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측정했을 때, 심리학은 과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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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측정했을 때, 심리학은 과학이 되었다
  • 2024.10.20 19:58
심리학은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마음에 관한 과학을 표방한 심리학이 철학과 차별화되었던 것, 그것은 바로 측정, 마음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고 했던 점이었다.

심리학이 철학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측정’이었다. 인간 행동의 단순한 관찰과 그에 대한 묘사에서 벗어나 정량적으로 행동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심리학)의 장을 열었다. 

심리학이 철학에서 과학이 된 순간 

예를 들어, ‘본다seeing’라는 가장 기본적인 지각행동perception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느 산중에서 캄캄한 밤, 짙은 구름 때문에 별도 달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당신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때 약 4km 떨어진 어느 곳에서 누군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켰을 때(절대 산에서 담배를 피우진 말자. 산불조심!), 당신은 그 자그마한 불빛을 그 먼 거리에서 볼 수 있을까? 놀랍게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눈은 빛에 민감하다.

이 ‘볼 수 있다’라는 관찰에서, 정말로 우리의 눈이 얼마나 빛에 민감한지를 실제로 자세히 측정하게 되면서 심리학은 과학이 된 것이다. 측정해 보면, 단 하나의 빛 입자가 우리 눈에 있는 수용체에 닿으면 우리의 뇌가 그것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감각기관인가?

뉴턴의 「Optics」.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빛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하는 모습을 담은 칼러 아트워크.
뉴턴의 「Optics」.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빛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하는 모습을 담은 칼러 아트워크.

마음의 자는 물리적 자와 다르다

모든 과학에서 측정이 중요한 만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인 심리학에서도 중요한 측정 방법이 개발되고 발전되어왔다. 인간 행동의 정량적 측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19세기에 최초의 실험심리학자였던 구스타프 테오도어 페히너에 의해 개발되었고, 이 방법은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으로 명명되었다.

초기의 정신물리학을 이용한 측정을 통해 우리는 시각·청각 등의 감각기관의 민감도와 해상도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우리 인간이 어떻게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을 지각하고 인식하는지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기 위해 소리 크기를 조정한다고 생각해 보자.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볼륨을 올리면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측정을 통해 들여다보면 이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볼륨을 1에서 11로, 10만큼 키웠을 때 우리는 소리가 ‘매우’ 커졌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볼륨을 31에서 41로 똑같이 10만큼 키웠을 때 우리는 소리가 그리 커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이렇듯 물리적인 소리의 크기(볼륨)와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소리의 크기와의 관계는 선형적이지 않다. 

마음의 측정은 기술이 된다

이러한 측정을 통한 인간 행동의 이해는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많은 기술에 기본이 되었다. 일례로, 우리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칼러 디스플레이(칼러 TV·영화·컴퓨터 스크린·핸드폰 등)는 인간의 색 지각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눈 안에는 추상체라고 불리는 빛의 다른 주파수 영역에 민감한 세 종류의 센서가 있어서, 이 세 종류 추상체의 반응을 우리의 뇌가 계산하여 우리가 보는 색을 표상해낸다. 

이점을 이용하여 각 디스플레이는 세 추상체를 적절히 자극할 수 있도록 빛을 내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가 우리가 보기에 같은 색을 만들어낼까? 물론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삼성 TV와 LG TV를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색감이 조금 다르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빨강은 여전히 빨강이고 녹색은 또 여전히 녹색이다. 

모든 디스플레이는 원하는 색을 화면에 주사하기 위해 ‘표준색’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이미 100년도 전, 수많은 정상 색 지각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여 몇백 시간이 넘는 색 지각 실험을 통한 측정 결과를 토대로 표준색을 만들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화면과 사진에 적절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최근 마음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뇌를 연구하는 것도 심리학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림 Dall.e
최근 마음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뇌를 연구하는 것도 심리학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림 Dall.e

마음의 측정은 정책이 된다

또 한 가지 기본적인 인간 행동의 측정으로는 반응시간이 있다. 당신이 운전하는 도중 갑자기 도로에 취객이 뛰어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최근 인기 좋은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브레이크페달을 밟은 후 속도에 따라 차가 얼마나 더 움직이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 이후 브레이크페달을 밟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이다.

눈의 망막에 사물이 맺힌 후, 이 빛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고, 눈에서 뇌까지 이동하며, 뇌에서 정보를 처리해 우리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다른 뇌 영역에 정보가 전달된다. 이 뇌 영역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그 신호가 다리와 발의 근육에 전달되었을 때 비로소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0.3초 정도이다.

만약 자동차가 시속 60km로 달리고 있다면, 사람을 보고 브레이크페달을 밟기 전까지 차는 최소한 5미터 이상 같은 속도로 전진한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가 운전 중 딴 짓(핸드폰 사용, 라디오 조작 등)을 하고 있다면 이 반응시간은 현저히 느려진다. 이러한 측정을 바탕으로 운전에 대한 정책(예를 들어 운전 중 통화 금지)이 정해진다. 

마음의 측정은 계속된다

단 두 가지 예를 들었지만, 심리학 측정은 인간 행동 이해의 근간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최근에는 심리학이 신경과학과 연결되어 측정의 중요성을 더욱더 부각시켰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인간 행동은 우리의 뇌가 관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하며, 자기공명영상MRI 측정법 등 많은 뇌 활동 측정 기술이 발달되어왔고 앞으로도 개발될 것이다. 앞으로 발전되어 갈 AI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뇌 활동 측정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기사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 입니다. 본 기사는 열한 번째 주제로, '심리학, 마음을 재다'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홍상욱 플로리다 아틀란틱대 교수 지각심리 ph. D
연세대에서 실험 및 인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밴더빌트대 연구원을 거쳐 현재 미국 플로리다 아틀란틱대에 재직 중이다. 인간 시지각 체계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색지각(color vision)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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