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틱톡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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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틱톡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 2022.12.16 11:26
이젠 소셜미디어에도 퍼져있는 노인혐오. 하지만 오늘도 노인 크리에이터들은 연령에 대한, 노인에 대한 편견에 당당하게 저항하고 있다.

내 옆에 소셜미디어가 있다

지하철과 버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리고 자기 전 침대에서 우리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켠 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접속한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료한 우리를 즐겁게 해줄 콘텐츠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이들은 오늘도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뽐내고 따라 하고 싶은 춤을 추며 때로는 짧은 시간 안에 보는 이들을 눈물 짓게 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크리에이터를 떠올리고 있는가? 아마도 각자 좋아하는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틱톡커, 블로거 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종종 소위 ‘M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는 노인들도 있다. 노년층 인플루언서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 한국 유튜브를 대표하는 채널이 된 『박막례 할머니』, 패션과 인생에 관한 우아한 조언을 건네는 『밀라논나』, 빨래방에 찾아오는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산복빨래방』, 절묘한 편집으로 250만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46년생 춘자씨』, 손주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이찬재, 안경재 부부』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 속 노인혐오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노년층 스타가 활약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상의 노인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 노인이 어떤 단어로 지칭되는지 살펴본 국내 연구 결과, 많은 경우 노인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노인을 지칭하는 단어들도 부정적인 단어들이 다수였다안순태, 이하나, 정순둘, 2021.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Skipper & Rose, 2022.

‘노인은 수동적이다, 노인은 기운이 없다’와 같이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노인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Levy, 2017. 이는 미디어에 새롭고 다양한 노인의 모습이 비친다면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노인들은 본인의 삶을 어떻게 그려내어 어떤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또한 이들은 고령에 관한 소셜미디어 내 부정적 담론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본 기사에서는 틱톡 영상 분석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Ng과 Indran의 최신 연구NG & Indran, 2022를 리뷰하고자 한다.

 

이젠 그들도 소셜미디어 속 주인공이다.
이젠 그들도 소셜미디어 속 주인공이다.

연령에 저항하는 노인 크리에이터

Ng과 Indran은 영상 플랫폼 소셜미디어인 틱톡의 영상들을 분석하는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자들은 분석을 위해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였다. 그 후, 60세 이상이면서 분석 시점을 기준으로 팔로워 수가 100,000명 이상인 30개 계정을 추린 다음, 각 계정의 영상을 조회수 순으로 나열하여 가장 많은 사람이 조회한 영상 50개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 중 노인의 연령에 관해 직접적으로 논하지 않는 영상은 제외하여 총 348개의 영상 내용을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은 영상을 두 번씩 시청하며 각 영상에 해당하는 범주를 만들었다. 그 결과 영상들은 3개의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연령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defying age stereotype이었다. 이 범주에 해당하는 영상 속 노인들은 자신감을 표출하며 본인의 패션을 자랑하고 손녀와 함께 춤을 춘다. ‘네가 노인이 되면 너는 나보다 멋질걸?’, ‘패션은 나이에 달려있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달렸지!’와 같은 말도 전한다. 두 번째 주제는 연령 관련 취약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making light of age-related vulnerabilities이다. 신체적 노화, 인지기능 저하, 죽음, 코로나바이러스, 요양원에 대한 농담을 던지는 영상이 이 주제에 해당한다. 노인들이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러한 취약성을 아무렇지 않게 유머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 주제는 연령주의에 대한 외침calling out ageism으로, 본인의 영상에 달린 연령차별주의적 댓글을 읽고 이에 대해 비판을 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유쾌한 노인 크리에이터에게 박수를

연구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연령 고정관념에 유머로 대응하는 노인들의 모습에 주목하였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노인의 의도와 특성을 직접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것이 연구의 한계이지만, 연구자들은 연령주의에 대응하는 노인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의의로 밝혔다. 또한, 소셜미디어의 환경이 더욱더 연령 포괄적으로 변해야 하며, 노인이 소셜미디어의 수동적 이용자로 머물지 않고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였다.

노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증가하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교육뿐 아니라 ‘시니어 크리에이터’ 도전을 지원하는 지자체 프로그램도 증가하고 있다. 더 다양한 노년의 삶을 보여줄 소셜미디어 속 노인들을 기대해보며, 오늘은 유쾌하면서 때로는 생각거리를 던지는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감상하고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람 설정)'까지 해보는 건 어떨까?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안순태, 이하나, 정순둘. (2021).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41(4), 505-525.
  • Levy, B. R. (2017). Age-stereotype paradox: Opportunity for social change. The Gerontologist, 57(suppl_2), S118-S126. https://doi.org/10.1093/geront/gnx059
  • Ng, R. & Indran, N. (2022). Not Too Old for TikTok: How Older Adults Are Reframing Aging. The Gerontologist 62(8), 1207–1216. https://doi.org/10.1093/geront/gnac055
  • Skipper, A. D., & Rose, D. J. (2021). #BoomerRemover: COVID-19, ageism, and the intergenerational twitter response. Journal of Aging Studies, 57, 100929. https://doi.org/10.1016/j.jaging.2021.100929
신연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노년심리 전공 석사과정 학생입니다. 노년기 정신건강을 위한 활기찬 일상생활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공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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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2022-12-16 13:11:27
정말 멋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