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심리학이 뭡니까?” (3편)에서 공학 심리학의 세 가지 접근 방식에 대해서 잠깐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모델링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대해서 연구해보고자 할 때 다른 관점 혹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는 자동차의 바퀴에 대해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자동차의 엔진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대를 제어하는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과 유사하게 공학 심리학에서도 새로운 이론적 개념construct을 만들고 입증하기 위해서 세 가지 레벨의 접근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Parasuraman et. al., 2008). 첫 째로 새로운 개념은 이전의 개념이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개념은 뇌 기제에 의해 설명 가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개념은 수리적 모델링이 가능해야 한다. 이 모델링 접근이 이번 글의 주제이다.
모델링은 과학과 공학에서 오랫동안 쓰여왔다. 과학자와 연구자들은 복잡한 현상을 추상화 (혹은 형식화)하고 그 요소들간의 역학을 시뮬레이션하는 데에 모델링 기법을 사용해 왔다(McClelland, 2009). 인간 공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모델링을 통해서 디스플레이나 인터페이스의 표준화에 기여하거나 실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 이용하고자 한다. 모델링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일단 적확한 모델이 만들어지면, 연구자들은 변수를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해야 하는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모델링은 연구 절차를 더 쉽고 접근성이 높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나 초보자들도 디자인과 관련한 특정 기술 없이 쉽게 변수들을 바꿔가며 그 효과를 모색해 볼 수 있다. 특히, 수리적인 모델을 사용하면 변수들과 행동 결과 간의 관계를 정량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특정한 변수들을 바꿔가며 가능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나 현실에서의 실험이 많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거나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 (예: 운전, 비행, 핵발전소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수리 모델은 환원주의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사람의 인지 절차를 부분으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에 따라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를 계산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정보 처리 과정은 감각과 지각, 인지 처리, 그리고 운동 행동/반응으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뇌 기제와 심리학 기제에 따라 각 세부 감각 기관에 대한 모델이 만들어져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의, 작업 기억, 장기 기억 같은 개념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그리고 심리학에는 이러한 각각의 세부적인 처리 시간이 자료화 되어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자율 주행차량에서 운전자들이 여러가지 제어권 전환 경고음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수리 모델을 세웠다(Ko, KutchekZhang, and Jeon, 2022). 이를 위해 기존에 뇌에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는 기본 틀을 가져와서 이에 대해 음향 변수 – 기본 주파수, 음고 반복의 수, 지배 주파수 대역 – 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 시간을 예측하였다. 이러한 예측값은 실제 운전자들이 참가한 실험 결과를 통해 입증하였다. 물론 이러한 수리 모델을 만드는 데에는 통계적인 모형을 사용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이미 모아 놓은 데이터를 이용한 기계 학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수학적으로 더 예측력이 높은 모델을 만들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심리학적인 정보 처리의 기제에 따라 설명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방식을 접합하여 새로운 모형을 만들려는 시도도 계속 되고 있다.
모델링이 인간 공학 혹은 공학 심리학에서의 다양한 접근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다른 방법들에 비해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일단 심리학과 뇌과학에서의 이론 및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개념과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인간 행동의 영역에 대해서는 모델링을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수리 모델의 경우에는 수학적인 배경과 개념이 필요하며, 이를 수리적으로 어떻게 정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포괄적인 방향에 대한 이해와 계획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 모델의 특정한 부분만을 변형한다해도 다음에 다른 개념을 도입하고자 할 때, 그 부분 부분들이 서로 양립할 수 있어야 일반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에서 모델링, 특히 수리 모델링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모델링을 널리 알리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필자 역시 동료들과 함께 워크샾과 패널 디스커션을 해 나아가고 있다(예: Jeon, Zhang, Jeong, Janssen, and Bao (2021). 한국에서도 모델링에 대한 많은 관심과 시도가 있기를 바란다.mind
<참고문헌>
Jeon, M., Zhang, Y., Jeong, H., P. Janssen, C., & Bao, S. (2021, September). Computational Modeling of Driving Behaviors: Challenges and Approaches. In 13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utomotive User Interfaces and Interactive Vehicular Applications (pp. 160-163).
Ko, S., Kutchek, K., Zhang, Y., & Jeon, M. (2022). Effects of non-speech auditory cues on control transition behaviors in semi-automated vehicles: Empirical study, modeling, and valid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38(2), 185-200.
McClelland, J. L. (2009). The place of modeling in cognitive science. Topics in Cognitive Science, 1(1), 11-38.
Parasuraman, R., Sheridan, T. B., & Wickens, C. D. (2008). Situation awareness, mental workload, and trust in automation: Viable, empirically supported cognitive engineering constructs. Journal of Cognitive Engineering and Decision Making, 2(2), 140-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