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 상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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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 상담하기
  • 2021.10.20 12:02
은유 이미지는 상담에서 자기창조된 통찰과 치료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 은유는 라포를 형성하고, 저항을 감소시키며, 동기를 증진시키고, 문제와 해결의 재구성 등을 통해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은유는 내면속에 있는 것을 잘 드러내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그것과 닮은 다른 것을 이용해서 내담자로 하여금 내면의 심리를 잘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개입인데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잘 표현하지 못할 때, 은유는 자기 노출을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고통과 분리되어 자신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볼 수 있게 합니다.

상담학적으로 은유적 의사소통은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신화, 우화, 동화, 비유, 일화의 형태로 사용될 수 도 있습니다. 이야기 중에는 억압된 이야기와 드러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정적 이야기는 심리적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를 억압하거나 잊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내담자가 아픈 기억일지라도 이야기로 드러내놓을 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어려울 경우, 상담자는 여러 가지 상징과 비유를 통해 드러내놓을 수 있도록 인도해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담자가 상징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 하는 것을 ‘이야기 은유’narrative metaphor라고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담자의 대인관계 상황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의 다양한 관계성을 알 수 있게 하며, 내담자의 삶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제껏 내담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제를 자신의 것, 즉 ‘내면화’internalizing했던 것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문제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때 문제를 실체화, 객체화, 의인화하게 됩니다. 문제와 내담자를 분리하게 되면 문제는 보여지고, 만져지고, 느낄 수 있는 객체가 됩니다. 이렇게 객체화된 문제와 대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 분리하기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입고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길을 제시해 줍니다. 이 방법은 내담자 자신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혹은 문제와 동일시하는 기존의 사고를 해체시키고자 합니다. 더 이상 문제는 내담자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게 됩니다.

 

은유 이미지는 상담에서 자기창조된 통찰과 치료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 은유는 라포를 형성하고, 저항을 감소시키며, 동기를 증진시키고, 문제와 해결의 재구성 등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이뤄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인지치료에서 은유는 내담자의 핵심 신념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신념의 경계를 확장시켜 주는 데 사용됩니다. 합리정서행동치료에서는 은유 내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내담자와 논박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유적 언어는 내담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고, 새로운 정신 모형을 창조하고, 불합리한 가정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도울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게는 자라남에 따라 자신의 껍질을 떼어버릴 필요가 있는데, 그것을 버림으로써 딱맞는 새 껍질이 만들어질 때까지 얼마 동안은 연약하게 된다”라는 은유는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에 위기의 시기가 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내가 한 마리 나비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주저하며 물었습니다. "나를 잘 보아라.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 버리는 것같이 보이지만, 고치란 피해 달아나는 곳이 아니란다. 변화가 일어나는 잠시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거야. 애벌레의 삶으로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 너의 눈에는 혹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누구의 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나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오직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지!"- 트리나 플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
"내가 한 마리 나비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요?" 하고 노랑 애벌레가 주저하며 물었습니다. "나를 잘 보아라.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 버리는 것같이 보이지만, 고치란 피해 달아나는 곳이 아니란다. 변화가 일어나는 잠시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거야. 애벌레의 삶으로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니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 너의 눈에는 혹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누구의 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나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오직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지!"- 트리나 플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

Berlin과 동료들은 은유가 심리치료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개관하였습니다Berlin, et. al., 1991. 이들이 제시한 은유의 역할과 방법을, 제가 진행한 상담을 각색한 관련 사례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특정 요소를 강조하고 다른 것들은 약화시킴으로써, 은유가 생각이나 사건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여고생인 채나영씨는 습관화된 비자살적 자해로 심리상담을 시작한 비자발적 내담자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몸 구석구석에 자해 흔적이 있는데요. 심지어 허벅지의 자해흔은 격자무늬입니다. 나영씨는 허벅지 자해흔 때문에 짧은 치마도 못입는다며 풀죽은 채 말합니다. 나영씨는 괴로워서 죽고싶을 때마다 자해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얼굴도 못생겼고, 성적도 하위권이고, 부모님 직업도 평범해서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상담자는 세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며 함께 나영씨의 강점을 발견해 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잦은 질책과 비난을 깊게 내재화해서 자아상이 심하게 부정적인 나영씨는 어려워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자는 나영씨에게 작고 사소해도 괜찮으니 장점 3가지만 생각해 와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 회기, 나영씨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면서요. 나영씨는 상담때마다 앞머리 볼륨을 조금씩 다르게 업시켜서 왔는데요. 이번 회기도 세련되게 롤업되어 있어서 상담자는 물어봅니다. 상담실 오기 전에 미용실 다녀오냐고 말이죠. 내담자는 매번 자신이 고데기로 3분만에 만든다고 했습니다. 상담자는 뭔가 떠올랐고, 내담자에게 ‘채상장(彩箱匠)’을 아는지 물어봅니다. 채상장은 얇게 저민 대나무 껍질을 색색으로 물을 들여 다채로운 기하학적 무늬로 고리 등을 엮는 기능 또는 기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죽세공예의 달인이죠.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그동안의 자해흔이 일종의 ‘상장’일 수 있다고 합니다. 자해가 건강한 방법은 아니나, 죽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시도한 필사적인 노력인 면이 있다는 것이죠. 자해를 행한 마음에 대해 대나무를 휘어 격자로 엮듯이, 자신을 죽이려는 마음을 굴절시킨 것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닉네임 중 하나로 ‘채상장’을 주고 싶다고 합니다. 닉네임을 받을지 말지는 내담자 몫이라고 하면서요. 허벅지 자해흔에 대해서, 허벅지에 헤나같은 지울 수 있는 타투를 덧붙여 그려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만의 시그니춰를 새롭게 그려넣는 것이죠.

둘째로, 은유가 치료자와 내담자의 치료적 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담자 지연씨는 너무너무 외롭다고 합니다. 사람과 친하고 싶지만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담자는 상담자 자신이 무서워하는 꿈(흐릿한 별빛만 몇 개 보이는 암흑우주에 혼자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기노출 기법을 펼칩니다. 상담자는 상담자에게 비친 지연씨의 마음풍경이 암흑우주에 떠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연씨에게 얘기합니다. 이 은유에 대해 지연씨는 자신의 심정이 그렇다고 합니다. 지연씨는 자신이 암흑우주에서 산소가 무한공급되는 우주복을 입고있어 연명은 하나, 다른 행성에 갈 수도 없으며 다른 존재도 자신에게 올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것을 들은 상담자는 지연씨의 우주복 뒤편에 줄이 있고 상담자가 줄을 잡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셋째, 은유는 깊고 민감한 쟁점에 관하여 치료자가 덜 위협적인 방법으로 의사소통하게 해줍니다. 즉, 직접적인 진술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은유적인 용어로 문제를 토의하여 덜 침입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내담자 재혁씨는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워 합니다. 상담시간에 상담실 바닥에 쿠션을 내동댕이 치거나, 주먹으로 책상을 치기도 합니다. 걸핏하면 부모에 대한 상욕을 하고, 부릅뜬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할 때도 있습니다. 상담자는 재혁씨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재혁씨, 재혁씨의 욕은요, 입으로 흘리는 눈물같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눈에 고인 눈물도 뿜어내지 못한 화를 녹여낸 것 같은 때가 있어요.“

끝으로, 은유는 여러 상황을 포괄하는 일반화를 용이하게 한다고 합니다. 즉, 의미를 얻기 위해서 두 실체 사이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0세인 내담자 새롬씨는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대학 졸업 후 몇 번 취직은 했지만, 매번 몇 달 다니다 그만두었고 지금은 몇 년째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최근 부모의 설득 끝에 화상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새롬씨는 자신을 ‘박쥐’라고 합니다. 낮에는 날개로 몸 전체를 감싸고 지내다가, 가족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부엌에 나와 먹을 것을 챙겨서 방으로 들어간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고 괴롭다고 합니다. 어느날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강철나비’라는 닉네임을 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담자에게 현재에 대해 나비가 되기 전 고치 시기일 수 있다고 합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왜 하필이면 나비냐고 묻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방의 방문 경첩이 나비경첩이라고 내담자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발레리나 강수진과 국회의원 은수미의 별명이 강철나비라고 얘기합니다. 강수진씨 경우, 어느날 정강이뼈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걸을 수도 잘 수도 없게 됐고, 당시 의사가 더 이상 발레를 못한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부상을 이겨낸 후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은수미의원은 201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10시간 18분 동안 쉬지 않고 필리버스터 연설을 했다고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화상상담 채팅창에 시 한편을 올립니다.


강철나비

                                 - 손택수

 

내가 맡지 못할 어떤 향기가 나비 날개에 탕탕 무쇠못을 박아놓았나

버려진 집을 한 송이 꽃으로 피워놓았나

 

폐가 문짝에 아직

붙어있는

나비경첩

 

녹슨 날개가 접히면서 문이 열린다

녹이 슬어 쉰 울음소리가 욱신거리는 날개를 타고 집을 흔든다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말 중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도 은유입니다. 이것은 전문적인 용어보다 훨씬 더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만들어줍니다. ‘컴퓨터 바이러스’와 ‘백신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은 컴퓨터의 작용 방식을 실제 우리 몸과 병원균, 치료제가 작용하는 방식에 비유하여 이해하는 우리 인간의 사고 기제를 보여줍니다.

최근 인지언어학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고 과정은 이처럼 은유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은유 만들기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습니다. 시작하는 요령을 꼽자면, 기존의 은유와 닮으려 하지 않고, 마음의 내용을 은유에 모조리 내지는 정확하게 담으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자신의 마음을 무엇에 빗대어 보는 건 어떨까요? mind

   <참고문헌>

  • Alvis, K. M. (2010). Brief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re the metaphors necessary? Thesis of Master of Science at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Carbondale
  • Berlin, R. M., Olson, M. E., Cano, C. E., Engel, S. E. (1991). Metaphor and psychotherapy. American Journal of Psychotherapy, 45.
  • Blenkiron, P. (2005). Stories and analogies in cognitive behaviour therapy: A clinical review. Behavioural and Cognitive Psychotherapy, 33.
  • Kopp, R. R. (1995). Metaphor therapy: Using client-generated metaphors in psychotherapy. Brunner/ Mazel, A member of Taylor & Francis Group.
정형수 마음터심리상담센터 대표 상담심리 Ph.D.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이자,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1급(No.583). 마음터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피해와 괴롭힘, 상실과 애도, 의미있는 삶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과 사회문제를 영화로 읽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아이들과 동화를 보며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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