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 등의 치사율 높은 질병을 전염시키는 모기는 인간의 사망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곤충으로 꼽힌다.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체가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인간의 청각기관이 바로 이 모기에게서 나는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애앵~'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도 존재한다. 다만 모기도 생명(...)이고 특히 살충제 등으로 그 일대 생태계 및 먹이사슬을 일거에 붕괴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에, 모기의 짝짓기와 흡혈 행동을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줄여보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음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매우 시끄러운 소음을 이용해 모기의 번식과 생존을 위협하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12시간 동안 굶은 배고픈 암컷 모기들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를 들었을 때, 다른 대조군의 모기들에 비해 흡혈까지 4~6배의 시간이 필요했고 짝짓기는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덥스텝 천재의 곡을 사용해 모기들을 혼란에 빠트린 본 연구에 많은 연구자들 역시 혼란에 빠져있다. '연구실에서 계속 스크릴렉스를 들었었는데, 그래서 내가 짝짓기를 못하고 있던 것인가...'
당황스러운 연구방법의 연구결과이겠으나, 실제로 이 연구는 인간이 만든 소음이 곤충 행동의 붕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기존 연구와 일관되는 결과이다.
AC/DC의 "Back in Black"을 듣는 딱정벌레lady beetles는 대조군 딱정벌레보다 진딧물을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8년 7월에 발표된 이 논문의 제목도 참 귀여웠던 것이, "AC/DC 가설 검증: 락앤롤은 소음공해이며 영양단계연쇄반응을 약화시킨다Testing the AC/DC hypothesis: Rock and roll is noise pollution and weakens a trophic cascade"였다. 락앤롤은 소음이 아니라는 가설이 기각되었다는(즉 소음으로 봐야한다는..) 당시 연구진의 인터뷰도 귀엽다.
(앵거스 영의 트레이드마크인 반바지 스쿨 룩, 현재 협박 및 마약 소지로 퇴출된 8비트의 장인 필루드가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 약간 컨디션이 안 좋았으나 여전히 굉장한 브라이언 존슨의 모습과 관객들의 모습을 너무 잘 편집한 영상이니 꼭 한 번씩들 봐주십사.)
곤충들에게는 상당히 실례가 되겠으나 이런 명반들을 이용한 연구는 방법론도, 기술방식도 언제나 유쾌하다. 이그노벨상도 노려볼 법한 이런 기발한 연구가 계속해서 나와주길. 다만 이 논문을 읽으면서 스크릴렉스에게 연구방법 상의 허락을 득하였는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 mind
<참고문헌>
- Dieng, H., Chuin, T. C., Satho, T., Miake, F., Wydiamala, E., Kassim, N. F. A., ... & Morales, N. P. (2019). The electronic song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reduces host attack and mating success in the dengue vector Aedes aegypti. Acta Tropica. https://doi.org/10.1016/j.actatropica.2019.03.027
- Barton, B. T., Hodge, M. E., Speights, C. J., Autrey, A. M., Lashley, M. A., & Klink, V. P. (2018). Testing the AC/DC hypothesis: Rock and roll is noise pollution and weakens a trophic cascade. Ecology and evolution, 8(15), 7649-7656. https://doi.org/10.1002/ece3.4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