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아 보겠쥬? (feat. 백종원 @ SBS 연예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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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아 보겠쥬? (feat. 백종원 @ SBS 연예 대상)
  • 2021.03.01 10:10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마스크로 인해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얼굴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얼굴인식이 가장 중요한 생체 인식 방법이 된 요즘 이 이슈는 상당히 중요하다.

연말에는 연예대상이지!”

평상시에 TV를 즐겨보지 않는, 아니 TV 볼 시간이 없는 와이프의 모순적 취향이다. 그것도 연기대상도 아니고, 가요대상도 아니고, 꼭 연예대상. 아마도 연일 계속되는 두 아이와의 전쟁 속에서 예전 여유 있었던 시절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TV를 잘 보지 않으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맥주나 와인을 홀짝거리며 연예대상을 시청하는 것이 우리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연례행사이다.

20201219일 토요일. 올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연예대상을 시청 중이었다. 방송국은 SBS. 하루의 마지막 일과로 아이들 씻기기를 마치고 TV를 틀었다. 이미 시상식은 진행 중.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 시상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긴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 사치. 벌써 몇 부문의 시상이 끝났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사실 수상자를 아는 것보다는,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니.

상을 받은 어느 연예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흔하디 흔한 시상식의 풍경. 그냥 그 모습을 왠지 모를 흐뭇함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상식 무대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연예인들을 보곤 놀라움에 마시던 알코올이 탈출할 뻔 했다. 다들 이런 모습이었다.

코로나 19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예전의 평범한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다. 사실 이런 시국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상식을 진행한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방송국에서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던 것 같다. 일반 관객들은 초대하지 않았고, 수상자 및 수상후보 연예인들만을 초대했으며, 수상자가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을 때에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얼굴이 새겨진 마스크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참석한 연예인들이 누구인지 시청자들이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나보다. 각 마스크에는 그 마스크를 착용하는 연예인들의 하관이 인쇄되어 있었다.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참석한 연예인들 모두에게 각자의 마스크를 제작하여 주었으니. 동시에 프로그램의 제작진들도 흐뭇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인가. 하지만 막상 그 마스크를 착용한 연예인들을 보고는 제작진들이 여전히 흐뭇한 표정을 지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위의 사진에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려웠다. 아마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마스크에 인쇄된 하관이 그 연예인을 알아보는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단 한 사람. 백종원씨를 제외하고.

다른 연예인들은 마스크 때문에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백종원씨는 너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모든 연예인이 백종원씨 같았다면 제작진의 의도가 완벽하게 들어 맞았을 것이다.

왜 이럴까? 왜 모든 연예인들에게 내렸던 마스크의 저주가 백종원씨에게만 비껴 갔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독자 여러분들도 다 알 것이다. 백종원씨의 경우에만 마스크에 인쇄된 코와 입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눈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마스크는 나의 신분을 감추는 데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자신의 사생활을 숨기려고 하는 연예인들도 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마스크에 검은 뿔테 안경을 더하면,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얼굴이 일반인에 비해 더 작은 연예인들의 경우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절반이 가려지는데, 알아보는 것이 더 신기할 뿐. 하지만 이 부분에서 나와 같은 지각 심리학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마스크를 쓰면 못 알아본다는 점이 아니라, ‘만 보고는 알아차릴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 , , 입을 기대만큼 상세하게 보고 기억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떤 사물이 지각될 때는 주변의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특히 하나의 집단에 속해 있다고 생각될 때 그 영향이 강해진다. , , 입이 모여 있는 얼굴을 봤을 때 눈, , 입을 따로 따로 떼어서 보고 기억하는 것은 사실 의미 없는 일이 된다. 이전에도 말 했지만, 내 얼굴에 박보검의 눈이 있어도 그 눈이 박보검의 얼굴에 있는 것처럼 빛이 나지 않는것과 비슷하다.  그럼 중요한 것은? , , 입의 전체적인 배열 정보이다.

알아보기 힘든 이유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이유는 마스크로 가려진 부분 즉, 코와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코가 어디서 끝나고, 입이 얼굴에서 어느 부위에 있는가를 모르기 때문에 더 헛갈리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정확하게 적용된 것이 바로 이 SBS 연예대상의 마스크이다. 마스크에 각 연예인의 하관을 인쇄하면, 코가 어떻게 생겼는지,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사람이 누구인지 헛갈린다. 마스크에 인쇄된 코와 입이 실제 얼굴과 유사한 크기인지, 그리고 마스크를 정확하게 착용해서 실제 코가 끝나는 부분에서 마스크에 그리진 코도 끝나고, 원래 입이 있던 위치에 마스크의 입이 위치해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된다. 그 많은 연예인 중에서 너무 알아보기 쉬웠던 백종원씨의 경우가 운이 좋게도 코와 입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명 황광희 마스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황광희 마스크는 아래의 사진에서처럼 마스크의 입주변을 투명하게 만들어 실제 입이 보이는 마스크이다.

이 마스크는 입 모양을 보여주는 용도로 쓸모가 많다. 우리가 실제 대화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정보는 말소리이지만, 입 모양까지도 함께 사용한다. 우리말의 경우에는 크게 실감을 하지 못 할 텐데,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생각해 보자. 외국인과 실제 대면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래도 대충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 이해하기 힘들거나, 아니면 전화 이후에 급격한 피로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입모양을 보지 못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정보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볼 때 소리와 영상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입만 보여 주어도 

하지만 이 외에도 황광희 마스크를 쓰면 일반 마스크를 쓴 것보다 쉽게 그 사람을 알아 볼 수 있다. 입 모양이 제공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입의 위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각 심리학의 입장에서는 마스크로 인해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얼굴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얼굴인식이 가장 중요한 생체 인식 방법이 된 요즘 이 이슈는 상당히 중요하다. 최신 연구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어느 정도 신원ID이나 표정을 인식한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공학 분야에서도 마스크를 했을 때의 얼굴 인식이 가능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코로나 19가 거짓말처럼 없어지고, 마스크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된다면 지금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마스크 연구가 의미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연구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지각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벽돌 하나를 쌓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학자들이 하는 일이고, 수천년간 지속된 학문이 발전하는 방법이다.

그러고 추가적으로 두 가지만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첫 째, 어쨌건 SBS 연예대상의 제작진들에게는 감사와 칭찬의 박수를 치고 싶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진행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참석한 연예인들을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보여주고 싶은 방송인들의 진정성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고 생각한다. SBS 연예대상 사랑해요~~~

둘째, 백종원씨가 알아보기 쉬운 이유가 온전히 입과 코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비슷했다는 한 가지 이유로 말할 수는 없다. 백종원씨의 헤어스타일과 같은 정보들이 백종원씨라는 것을 강하게 알려주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안면인식장애얼굴실인증로 얼굴만으로 타인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에도 목소리나 헤어스타일, 옷차림, 전체 몸의 실루엣 등으로 상대방을 알아본다. mind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치고, 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Boston University와 Brown University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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