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가족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사람마다 가족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으니, 여러 학자가 주장한 가족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설명을 되짚어 봄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가족 구조의 변화 속 행복한 가정이란?
가족은 생물생태학적 체계 속에서 나를 둘러싼 가장 기본적인 단위체계이다. 우리 모두는 부모와의 혈연관계로서 출생하여 성장하며, 다 크면 다른 이와 인연을 맺어 다시 가족을 이루는 일을 반복한다. 한국의 가족제도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급속히 변모하였고, 최근에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과 1인 독신 가구까지도 급증하면서 인구절벽 시대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급격한 가족 구조의 변화 현상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한 가족의 특징’에 관한 힌트는 무엇일까? 부부로 살다가 2세를 낳게 되면, 부부는 더 이상 딩크족으로 살 수 없다(물론 아이가 없는 동안 딩크족처럼 산 것이지, 아이를 계획했다면 진짜 딩크족은 아니다). 핵가족에서 성장한 여성이 대가족 출신의 남성과 결혼하였다면, 좀 더 유연하게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남편과의 언쟁을 문제로 필자를 찾아온 30대 초반의 여성은 조부모님과 산 적이 없었는데, 결혼 후 남편이 조부모님과의 만남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혼의 남편은 응당 아내의 의아함과 당혹감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며, 아내도 남편의 손자 역할을 좀 더 받아들이고 양해하면 좋을 것이다. 즉,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면 각자 자기가 속한 가족의 구조에 최적화된 사회적 역할을 기꺼이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가족 간의 건전한 상호작용
가족의 구조는 이혼이나 사별, 분가 등이 없다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개별 가족은 비교적 안정된 구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며, 그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상호작용한다. 여러 연구자가 지적하는 가족 간의 건전한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된다. 보호와 안전, 위로, 애정, 격려, 존중, 가치의 공유, 성장 환경의 제공 등이다.
특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 간의 금슬은 가정의 행복에서 강조되는 덕목이다. 부부치료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가트맨은 파경에 이르는 부부 간의 의사소통은 ‘비난-경멸-방어-담쌓기’라고 설명한다. 이제 생각으로나마 행복한 가정을 위해 가족 간에 서로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해야만 하는지 아셨을 것이다.
구조와 기능 속 가족의 갈등
반면, 가족의 갈등 역시 구조와 기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갈등이 심리적이고 기능적 색채가 강할수록 심리학 전문가(임상심리전문가 또는 상담심리사 등)의 도움이 유익할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30대 중반인 내담자는 외동으로 부모가 함께 경영하는 중소기업의 팀장으로 재직하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편이었다. 거기에 2년 전 결혼하여 아들도 하나 두었고, 아내도 공무원으로서 외견상 남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과음을 반복하고 있었고, 가족의 권유로 마지못해 심리상담을 받으러 왔다.
외견상 가족의 구조는 내담자의 과음과 관련이 없어 보였다. 반면, 가족의 기능 차원을 보니, 내담자는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부담스러운 기대만큼 잘하지는 못해왔고,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왜 그리 다그치냐고 못마땅해하면서 과잉보호해 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기대만큼 해내기란 어려웠고, 현재도 자기의 역할이 미미한 직장과 가정에서 존재감과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심지어 아내도 술 문제가 계속되면 이혼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지경이었다. 그가 떵떵거릴 수 있는 술자리는 아마도 유일한 도피처였을 것이다.
내담자와의 치료적 만남은 미완의 진행형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의 부모님과 아내는 내담자가 음주 습관을 좀 더 빨리 바꿀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가족은 행복한 가정에서 관찰되는 상호작용 기능을 회복해야만 했다. 물론 알기란 쉽고,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당신의 가정은 행복한가요?
가정은 우리의 삶이 시작된 곳이며 평생 머무는 곳이다. 일이 많고 몸이 힘들수록 어머님의 따듯한 밥상과 아버님의 자상한 조언이 그립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자식들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다 쓰고 보니, 우리 집의 가족 기능은 어떤지 절로 반성이 된다. 심리학자라고 이론처럼 잘하지는 못함을 고백하며, 좀 더 웃음 넘치는 가정을 이끌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맺는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아홉 번째 주제로, '가족이 제일 어려워'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