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과 함께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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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과 함께 사는 이유
  • 2021.04.13 08:32
반려동물 가운데 도마뱀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함께 사는 걸까요.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입니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진행한 펫푸드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가구의 26.4%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작년에는 EBS에서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파충류 사육사와 강아지 유치원 선생님들의 직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하며,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그에 따른 새로운 직업들의 등장을 공고화하기도 하였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능이다 -찰스 다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능이다 -찰스 다윈-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행복감에 기여하는 방식은 주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거나Staats, Wallace, & Anderson, 2008,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McNicholas & Collis, 200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적 지지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Knight & Edwards, 2008; Serpell, 1991; Wells, 2009. 이렇게 반려동물은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을 증가시킬 수 있지요. 심란한 일이 있을 때 반려동물에게 직접적으로 위로를 얻을 수도 있고, 반려동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하면서 지지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파충류는 애완동물, 관상동물 혹은 반려동물로써 분명한 매력이 존재하는 동물들입니다. 독특하고 다양한 생김새와 행동, 그리고 포유류와는 이질적인 생김새 이면에 친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물고기를 키울 때와는 달리 핸들링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개와 달리 끊임없는 관심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도마뱀과 함께 지냅니다. 종은 ‘레오파드 게코’인데요. 레오파드 게코는 야행성이고 수명이 10여년 정도입니다. 다 자라면 25cm~30cm 가량 되고, 베이비가 성체로 자라기까지 2년정도 걸립니다. 레오파드 게코는 대체로 성질이 온순한 편이라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습니다

도마뱀은 반려동물일까요? 반려가 ‘집사와 사육개체가 교감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면 양서 파충류는 반려동물이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반려가 ‘애정을 주고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양서 파충류 사육은 끊임없이 쏟아붓는 짝사랑에 가깝지만, 이들은 정확히 주인이 쏟은 사랑만큼 반응합니다.

일반적으로 파충류 사육에 관해 지적받는 요소 중 하나는 '교감도 불가능한 생물을 왜 키우냐?'입니다. 그렇지만 포유류와 방식이 다를 뿐이지 교감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파충류 경우 '핸들링'이 필수인데, 이것이 익숙해지면 파충류는물론 그 사람 한정이지만 인간에 대한 예민함을 풉니다.

도마뱀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저런 걸 왜 키우냐, 무섭다'인데요. 얘기하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본인의 자유이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남한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동물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마뱀과 함께하는 사람이 느끼는 공통된 매력은 귀엽다는 것인데요. 교감하기 위해 핸들링을 시도할 때, 처음에 사람의 손을 낯설어 하면서 경계하며 도망가려고 하지만 주기적인 핸들링으로 친해지면 손바닥 위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 한번 정도는 핸들링을 해주려고 하는 데, 제 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녀석의 모습은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도마뱀의 매력은 미소와 탈피입니다. 도마뱀은 대부분 무표정한데요. 위아래로 째진 이 녀석의 동공은 보기에 따라 사이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게코도마뱀은 미소진 얼굴을 보이곤 합니다. 인간의 미소와 같겠습니까마는 최소한 편안함과 친숙함을 느끼는 대상에게 도마뱀이 보여주는 선물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는 자라면서 몸집이 커짐에 따라서 바깥쪽 피부를 벗습니다. ‘탈피’지요. 성장이 빠른 어린 개체일수록 자주 탈피를 하는데, 짧게는 1~2주에 한 번씩 합니다. 자연에서는 알아서 탈피를 하지만, 사육할 때 탈피를 잘하지 못해 남은 껍질이 몸에 붙어 있는 경우엔 작은 집게로 껍질을 벗겨줘야 합니다. 탈피를 도와주면 자신의 몸을 저에게 내맡기는 데, 개운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키우는 여러 종류의 반려동물 중 한 가지는 가재인데요. 이 녀석들도 탈피를 자주 합니다. 가재 경우, 탈피 중에 헌 갑각에 갇혀서 종종 죽습니다. 에고. 가재의 탈피를 도와주는 것은 전문가 몫이죠. 게코도마뱀 탈피를 도와주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 마음의 마지막 탈피는 언제였지?’, 두터워가는 외피에 익숙해져 있는 거 아닌가하고 말이죠.

저희집 아이들도 게코도마뱀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유치원생인 둘째가 장난감처럼 도마뱀을 거칠 게 대하곤 했습니다. 둘째에게 “아파트만한 거인이 너를 세게 쥐거나, 딱딱한 물체에 툭툭 부딪게하면 기분이 어떻겠니?”라고 했죠. 도마뱀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고통과 애정을 느끼는 생명이라고 알려줬더니, 고무도마뱀과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mind

   참고문헌

  • Knight, S., & Edwards, V. (2008). In the company of wolves,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benefits of dog ownership. Journal of Aging an Health, 20, 437-455.
  • McNicholas, J., & Collis, G. (2000). Dogs as catalysts for social interactions: Robustness of the effect.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91, 61-70.
  • Staats, S., Wallace, H., & Anderson, T. (2008). Reasons for companion animal guardianship (pet ownership) from two populations. Society and Animals, 16, 279-291.
  • Serpell, J. (1991). Beneficial effects of pet ownership on some aspects of human health and behavior. Journal of Royal Society of Medicine, 84, 717-720.
  • Wells, D. (2009). The effects of animals on human health and well-being. Journal of Social Issue, 65, 523-543
정형수 마음터심리상담센터 대표 상담심리 Ph.D.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이자,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1급(No.583). 마음터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피해와 괴롭힘, 상실과 애도, 의미있는 삶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과 사회문제를 영화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아이들과 동화를 보며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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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안시 2021-04-14 20:46:30
사진은 글 쓴 분이 키우시는 도마뱀인가요? 너무 귀엽네요 심장 아파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