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자율 주행차량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장면은 바로 영화 “토탈 리콜” (1990년 작이고, 2012년에 리메이크되었다) 의 로봇 택시 운전사였다. 30년도 더 전이었던 중학교 때 보았던 영화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토탈 리콜 택시”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니 2분여 분량의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장면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쫓기고 있었을 때 잡아탔던 택시에서 사람의 상반신을 한 로봇이 아놀드의 출발하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몇 번을 바꿔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자, 주인공은 로봇을 부숴버리고 스스로 조이스틱을 통해 차량을 직접 운전한다. AI로봇이 사용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거나 자동차를 조이스틱을 통해 조종하는 장면 등 인간 공학적으로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이 있었다.
로봇 디자인에 있어 의인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많은 연구들이 의인화의 장점에 대해 보고해 왔다. 이를 테면, 사람처럼 생긴 혹은 사람의 요소를 가진 로봇이 더 선호되고, 신뢰감을 주며, 심지어 과제의 성과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자동차에서의 로봇 에이전트의 성별과 체현 (몸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아마 “자동차 안에 몸을 가진 로봇이 앉아 있으면 오히려 주의 분산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이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본 실험에서는 완전한 자율 주행차를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Dong, Lawson, Olsen, & Jeon, 2020.
우리의 실험을 위해서 20명의 참가자들이 운전 모의 실험 장치를 이용해 운전을 하였고, 각각 네 가지 조건의 에이전트를 서로 다른 순서로 모두 경험하였다: 남자 로봇 에이전트, 여자 로봇 에이전트, 남자 음성 에이전트, 여자 음성 에이전트. 에이전트는 운전 상황 및 도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은 로봇 에이전트보다 음성 에이전트를 더 선호하였다. 가장 선호하는 에이전트는 여자 음성 에이전트였고, 그 다음이 남자 음성 에이전트였다. 여자 음성 에이전트는 “편안함”과 “능숙함” 척도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안전성” 척도에서는 남자 음성 에이전트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그 뒤를 남자 로봇 에이전트가 따랐다. 언급했던 대로 로봇 형태의 에이전트가 얼마나 시각적으로 주의 분산을 시키는지 알아보고자 우리는 안경 형태의 시선 추적 장치를 사용했는데, 조건들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여자 목소리에 대한 선호나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결과와 남자 목소리에 더 안전함을 느끼는 결과는 전통적인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이전의 많은 연구들이 여자 목소리가 더 사교적이고 따뜻함을 주는 반면, 남자 목소리는 신뢰감을 주는 작업에 더 적절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나온 결과는 여자 목소리가 “능숙함” 척도에서 유의미하게 남자 목소리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이다. 많은 음성 에이전트의 디폴트 성별이 여성이고 그런 에이전트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가졌던 사용자가 여자 목소리를 더 능숙하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이 결과가 성별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전 연구나 예측과는 달리 실험 환경이 완전 자율 주행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로봇 에이전트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아마 우리의 참가자들이 자율 주행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로봇 에이전트를 옆자리에 두는 것은 주의 분산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부담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시선 추적 분석 결과, 참가자들이 로봇 때문에 더 주의분산이 되지는 않았다. 로봇이 없는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휴대폰을 보는 등 다른 이유들로 비슷한 정도의 주의 분산을 보였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에이전트의 성별이 참가자들의 세부 질문 응답에 더 큰 영향을 끼쳤고, 애이전트의 체현은 참가자들의 에이전트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봇 에이전트에 대한 태도는 좋아하는 쪽과 약간 꺼려하는 (혹은 거부감이 드는) 쪽으로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러한 로봇 에이전트의 역할과 선호가 자동차의 자율 주행 레벨과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실험들을 진행하였다.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다음 글들을 기대하시라! mind
<참고문헌>
- Dong, J., Lawson, E., Olsen, J., & Jeon, M. (2020, December). Female voice agents in fully autonomous vehicles are not only more likeable and comfortable, but also more competent. In Proceedings of the Human Factors and Ergonomics Society Annual Meeting (Vol. 64, No. 1, pp. 1033-1037). Sage CA: Los Angeles, CA: SAGE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