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어려울 때, 바로 마음알기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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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어려울 때, 바로 마음알기가 필요한 때
  • 2024.08.20 10:20
평생 함께 할 동반자로 배우자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자아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독심술인지도 모른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는 말로 삶에서 부부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사랑으로 시작한 부부가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가화만사성의 화목할 화()’불 화()’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자아중심적이다

스위스의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인지발달 단계 중 전조작기(대략 만 2세에서 7)에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 특징적이라고 제안했다. 일명 세 산 과제를 통해 취학 전 아이들은 인지적 조작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 개의 산을 본 후 인형이 본 산의 모습을 추측할 때 자신이 본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고르는 것을 관찰하고 자아중심성을 소개한 것이었다.

자아중심성은 상대의 마음을 독심술讀心術을 통해 읽는 현상이다.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은 피아제가 전조작기 이전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했고 피아제도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는 전조작기 이전의 아이들도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전조작기를 넘어선 이후에도 모든 인간이 자아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위스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세 산 과제.’ 자아중심성에 갖혀 있으면 남의 시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림=Dall.e
스위스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의 ‘세 산 과제.’ 자아중심성에 갖혀 있으면 남의 시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림=Dall.e

MBC 시사교양 프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겪는 위기의 부부들이 출연한다. 매주 회차 도입부에서 부부들은 자신의 눈에 비친 대로 배우자를 보게 되고 듣고 싶은 대로 듣기 때문에 서로를 탓하기만 하는 등 너무도 자아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카메라로 촬영한 자신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MC들의 이야기를 들게 되면서 점차 배우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 즉 문제의 원인 중 자신의 탓도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되는 등 자아중심성을 줄여가는 모습을 보인다.

마음알기로 부부 관계의 개선을 꾀하다

1997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리뷰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라는 학술지에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심리학과 존 하비와 줄리아 오마주는 '마음알기minding'라는 심리과정을 소개하였다. 이들은 마음알기는 오랜 기간 동안 가까운 관계에서 상호 친밀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마음알기의 구성요소로 상호 자기-공개,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행동, 그리고 자기와 타인에 대한 건강한 귀인歸因, attribution을 제안하였다.

첫째로, 상호 자기-공개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 간에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중섭, 부부, 1953년, 종이에 유채.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중섭, 부부, 1953년, 종이에 유채.

둘째로, 목표지향적 행동은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는 서로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상대방의 필요를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을 통해 더 깊은 연결을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귀인은 관계에서 자기와 타인의 동기, 의도, 및 노력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다. 인간은 기본적인 귀인 오류가 있기 때문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말을 해도 해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건강한 귀인은 상대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상황 탓을 해주고, 상대가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좋은 의도와 노력 탓을 해주는 것이다.

섣부른 독심술보다는 정확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처럼, 마음알기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부부 간의 상호 친밀감과 만족감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솔직한 자기-공개, 목표지향적 행동, 그리고 건강한 귀인은 부부의 관계를 보다 강화시키며,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부부관계는 다른 대인관계와 달리 서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높고 각자의 욕구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독심술(讀心術)이 나와 타인에게 독심술(毒心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독일 될 수 있는 섣부른 독심술을 쓰는 대신에 정확한 공감을 위한 마음일기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아홉 번째 주제로, '가족이 제일 어려워'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성두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아주대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동기 및 정서, 자기조절, 갈등관리, 외상 후 성장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임상사례로 보는 심리진단 및 치료』(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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