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에서 발견한 삶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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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서 발견한 삶의 목적
  • 2022.03.28 23:45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느끼는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어떤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하며 지내며 어떤 것에 의미부여를 하며 살아갈까?

성공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두 노년학자는 ‘성공적인 노화’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Rowe & Kahn, 1997. 첫째, 질병과 장애에서 자유롭고, 둘째, 높은 인지 및 신체기능을 유지하고, 셋째,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 ‘성공적인 노화’의 정의를 듣고 나니 본인의 이야기라고 자부하시는 김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김 할아버지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할아버지는 어슴푸레 찾아온 새벽에 잠에서 깨면 부지런히 집 근처 공원에 나가 가벼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운동이 끝난 뒤에는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격주에 한 번씩 가는 동네 성당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나갑니다. 봉사현장에서 할아버지의 역할은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포장하는 일입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에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습니다. 봉사를 마친 뒤에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장을 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바지락 칼국수입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뉴스를 보고, 지난 주에 사온 책 페이지를 조금 넘기다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하루를 마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잔잔한 보통의 일상 속에는 할아버지만의 목적의식sense of purpose이 녹아 있습니다.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성공적인 노화’와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집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여 24시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할머니, 심해진 치매 증상으로 가족이 더 이상 돌봄을 제공할 수 없게 되어 시설에 입소한 할아버지 모두 독립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일상을 떠올릴 때 어떤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요양시설에서는 어떠한 목적의식이 그들의 하루를 이끌고 있을까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목적에 관한 연구를 여러분들께 소개 드리겠습니다Owen et al., 2021.

Matthias Zomer 님의 사진, 출처: Pexels
Matthias Zomer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오웬Ow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영국의 요양시설 네 곳에서 60세 이상 노인 총 15명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삶의 목적purpose in life’라는 표현이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젊었을 때 삶의 목적을 부여했던 활동이 무엇이었고, 왜 의미가 있었는지, 요양시설에서 지내면서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답변을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첫째, 사회적 관계는 노인들의 삶의 목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이 현재 뇌졸중을 앓고 있음에도 하루하루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과 손녀딸 때문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누군가를 돕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때 삶의 목적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시설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식사를 돕거나, 시설 내 정원관리를 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양시설 입소자의 특성상, 오랜 기간 유대 관계를 쌓기가 어렵고, 상대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주저하는 참가자들 또한 있었습니다.

둘째, 요양시설 내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삶의 목적을 부여하는 노인들이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풍경이 좋은 벤치에 나가 계절의 변화를 즐기려는 참가자, 요양시설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가며 본인이 좋아하는 퀴즈 북을 읽으려는 참가자, 뇌졸중 재활 프로그램을 꾸준히 참가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성취감을 느끼는 참가자 모두 몸은 불편하지만 시설 내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삶의 목적을 세워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인들은 나이가 들며 잃게 되는 것들이 삶의 목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족이 삶의 이유였던 한 참가자는 배우자와의 사별 이후, 젊었을 때 중장비 기계를 팔던 또 다른 참가자는 은퇴 이후 역할 상실 때문에 삶의 목적을 잃었다고 합니다. 시력이 안 좋아지면서 좋아하는 옷을 더 이상 손수 만들 수 없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참가자는 신체 능력의 저하를 삶의 목적의식을 잃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본 연구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백인 영국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요양시설 노인들의 관점과 경험을 소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의 연구 참여 여부는 요양시설 매니저의 판단 하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의견에 편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오웬과 동료 연구자들은 요양시설 노인들에게 일상 속에서 삶의 목적을 갖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그들의 삶의 목적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느끼도록 하며, 요양시설 내에서 각자 어떠한 방식으로 삶의 목적을 세워 나가고 있는지를 질적 연구를 통해 자세하게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비록 신체 능력의 저하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되더라도, 혹은 관계의 상실로 삶의 목적을 잃게 되더라도, 노인들은 끊임없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삶의 목적을 세우고, 의미를 찾습니다. 삶의 목적, 어쩌면 그곳에 성공적인 노화의 비밀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족 중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분이 있으신가요? 오늘 한 통의 전화로 어르신의 하루를 더 의미있게 만들어 드리는건 어떨까요?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Owen, R., Berry, K., & Brown, L. (2021). 'I like to feel needed, you know?': a qualitative examination of sense of purpose in older care home residents. Aging & Mental Health, 1–7.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80/13607863.2021.201784
  • Rowe, J. W., & Kahn, R. L. (1997). Successful aging. The Gerontologist, 37(4), 433-440.
임준엽 중앙대 심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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