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자녀들, 유전 탓일까 환경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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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자녀들, 유전 탓일까 환경 탓일까
  • 2023.03.17 10:22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이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 산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청소년들은 왜 게임에 빠지는 걸까? 그리고 그 해법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엄마이자, 치료자이자, 중독연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불현듯 한 권의 책이 다가왔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교수로 사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누군가의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도 방황하는 건 색깔과 방향만 다르지 대학원생때나 지금이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연구물을 출판하고도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런 연구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런 생각하면서도 관성에 젖어 계속 연구를 하다가, 문득 이 연구들이 세상에 이런 의미를 던질 수 있구나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아주 가끔 있다. 최근에 ‘알쓸인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책 소개를 하는 것을 시청하던 중 잘 찾아오지 않는(!)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미국의 뇌과학자가 자신의 뇌 사진이 본인이 연구하는 사이코패스의 뇌 사진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출판한 책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막상 그 책을 주문해서 사서 읽고 보니 내가 하는 연구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었다.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책 주인공인 제임스팰런James Fallon은 자신의 안와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의 활동이 저조한 뇌 활동뿐만 아니라 유전자 타입도 (예를 들어, 마오 유전자로 불리는 MAO-A의 짧은 형질 소유) 사이코패스의 프로파일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자신의 조상들 중에 범죄자, 살인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도 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지 않고 좋은 대학의 연구자/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걸까?” 되짚어보니 자신의 사이코패스적 성향과 행동(실제로 생물학적 힘은 크긴 컸다. 책을 읽어보니 알쓸인잡에서 말했던 것보다 많은 못~된 행동을 이미 하고 있었다!)을 미리 알아채고 최대한 그 성향을 누르면서 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양육한 부모가 있었다. 부모는 제임스팰런의 공감능력과 친사회적행동을 훈련하기위해 특별한 사랑을 주고 또 양로원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 것이다. 결국 유전과 본성의 힘을 환경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박 중독으로 유명했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기괴한 화풍으로 인간 내면의 극단적인 암울함을 표현했다. 프란시스 베이컨,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1953년, 캔버스에 유채.
도박 중독으로 유명했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기괴한 화풍으로 인간 내면의 극단적인 암울함을 표현했다. 프란시스 베이컨,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1953년, 캔버스에 유채.

'게임 과의존'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환경의 힘

우리 몸에는 2만개가 넘는 유전자가 있어서 우리의 행동, 성향을 코딩하는 바탕을 이룬다. 그 중에 하나의 유전자를 골라내서 “이게 문제에요” 하기에는 그 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너무 많을 수 있고, 또 유전자들끼리의 상호작용의 효과도 있어서 그렇게 단정짓기는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 행동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연구되는 후보유전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DRD2 같은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좌우하는 유전자들이다. DRD2 유전자 타입 중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형질(DRD2 C967T T 형질과 Taq1 A1 형질)을 가지고 있으면 게임 과의존 뿐만 아니라 인터넷 과의존, 알코올남용을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유전자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닌데, 이런 유전자의 힘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어야 이 유전형이 행동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으로 하여금 그러한 유전자의 발현을 자극하여 결국 집에 콕 틀어박혀서 게임만 매일 하게 만드는 환경적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다. 특별히 중독 행동에 취약한 유전자 형태를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런 유전자 형태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게임과 같은 대상에 몰두하여 스트레스를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수 있다Kim, Lee, Do et al., 2022. 굳이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도 자신과 가장 오래 살아온 자신이 본인의 중독 성향을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 자신의 그런 성향을 눈치챘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즉시 쌓아두지 않고 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게임을 빙자한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의 연쇄 효과

최근 모임자리에서 누군가 그랬다. 본인은 로봇청소기가 빨빨(?)거리고 열심히 청소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애착’을 느낀다고. 나는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턱에 걸려서 넘어가지도 못하고 낑낑대는 로봇청소기를 보면서 ‘손이 많이 가네. 내가 얘까지 뒤치락거리 해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도 애착의 대상이 되는 것인데 쉬는 시간에 머리를 식히는 정도의 애착의 대상이 아닌, 마치 24시간 연인과 붙어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게임에 매순간 빠져 살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극심한 게임에 대한 애착은 근원을 찾아 들어가 보면,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이 친구와의 애착의 어려움을 일으키고 친구와의 애착의 어려움이 게임과의존으로 이어지는 연쇄효과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이도진 외, 2022.

애착 형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자녀들은 게임을 통해 편안함을 얻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애착 형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자녀들은 게임을 통해 편안함을 얻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다는 것은 성장하는 시기에 주양육자와의 강렬하고도 지속적인 정서적 유대를 가지지 못하고, 가족구성원의 존경이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안정한 부모 애착이 아이의 감정조절능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면(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미세한 감정 조절 능력의 힘이 필요한 사회적인 기술의 발달이 더디어져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또는 많은 친구들이 주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관계 속에서 신뢰나 안정감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과 같은 가상현실세계는 오히려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안정감을 선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게임은 오히려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 오히려 컴퓨터를 없애고 게임을 못하게 하고 있는 내(부모)가 그만큼 아이와의 정서적 유대감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최선을 다하는 부모. 과연 부모만이 문제일까?

그런데,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가 문제가 생기면 부모만 탓하는 이 사회의 문화(?)가 싫어졌다. 내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의 입장일 때, 부모는 감사하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부족한 존재였다. 부모가 되어보니 책임질 일도 많고, 아이에 관한 일 중 뭐가 잘못되면 나를 탓할 일이 많아졌다. 특히 엄마가 되어보니 행복감이 두배이면서도(이 기쁨은 또 이전에 알지 못한 것이긴 하다!) 어떨 때는 미묘한 죄책감이 두배로 느껴진다. 역시 부모는 황홀하면서도 힘든 직업이었다!

아이의 고유의 성향(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분명 나한테 온 것은 아닌 것 같은 그런 성향도 있지 않겠는가??)이 게임중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연구들은 분석해보면 대부분 오랫동안 몇 년에 걸쳐 추적하여 연구한 결과물보다는 짧은 시기에 연구한 결과물들이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수행된 소수 연구에서 장기간 게임 과의존을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이는 사람의 비율을 살펴보면 그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연구마다 다르지만 대략 10% 아래로 보면 된다. 즉, 자신이 힘든 시기에 게임에 빠지고, 대부분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정상적인 생활패턴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독 게임 과의존의 굴레에서 지속적으로 못 벗어나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 청소년은 왜 그런지 궁금해서 5년동안 추적한 패널데이타로 분석해 본 결과 공격성이 높은 아이일수록, 게임을 많이 하게 되고, 게임을 많이 할수록 또 공격성이 높아지는 상호 연쇄효과가 몇 년에 걸쳐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런 아이들이 장기간의 게임 과의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Kim et al., 2023. 즉, 만약 부모가 보기에 아이가 공격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게임 과의존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도 있으므로, 그런 성향의 아이는 조금 더 행동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대로 공격성이 특별히 높지 않은 아이는 지금 좀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곧 지나가리라’하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행동을 모니터링을 할 때 일방적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한다거나 컴퓨터나 핸드폰을 빼앗는 다거나 하면서 엄격한 행동 절제 규칙을 세워서 자녀에게 강요할 경우, 오히려 아이는 자신의 결정권에 대해 심한 침해를 느낄 수 있다. 부모의 강제적 태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게임세계에서 자유와 보상을 누리고 싶게 하는 아이의 욕구를 자극하게 될 수 있고, 결국 게임 과의존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결국 아이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그렇다. 부모는 협상의 달인이 되야 한다. 나와 아이가 둘다 적절히 만족할 수 있는 그 선을 찾아야 한다.

게임 과의존에 심리치료는 효과가 있을까?

나는 부모이면서도 심리치료자이기 때문에 특정 치료가 해당 증상이나 장애의 근거기반의 치료인지,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지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 지금까지 국내외로 출판된 17편의 게임 과의존 심리치료 연구들에서 보고한 효과성을 비교해 보았는데, 청소년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가족치료가 결합된 형태였고, 성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마인드풀니스치료가 결합된 형태였다Kim, Lee, Lee et al., 2022.

청소년들에게는 개인의 행동과 감정, 그리고 생각과 감정의 고리를 밝혀서 게임 과의존을 일으키는 행동 패턴과 생각의 습관들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치료를 통해 청소년 자녀의 게임과의존 완화에 여향을 미칠 수 있는 가족간의 대화 방법, 집안의 행동 규칙 등을 의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에게는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현재의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주고, 신체적-심리적 긴장상태를 낮춰주는 마인드풀니스 치료법이 효과적이다. 성인기의 삶에서 느끼는 무게와 책임, 긴장과 스트레스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비적응적인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현실에서 벗어나서 게임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호흡과 이완훈련, 생각의 고리를 끊고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훈련하는 훈련을 한다면,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대처하거나 과도한 수준으로 게임 세계로 회피하는 것이 줄어들 수 있다.

나는 8개월쯤 전부터 온라인 명상 회원권을 끊어서 아침 저녁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줌으로 실시간 명상을 하고있다. 난 별로 게임을 하지는 않지만, 일부 중독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임스팰런처럼 내 유전자 검사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 불안도 낮추고 중독도 예방하도록 나름대로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결국 나는 나를 연구하고 있나 싶다. 부모로서, 치료자로서 쓸 수 있는 방법들이 궁금한가보다. mind  

    <참고문헌>    

  • 이도진, 송현지, 김주은 (2022). 청소년의 부모애착이 게임과몰입에 미치는 영향: 또래애착의 매개효과. 한국상담심리교육복지 학회지, 9(4), 87-104.
  • Kim, E., Lee, D., Do, K., & Kim, J. (2022). Interaction effects of DRD2 genetic polymorphism and interpersonal stress on problematic gaming in college students. Genes13(3), 449.
  • Kim, J., Lee, D., Lee, S., Kim, E., & Oh, S. (2023). Reciprocal relationships between problematic gaming and aggression or intrusive parenting across five years.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26(2), Ahead of Print
  • Kim, J., Lee, S., Lee, D., Shim, S., Balva, D., Choi, K. H., ... & Ahn, W. Y. (2022). Psychological treatments for excessive gam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Scientific Reports12(1), 20485.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네 번째 주제,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관한 기사입니다. 해당글은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주은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학 Ph.D.
미국 뉴욕주 Columbia University에서 임상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Syracuse University에서 임상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충남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중이며 물질중독에 대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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