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폴 발레리(1871~1945)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니 엉뚱하게도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체리향기_{The taste of cherry」}에서 달콤한 체리를 먹으며 삶의 의미와 기쁨을 발견하는 노인이 생각났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는 노년기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며 일부는 허무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 간 취직, 결혼, 육아 등의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며 달려왔지만 정작 인생에서의 여정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삶의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고는 한다. 삶의 목적을 연구한 맥나이트와 카슈단에 따르면 목적_purpose은 목표_goal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써 목적 지향적인 사람들은 잘 정의된 목표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성취하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_{McKnight et al., 2009.} 이들에 따르면 취직, 결혼, 육아와 같은 과업은 잘 정의된 목표들이며 인생의 여정을 즐기는 것이 참된 목적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종교나 철학적 요소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에 의미를 발견하고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며 삶의 만족이 더 높고 더 나아가 오래 산다_{McKnight et al., 2009.} 본 논문 리뷰에서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지닌 노인들이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_{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이하 MCR} 발병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_{sutin et al., 2021.}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은 치매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소개되며 ‘주관적인 기억력 문제 호소’와 ‘느린 걸음’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 나라에서 모집한 60세 이상 26,8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_{Verghese et al., 2019}에 따르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한 노인이 건강한 노인에 비해 치매 위험이 1.27배, 걸음이 늦어진 노인은 1.77배 증가하였지만, 기억력과 걸음 속도가 동시에 저하되면 치매 위험이 2.47배까지 오른다고 보고하였다. 해당 연구를 통해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이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효과적 평가 방법이며 유용한 지표임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걸음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의심하여 치매를 조기 예방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걸음 속도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초 당 1m로 건넌다는 전제 하에 설치되어 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을 때 건너기 시작해 다 건너기 전 신호가 깜빡인다면 걸음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볼 수 있다_{김혜인, 2022.}

노년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_JAGS에 게재된 Sutin과 동료들₂₀₂₁의 연구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지닌 노인과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_MCR 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건강과 노화에 대한 두가지 대규모 연구를 이용한다. 그들은 연구를 위해 HRS_{Health and Retirement Study}와 NHATS_{National Health and Aging Trends Study}에 참여한 노년층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여 횡단적 연구와 종단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는 65세 이상 6,785명_HRS, 5,665명_NHATS을 대상으로 횡단적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종단적 분석은 분석 기간 동안 치매에 걸리거나 사망한 자들을 제외한 4,616명_HRS, 2,877명_NHATS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나의 삶은 의미와 목적을 지닌다’, ‘나는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실천하는 데 적극적이다’ 등의 문항으로 삶의 의미나 목적을 평가하며 현재 일상에서 기억에 문제가 있는지, 1~2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기억력의 정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걸음 속도를 평가했다.

먼저 횡단면 연구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지닌 사람들은 각각 47%_HRS, 22%_NHATS 가량 더 낮은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을 보였다. 최장 12년과7년의 기간 동안 장기적인 연관성을 살펴본 종단적 연구에서는 더 높은 삶의 목적을 지닌 사람이 해당 기간이 지나서도 각각 35%_HRS, 25%_NHATS 가량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 사회통계학적 요인, 성격적 특성, 우울 증상, 질병 부담, 신체적 활동을 모두 통제한 후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본 연구에서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비임의 추출_{nonrandom sampling}을 사용하여 표본의 대표성이 다소 감소될 수 있는 점과 MCR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_{주관적 기억력 문제, 느린 걸음}에 대한 개별적인 영향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대규모 자료를 통해 반복 가능한 증거를 제시하며 노년기 인지 건강을 위해 삶의 목적과 의미라는 유용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데에 의미를 가진다.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은 치매의 강력한 예측 요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지연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 이제까지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 연구는 사회통계학적 요인, 만성 질환, 그리고 뇌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심리적 요인과의 관계를 밝힌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울증이 있거나 신경성이 높은 사람, 그리고 성실성, 외향성 또는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운동-인지 위험 증후군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_{Stephan et al., 2020.} 이처럼 많은 연구에서 마음, 건강, 삶의 목적의식 사이에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장수에 대해 연구한 댄 뷰테너 박사가 말하기를, 90대 후반이나 10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아침에 당신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거의 모든 이들이 즉각적이고 흥미로운 답을 이야기했다고 한다_{Buettner, 2009.}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 즉 삶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질문해보고 싶다. “아침에 당신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김혜인. (February 17, 2022). 신호등 건너다 빨간불로 바뀌면 이 병 의심해라. Retrieved April 6, 2022, from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695100059
• Buettner, D. (September 15, 2009). How to live to be 100+. Dan Buettner: How to live to be 100+ | TED Talk. Retrieved April 6, 2022, from https://www.ted.com/talks/dan_buettner_how_to_live_to_be_100
• McKnight, P. E., & Kashdan, T. B. (2009). Purpose in life as a system that creates and sustains health and well-being: An integrative, testable theory.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3(3), 242-251.
• Stephan, Y., Sutin, A. R., Canada, B., & Terracciano, A. (2020). Personality and 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68(4), 803-808.
• Sutin, A. R., Luchetti, M., Stephan, Y., & Terracciano, A. (2021). Purpose in life and 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Replicable evidence from two national samples.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69(2), 381-388.
• Verghese, J., Wang, C., Bennett, D. A., Lipton, R. B., Katz, M. J., & Ayers, E. (2019). Motoric cognitive risk syndrome and predictors of transition to dementia: a multicenter study. Alzheimer's & Dementia, 15(7), 870-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