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행복해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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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행복해진다고요?
  • 2019.07.22 12:20
행복해서 웃는 걸까요, 웃어서 행복해지는 걸까요? 행복하면 당연히 많이 웃을 겁니다. 문제는 기분이 안좋은데도 웃으면 나아질까 하는 것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방송인 노홍철씨가 지금은 종영된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이야기하는 바람에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죠. 이 문장이 환영 받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행복이 외적 조건에 달려있어서 행복의 수동적 객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마인드를 통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행복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정말 맞는 말일까요?

정답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리다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웃어도 안 행복해진다는 말이 아니니까요.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틀린 부분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쪽입니다. 심리학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웃으면 행복해지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그러나 행복해서 웃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은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이겠죠. 그래서 대조 효과를 위해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다" 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더 정확한 표현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행복해서 웃고, 또 웃어서 행복하다.”

왜 그런지 함께 살펴 볼까요?

절로 미소지어지는 그림 한 점. 소피 젠젬브르 앤더슨 Sophie Gengembre Anderson(1823–1903)의  It's Touch and Go to Laugh or No(1857년, 캔버스에 오일,  63.5 cm × 76 cm).
소피 젠젬브르 앤더슨Sophie Gengembre Anderson, 1823~1903. 'It's Touch and Go to Laugh or No', 1857, 캔버스에 오일, 63.5 × 76 cm, 개인 소장. 누구가를 웃기려는 노력 자체가 행복의 지표인지 모른다. 

 1. 행복해서 웃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하면 웃습니다. 웃는 얼굴은 행복의 지표 중 하나입니다. 즉 사람들은 행복을 웃는 표정, 미소를 통해 표현하는 것입니다물론 사람들은 때로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도 짓고 싶지 않은 미소를 지어야 할 때도 있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웃기 싫어도 웃어야 할 일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부장님의 아재 개그에 진정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야 하는 상황에  공감되실 것입니다. 내가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부장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웃는 웃음이죠. 또한 언제나 웃는 표정으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고객센터 직원이나 항공기 승무원 등의 서비스직 종사자들 행복과 상관 없는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자신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짓는 미소이니까요. ,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기가 행복할 때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도 웃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행복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것으로 웃는 표정만 지을 때는 진짜 행복해서 짓는 미소와 다른 표정이 지어진다는 사실 아셨나요? 오랫동안 인간의 정서와 정서표현에 대해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은 꾸며내기 힘든, 진정한 행복을 드러내는 미소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진정한 미소, "뒤셴의 미소Duchenne smile"입니다. “뒤셴의 미소또는 뒤셴 웃음이라 불리는 진정한 웃음은 눈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싼 근육이 움직여 눈가에 웃음 주름이 생기고, 볼이 당겨져 올라가고 눈 밑으로 살이 뭉쳐지는 표정입니다.

프랑스의 해부학자 뒤셴Duchenne이 꾸며진 웃음이 아닌, 진짜 긍정 정서를 경험할 때 나오는 웃음에 이 눈 주위 동그란 근육이 사용된다는 것을 처음 밝혔기 때문에 이러한 웃음을 뒤셴 미소라 부르게 되었습니다뒤셴의 미소를 지으면 어떤 얼굴이 되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눈은 작아지고, 눈가엔 주름이 잡히고, 요즘 말로 광대승천한 표정입니다. 결코 사진에 이쁘게 찍히는 얼굴은 아니죠. 하지만 진짜 행복한 얼굴입니다.

가수 이효리씨는 연예인 중, 뒤셴 미소를 가장 잘 짓는 사람은 중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진 속 이효리씨의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뒤셴의 미소를 짓고 있죠. 눈가엔 주름이 잡히고, 입꼬리와 광대가 함께 올라간 활짝 웃는 얼굴입니다. 보통 연예인들은 사진에 가장 이쁜 모습만 담기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뒤셴 미소를 짓기보다는 눈을 크게 뜨고 입만 웃는 '이쁜 미소'를 지을 때가 더 많죠? 그런데 이렇게 활짝 웃는 뒤셴 미소로 자신의 행복을 마음껏 드러내는 이효리씨의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집니다.

중간 정리를 해 볼까요? 사람들은 행복해서 웃습니다. 행복하면 저절로 지어지는 표정인 뒤셴의 미소로 말이죠.

 2. 웃어서 행복해집니다.

 딱히 행복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웃으면 행복해집니다. 웃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많습니다.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미국 캔자스 대학의 크래프트Kraft교수와 프레스만Pressman교수는 170명의 대학생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두 가지 작업을 하도록 했어요. 한 가지는 주 사용 손이 아닌 반대 손으로 거울 이미지만을 보며 틀리지 않고 별을 그리는 작업이었어요. , 오른손잡이는 왼 손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에 펜을 잡고 거울에 반대로 투영된 별 그림을 보며 이 그림을 똑같이 그려야 했죠. 거울에 반대로 비친 이미지를 따라 그리는 것만 해도 헷갈리는데 주사용 손도 아닌 손으로 그려야 하다니... 중간중간 욱하고 성질이 올라올만한 작업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섭씨 2~3도의 찬물에 한 손을 1분간 넣고 있는 일이었어요. 섭씨 2도면 얼음이 어는 온도인 0도를 살짝 웃도는 아주 차가운 물입니다. 이런 물에 10초도 30초도 아닌 1분동안 손을 넣고 있어야 한다면 꽤 인내력을 동원해야 합니다. 두 작업 모두, 그 수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죠. 이런 스트레스 유발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나무 젓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는데, 나무젓가락을 무는 방법은 아래의 그림처럼 세 가지 중 한 가지였어요.

이 사진은 연구자인 크래프트 교수 자신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가장 왼쪽은 중립적 표정 조건으로, 얼굴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나무젓가락을 사진과 같이 입에 편안하게 물고 있는 표정이죠. 가운데 사진처럼은 일반적 미소 조건으로,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되 입술이 나무젓가락에 닿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웃는 표정이라는 의식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미소 짓는 표정을 짓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의 사진은 입꼬리와 광대가 동시에 올라가게 되고 여기에 따라 눈도 작아지는 뒤셴 미소 조건이었습니다. 나무젓가락을 가로로 하여 이로 물고, 입술이 나무젓가락에 닿지 않도록 지시를 받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뒤셴 미소와 같은 표정을 지은 채로 주어진 과제들을 수행한 것입니다.

억지 미소의 효과

실험의 결과, 스트레스를 받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일반적 미소 조건과 뒤셴 미소 조건의 참가자들은 중립적 표정 조건의 참가자들에 비해 심박수로 측정한 스트레스 회복 속도가 뚜렷하게 빨랐어요. , 스트레스를 받아 높아진 심박수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던 참가자들에게서는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소 조건 중에서는 일반적 미소보다 뒤셴 미소를 지은 참가자들의 심박수가 더 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웃는 표정이었던 참가자들이 스스로 보고한 기분도 더 좋다고 했습니다.

 어떤가요? 웃으면 정말 행복해지는 것이 맞죠? 심지어 내가 웃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웃는 듯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나는 몰라도 내 몸은 그 변화를 알아채고 행복한 감정을 만들어 준다니, 참 신기합니다. 더구나 웃으면 단지 행복해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회복도 빠르니 심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겠죠? 실제로 뒤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더 장수한다는 연구들도 있답니다.

안면 피드백 가설

 그렇다면 왜 웃으면 행복해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행복할 때 웃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생 동안 행복하면 웃어왔습니다. 신생아 때부터도 행복하면 웃을 정도로 우리 뇌에서는 웃음과 행복이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유 없이 웃는 표정만 짓고 있어도 우리의 뇌는 , 웃는 걸 보니 지금 행복한가 보네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원래의 인과관계는 '행복 → 웃음'이었다 할지라도 이 둘 간의 단단한 연결고리 때문에 '웃음 → 행복'의 인과관계도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설명을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이제 다시 한 번 정확히 말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행복해서 웃는다. 그래서 웃으면 행복해진다.” 

이제 매일 아침과 저녁,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해서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겠죠. mind

    <참고문헌>

  • Kraft, T. L., & Pressman S. D. (2012). Grin and bear it: The influence of manipulated facial expression on the stress response. Psychological Science, 23(11), 1372-1378.
임낭연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 성격및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경성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2015년에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행복 및 긍정적 정서 연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피해 진술조력(2018), 범죄피해 조사론(2018), 심리학개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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