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세요. 우리가 늘 응원합니다. 2021년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mind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 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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