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심리학이 뭡니까? (3편) - 기대와 역할, 그리고 세 가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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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심리학이 뭡니까? (3편) - 기대와 역할, 그리고 세 가지 접근
  • 2021.03.01 15:00

 

드디어 공학 심리학 소개의 마지막 편에 이르렀다. 예고한 바대로 이번 글에서는 회사나 조직에서 공학 심리학 (혹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 UI/UX) 관련 전공을 가진 직군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래서 이들이 어떤 일들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제 수행을 위해서 학교나 연구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연구 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겠다

역할의 진화

다음은 몇 년 전 Interaction 매거진에 실렸던 기사를 일부 발췌한 것이다. ‘노키아라는 유명한 휴대폰 회사에서 UI/UX 분야의 직원들에게 가지는 기대와 요구가 어떻게 진화해 나아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다초창기에 개발자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쉽도록 평가해줄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이 이미 디자인해 놓은 인터페이스를 마지막 단계에 UI/UX 부서가 평가해 주기를 원했다. 그 다음 시기에는 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쉽도록 디자인하는 걸 도와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UI/UX 부서의 개입 시기가 조금 앞당겨져서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우리가 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디자인 해야할 지를 알 수 있도록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걸 도와줄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이제 디자인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용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달라고 부탁하게 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질문이 이렇게 바뀌게 된다. “우리가 흥미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삶의 단면 혹은 가치를 좀 봐줄 수 있습니까?” 이제 우리는 회사가 사용자들이 재미를 느끼려면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방향 설정을 도와달라고 한다. 이 예시들에서 볼 수 있듯이 UI/UX 부서는 시스템의 전체 개발 단계에서 점점 이른 시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학심리학의 교육 과정에서는 사용자의 요구를 조사하고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방법론을 배운다. 하지만, 삶의 가치나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된 방법이 없다. , 공학심리학이나 UI/UX 관련 전공을 한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다는 것! 이 부분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제 하는 일

사용자의 요구를 찾는 일과 시스템을 평가하는 일에 있어서는 공학 심리학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방법론들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어떻게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더 편안하고 편리하게 해 줄지를 고민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관찰하고 배우는 것이다. 문화기술학에서 하듯이 대상으로 하는 사용자 집단에 들어가 지내면서 그들의 삶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혹은 문제가 없더라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틈새를 찾을 수 있다. 사용자 인터뷰를 하고 설문 조사도 실시한다. 디자인 과정에서는 대표적인 사용자 모델 (페르소나)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고 (예를 들어, “영희”, “25, 대학원생 그리고 자세한 프로파일),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영희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것을 좋아할까 상상하면서 디자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용 사례나 사용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도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잡기 위해 도움이 된다. 물론, 기본적인 화면 구성이나 인터페이스 사용의 흐름도 디자인한다.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아도 마우스로 여러가지 기본 화면을 구성해 볼 수 있는 시각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 있어서 프로토타입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의 견본)을 만드는 일도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그래픽 디자이너, 하드웨어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 및 엔지니어들과 제품을 개발 하는 내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나아간다. 그리고 작동하는 시제품이 나오게 되면, 사용성 평가를 하게 된다. 시간과 예산에 따라 사용자 테스트나 실험을 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시스템을 평가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제품 혹은 시스템의 개발 주기인 분석, 디자인, 평가 이 모든 단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세 가지 연구 레벨

그렇다면, 회사가 아닌 학교나 연구소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까? 학교에서도 제품 개발 각 단계의 디자인 및 평가에 관련된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연구 질문을 가지고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조금 더 심도 있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가 어떻게 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새의 날갯짓을 연구하기 위해 동역학을 공부할 것이다. 새의 깃털이 어떻게 그렇게 가벼울 수 있는지 깃털의 구성요소를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새의 날개와 몸의 다른 부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어서 새가 날 수 있는 지에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공학 심리학에서도 인간과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이처럼 서로 다른 레벨의 연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설문이나 인터뷰, 실험과 같은 방법들은 심리학적 레벨에 속한다. 심리학적 방법론을 써서 우리는 인간의 말과 행동에 기반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사용해서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기 때문에 이 레벨의 방법론이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 째 사용하는 방법은 신경생리학적 혹은 신경공학적 레벨이다. 운전 중 차량 인터페이스 조작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없이 운전을 하고 있을 때와 새로 개발한 홀로그램 (허공에 띄울 수 있는 입체 영상)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같은 과제를 수행하고 있을 때, 그들의 뇌 신호나 생리 신호를 측정해서 그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심리학 수준에서 얻은 언어나 행동 자료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조작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신경생리학적 신호는 의도적으로 왜곡하기 힘들다. 따라서 더욱 객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뇌 신호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따라서, 두 번째 레벨은 좀 더 객관적이지만, 간접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생리학적 자료와 심리학적 자료의 일치 여부를 통해 사용자의 반응을 검증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사용자의 반응을 인터페이스의 디자인 요소가 바뀔 때마다 다시 측정해야만 한다면, 그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디자인 요소와 사용자 반응의 관계에 대해서 계산 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면, 이러한 노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고맙게도 심리학과 인지과학 연구자들은 우리 뇌에서의 정보 처리 시간과 타자를 치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작은 행동의 반응 시간 수치를 이미 데이터베이스화 해 놓았다. 이런 자료를 이용해서 수학적 모형을 구축하는 것은 계산적 레벨에 속한다. 정리하자면, 심리학적 레벨에서는 새로운 컨셉이나 시스템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사용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다. 신경생리학적 레벨에서는 그 행동 이면에 어떤 뇌과학적인 활동 및 설명이 있을 수 있는가를 답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계산적 레벨에서는 그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는 계산적 모형을 만들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연구실마다 하나의 접근에 더 특화된 방법론을 사용하기도 하고, 필자의 연구실처럼 세 가지 레벨의 방법론을 모두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서 공학 심리학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학 심리학은 인간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특징을 이해하고 그 지식과 방법론을 제품이나 시스템과의 접점인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데에 적용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공학 심리학을 공부하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그 일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고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는지 등등을 알아보았다. 공학 심리학은 이름에서처럼 그 태생 자체에 여러 학문이 함께 속해 있었고, 지금도 학교나 산업체에서 다른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만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그리고 공대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mind

   ※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 공학 심리학에 더 관심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필자에게 이메일 주시길! myounghoonjeon@vt.edu
  • 공학 심리학과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필자의 연구실 웹 페이지를 방문해 주시길!! https://trim.ise.vt.edu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컴퓨터과학과 교수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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