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스텝 음악이 모기의 짝짓기를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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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스텝 음악이 모기의 짝짓기를 방해한다
  • 2019.08.02 08:00
무소음 조건에 있는 모기들에 비해 Skrillex의 노래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를 듣는 암컷 모기들이 짝짓기를 덜 하고 흡혈행동도 덜 한다는 연구결과가 Atta Tropica 저널에 게재되었다.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 등의 치사율 높은 질병을 전염시키는 모기는 인간의 사망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곤충으로 꼽힌다.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체가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인간의 청각기관이 바로 이 모기에게서 나는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애앵~'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도 존재한다. 다만 모기도 생명(...)이고 특히 살충제 등으로 그 일대 생태계 및 먹이사슬을 일거에 붕괴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에, 모기의 짝짓기와 흡혈 행동을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줄여보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음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매우 시끄러운 소음을 이용해 모기의 번식과 생존을 위협하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12시간 동안 굶은 배고픈 암컷 모기들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를 들었을 때, 다른 대조군의 모기들에 비해 흡혈까지 4~6배의 시간이 필요했고 짝짓기는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덥스텝 천재의 곡을 사용해 모기들을 혼란에 빠트린 본 연구에 많은 연구자들 역시 혼란에 빠져있다. '연구실에서 계속 스크릴렉스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내가 짝짓기를 못하고 있던 것인가...'

당황스러운 연구방법의 연구결과이겠으나, 실제로 이 연구는 인간이 만든 소음이 곤충 행동의 붕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기존 연구와 일관되는 결과이다. 

AC/DC의  "Back in Black"을 듣는 딱정벌레lady beetles는 대조군 딱정벌레보다 진딧물을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8년 7월에 발표된 이 논문의 제목도 참 귀여웠던 것이, "AC/DC 가설 검증: 락앤롤은 소음공해이며 영양단계연쇄반응을 약화시킨다Testing the AC/DC hypothesis: Rock and roll is noise pollution and weakens a trophic cascade"였다. 락앤롤은 소음이 아니라는 가설이 기각되었다는(즉 소음으로 봐야한다는..) 당시 연구진의 인터뷰도 귀엽다.

(앵거스 영의 트레이드마크인 반바지 스쿨 룩, 현재 협박 및 마약 소지로 퇴출된 8비트의 장인 필루드가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 약간 컨디션이 안 좋았으나 여전히 굉장한 브라이언 존슨의 모습과 관객들의 모습을 너무 잘 편집한 영상이니 꼭 한 번씩들 봐주십사.)

곤충들에게는 상당히 실례가 되겠으나 이런 명반들을 이용한 연구는 방법론도, 기술방식도 언제나 유쾌하다. 이그노벨상도 노려볼 법한 이런 기발한 연구가 계속해서 나와주길. 다만 이 논문을 읽으면서 스크릴렉스에게 연구방법 상의 허락을 득하였는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 mind

   <참고문헌>

  • Dieng, H., Chuin, T. C., Satho, T., Miake, F., Wydiamala, E., Kassim, N. F. A., ... & Morales, N. P. (2019). The electronic song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reduces host attack and mating success in the dengue vector Aedes aegypti. Acta Tropica.  https://doi.org/10.1016/j.actatropica.2019.03.027
  • Barton, B. T., Hodge, M. E., Speights, C. J., Autrey, A. M., Lashley, M. A., & Klink, V. P. (2018). Testing the AC/DC hypothesis: Rock and roll is noise pollution and weakens a trophic cascade. Ecology and evolution8(15), 7649-7656. https://doi.org/10.1002/ece3.4273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임상심리학회 홍보이사,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홍보이사, 대한뇌기능매핑학회 대의원 및 학술위원. 정신병리 및 심리치료의 효과를 임상과학 및 뇌신경학적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연구를 지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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