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을 위한 집콕 여행, 가상현실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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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을 위한 집콕 여행, 가상현실 숲
  • 2021.03.10 12:27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극복하고,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지 못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방구석 랜선여행’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거 아시나요?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도 방구석 랜선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요!

모두의 소망과 달리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게 되면서, 우리 모두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고,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집에서 즐기는 취미활동 즉, 언택트∙비대면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한 해였습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연주자들이 동시에 합주를 하는 온라인 음악회 뿐만 아니라, 실황 공연을 생중계하는 온라인 발레 공연 등 다양한 온라인 공연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지 못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방구석 랜선여행’이 인기가 많았는데요. 녹화된 여행 동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서, 실제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을 하고, 실시간으로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며 함께 소통하는 ‘방구석 랜선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실시간 현지 워킹 투어부터 랜선미술관 도슨트 투어까지, 다양한 랜선세계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안에서 여행지 영상을 보며 간접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실제 여행을 하는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거 아시나요? 방구석 랜선여행은 젊은 배낭여행자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닙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도 방구석 랜선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요!

본 리뷰에서는 치매 노인을 위한 방구석 랜선여행, 가상현실 숲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편의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Moyle et al., 2018.

노인 돌봄에서 기술 활용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사회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 돌봄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건강과 웰빙, 지원을 돕거나예: Health Vault, Ideal Life,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의 안전과 웰빙을 증진하기 위한예: My Halo, Comfort Zone 다양한 기술-중재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Lindeman et al., 2020.

2020년 Lindeman과 동료들은 이러한 “기술 기반 중재”에 활용되고 있는 최신 기술을 8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Lindeman et al., 2020. 최신 기술의 구분과 구성은 다양하지만, 첫째,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기기와 같은 센서기술; 둘째, 인공지능 및 자연어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한 알렉사Alexa, 구글홈, 쉬리Siri와 같은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셋째, 먼 거리에서 노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원격의료 및 원거리모니터링 기술; 넷째, 자동주행차량, 승차공유, 드론drone 등; 다섯째, 스마트 안경과 같은 다양한 보조 기술; 여섯째,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기술; 일곱째, 원격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재테크; –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최신 기술 중에서, 다음에 소개하는 연구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사례입니다. 바로 Moyle와 동료들의 2018년 논문에 게재된, 치매 노인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 가상현실 숲 기술을 활용한 중재 연구입니다.

가상현실 숲을 아시나요?

 “가상현실 숲”은 상호작용과 몰입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현실 환경의 일종입니다. 말 그대로 가상의 그러나 마치 진짜 숲 속을 체험하는 듯한 가상현실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치매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가상현실 숲은 노인의 움직임에 따라 상호작용이 가능한 커다란 스크린에 숲이 재현되며, 특수하게 제작된 영상과 소리의 감각적인 경험이 동반됨으로써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가상현실 환경을 조성합니다. 실제 화면 속의 새, 동물들이 노인의 움직임에 반응하기도 하며, 특수한 VR 안경과 같은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노인이 가상현실 숲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옆에서 도움을 주는 훈련받은 조력자가 함께하기도 합니다. 이는 『Alzheimer’s Australia Vic 2016』 등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Dementia Australia 웹사이트에서도 「Virtual Forest™」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숲(VRF) 이미지 (출처: Moyle et al., 2018)
가상현실 숲(VRF) 이미지출처: Moyle et al., 2018

치매 노인을 위한, 가상현실 숲

2018년 저명한 노년학 저널인 『The Gerontologist』에서, Moyle과 동료들은 치매 노인을 위한 가상현실 숲의 유효성/효과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가상현실 숲이 치매 노인의 기분, 무감동/무관심, 참여도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고, 가상현실 숲을 체험한 치매 노인과 그들의 가족, 돌봄 직원들의 경험을 탐색하였습니다. 혼합방법론을 사용하여, 두 곳의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 10명, 그들의 가족 10명, 시설의 돌봄 직원 9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한편으로 가상현실 숲 프로그램에 참여한 치매 노인의 기분, 무감동/무관심, 참여도를 척도를 이용하여 객관적으로 측정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가상현실 숲에 대해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과 가족, 돌봄 직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최대 15분의 가상현실 숲 체험을 하는 동안, 치매 노인들은 더 높은 각성 수준과 즐거움을 보였습니다. 다만, 동시에 대략 절반의 노인은 유의미하게 더 높은 수준의 불안/두려움도 함께 나타냈습니다.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치매 노인들은 가상현실 숲 체험이 즐거웠다고 하였으나, 일부는 지루하거나 혼란스럽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가족들은 인터뷰에서 치매를 가진 가족이 가상현실 숲을 체험할 때 기분이 좋아보이고, 자기효능감통제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보였다고 이야기하였고, 한번에 5-10분 정도의 체험이 충분하다고 대부분 동의하였습니다. 한편, 돌봄 직원들은 모두 가상현실 숲의 긍정적인 영향 – 즐거움, 기분 향상, 자기효능감, 인기기능 개선 등 – 에 동의하였고, 특히 가만히 앉아서 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치매 노인들의 모습에서 가상현실 숲의 진정 효과에 대해 보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개인차에 대해 지적하였고, 특히 치매 수준과 신체 기능이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몇몇 직원은 치매 초기 단계의 노인들은 쉽게 지루해할 수 있으며 중증도/중간 단계의 치매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가족들과 직원 모두 숲 이외에 바다처럼 다양한 장면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슬기로운 집콕 컨텐츠 …

치매 노인을 위한 게이밍 기술 활용 – 예를 들어, 가상현실, 닌텐도 위Wii 등 – 은 최근 주목받는 연구 분야입니다. 특히 요양시설과 같이 활동이 제한적인 곳에서 말이죠Moyle et al., 2018. 현재 한국에서도 독거노인 AI 스피커 사업과 같은 ICT기반 노인돌봄서비스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최신 기술은 학생과 젊은 성인들만이 즐길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닙니다. 치매를 앓거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조금의 배려와 도움만 있다면 함께 닌텐도 위 게임을 하고, 방구석 랜선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 이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아이부터 노인까지 우리 사회 모두가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슬기로운 집콕 컨텐츠의 탄생을 바래봅니다.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최승표. (2020.07.31). 1만원 내고 프랑스 갔다왔다···인기상품 된 ‘방구석 랜선 여행’. 중앙일보, Retrieved from https://news.joins.com/article/23837833
  • Dementia Australia [웹사이트] https://www.dementia.org.au/
  • Lindeman, D. A., Kim, K. K., Gladstone, C., & Apesoa-Varano, E. C. (2020). Technology and Caregiving: Emerging Interventions and Directions for Research. The Gerontologist, 60(S1), 41–49. doi: 10.1093/geront/gnz178
  • Moyle, W., Jones, C., Dwan, T., & Petrovich, T. (2018). Effectiveness of a Virtual Reality Forest on People With Dementia: A Mixed Methods Pilot Study. The Gerontologist, 58(3), 478–487. doi: 10.1093/geront/gnw270
  • myrealtrip [웹사이트] https://www.myrealtrip.com/
신동희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노년심리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노년심리 전공 석사과정 학생입니다. 노년기의 행복하고 활동적인 삶에 대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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