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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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대로
  • 2021.05.07 01:02
벌써 세월은 이만치 흘러갔는데, 내 삶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기 어려운 우리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혜, Master of Virtue

내가 계획하고 바라는 대로 삶이 이루어진다면 인생에 무슨 고민이 있겠냐만, 아쉽게도 우리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고대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현대의 심리학자들도 인간의 심리적 성숙을 바로 이러한 인생의 특성에 초점을 두어 이해해왔다. 다른 말로 하면 인생은 많은 부분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지혜의 발달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보다 복잡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기도 한데, 그것은 삶의 모순과 역설을 통합하여 더 넓은 삶의 관점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Ardelt, 2016; Basset, 2006.

Alex Katz - Red Sweater, 1999; Klöcker Collection, Bad Homburg v.d.Höhe, Photo: Martin Url/© Bildrecht, Vienna, 2017.
Alex Katz - Red Sweater, 1999; Klöcker Collection, Bad Homburg v.d.Höhe, Photo: Martin Url/© Bildrecht, Vienna, 2017.

지혜의 방해물: 확증편향

우리가 처한 실제 삶의 특성과는 달리, 우리는 불확실한 것보다는 명쾌한 것을 선호한다. 무엇이 정답인지, 누가 내 편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등의 명확한 예측은 인간의 삶의 만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은 불안과 공포와 같은 부정정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명쾌함에 대한 과도한 추구는 때로 독이 된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실제 우리의 삶이 그렇게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와 관련된 변인으로 주로 언급하는 것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다. 우리는 자신의 한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삶에 대한 인지적 틀, 즉 도식schema을 만들어 낸다. ‘내가 살아보니 그러하더라라는 말에는 그 사람의 연륜이 묻어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자만도 숨어 있다.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믿는다면 말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적인 도식과 일치하지 않는 사건을 경험하면 심리적으로 몹시 불편함을 느끼고, 자신에게 익숙한 것설령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더라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확증편향과 관련이 있다. 즉 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을 취하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만을 선택적으로 취함으로써 자신의 기존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감정다양성: 긍정과 부정에 대한 개방성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건은 긍정과 부정의 공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통제하려고 한다. 이것은 감정다양성emodiversity, 즉 긍정과 부정의 다양한 정서가 공존하는 우리의 삶의 근원적인 속성을 왜곡하는 것이기도 하다Quoidbach et al., 2014. 우리가 잘 아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1959 역시 온전히 기능하는 사람의 특성으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언급하였다. 이것은 외부나 내부의 자극에 대해서 방어하지 않는 것이며, 즐거운 경험과 불쾌한 경험 모두를 동일하게 의식하는 것이다. 또한 삶을 흘러가는 것으로 바라보고, 현재의 경험들을 역동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즉 삶을 결과물이 아닌 흘러가는 과정으로 경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역으로 새로운 경험에 의한 심리적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흘러감에 대한 지혜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지혜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지혜는 나이와 함께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변인은 아니다. 이러한 연령 관련한 변인은 개인이 능동적으로 그것의 발달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저해될 수 있다Mickler & Staudinger, 2008.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의지를 가지고 이러한 성향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에 대해서 겸손하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내가 미처 다 알지 못하고 계획하지 못했더라도 흘러가는 대로 삶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희로애락의 정서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처음에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삶이 허락하는 경험 안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고 더욱 확장된 자기를 마주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지혜일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Ardelt, M. (2016). Disentangling the relations between wisdom and different types of well-being in old age: Findings from a short-term longitudinal study.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7, 1963-1984.
  • Basset, C. (2006). Laughing at gilded butterflies: Integrating wisdom, development, and learning (chap. 14). In C. Hoare (Ed.), Oxford handbook of adult development and learning.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 Mickler, C., & Staudinger, U. M. (2008). Personal wisdom: Validation and age-related differences of a performance measure. Psychology and aging, 23, 787-799.
  • Quoidbach, J., Gruber, J., Mikolajczak, M., Kogan, A., Kotsou, I., & Norton, M. (2014). Emodiversity and the emotional ecosystem.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3, 2057-2066.
  • Rogers, C. (1959). A theory of Therapy, Personality, and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s developed in the client-centered framework. In S. Koch (Ed.), Psychology: A Study of science. New York: McGraw-Hill.
장민희 중앙대학교 안전웰빙문화연구소 연구원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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