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잘못을 용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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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잘못을 용서하는 방법
  • 2019.07.20 12:00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짊어져야 할 책임을 살피는 '자기용서'의 태도가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지 모른다.

인간은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가 아니다. 때문에 살면서 필연적으로 여러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그것이 심각할수록 그에 따른 결과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생각하면서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하기 쉽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심리학자들이 다루어온 주제가 ‘용서’이다. 우리는 흔히 용서의 대상을 나에게 해를 끼친 타인 즉,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만, 꽤 많은 경우 우리는 스스로의 잘못을 용서하는 데 인색해서 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이다. 2017년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 게재된 실바 연구팀의 논문은 '자기용서'self-forgiveness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Silva, Witvliet, & Riek, 2017.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인 Rembrandt Harmensz van Rijn1606-1669, ‘돌아온 탕자’ Return of the Prodigal Son, 1663 - 1665, 캔버스에 오일, 205 x 262cm,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 레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1606-1669. ‘돌아온 탕자’. 1663~1665. 캔버스에 오일. 205 x 262 cm.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 가족을 버리고 방탕한 삶을 산 아들을 용서했다는 성경의 일화를 소재한 렘브란트 말기 작품이다. 

자기용서란 무엇인가

자기용서란 자신이 저지른 객관적인 잘못에 대해 인지하게 됐을 때 자기에 대한 분노self-resentment를 멈추고, 스스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와 관대함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용서는 자기를 향한 부정적인 정서 혹은 태도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과 불안과 죄책감과 같은 힘든 정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줄이고, 박애와 같은 정서를 증가시키는 대처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용서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것을 부정하거나 자신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식의 회피적인 해석을 지양하며, 개인의 책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해가 중요하다Enright et al., 1996.

많은 연구들은 용서가 신체적 건강, 삶의 안녕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 왔다. 용서에는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고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용서하는 경우와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그동안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은 개인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이고, 자존감을 증가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관계에서 용서하는 것 역시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헌신과 신뢰를 높이며, 관계 만족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손상시킴으로써 여러 부정적인 신체 및 정서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용서의 효과

실바 연구팀의 목표는 용서의 조건을 다양하게 구분하여 용서의 구체적인 신체·정서적 효과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저자들은 건강한 참여자들(여성 40명, 남성 40명, 평균나이 19.4세, 표준편차 1.12세)에게 자신이 타인에게 야기한,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잘못을 회고하도록 하고, 심박수와 정서적 패턴을 측정하였다. 참여자들은 네 개의 용서조건에 할당되어 연구자가 요청하는 대로 상황을 상상하였다: 1)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추하기, 2)겸손히 잘못을 반성하고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연민감을 갖고 포용함으로써 자기용서하기, 3)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기, 4)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거절당하기.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반추하거나 혹은 용서를 구했으나 거절당했던 경험의 상상은 분노, 불안, 그리고 우울 등의 정서를 높이는 반면, 타인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경험을 상상하는 조건은 이러한 부정적이고 힘든 정서를 낮추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중요한 점은 자기용서 역시 타인으로부터 용서받은 것과 비슷하게 죄책감을 비롯한 분노, 불안, 우울 등의 힘든 정서는 낮추고 지각된 통제감 증진시키는 반면, 심박수는 감소하고 부교감신경의 활성화가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용서할 것

일반적으로 용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자기용서는 단순히 자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정서의 중단 그 이상이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단지 수동적으로 용서를 바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범한 관계적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과실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감을 수용해야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진정한 책임을 지는 것,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잘못을 저지른 대상에게 연결되는 진정성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혹시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여전히 심리적으로 얽매여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객관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연약함에 너그러움을 갖고, 타인과 연결되어 살아가기 위한 자신의 인성의 그릇을 확장하는 것이 더욱 실제적일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da Silva, S. P., vanOyen Witvliet, C., & Riek, B. (2017). Self-forgiveness and forgiveness-seeking in response to rumination: Cardiac and emotional responses of transgressor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12(4), 362-372.
장민희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 연구소 사회및문화심리 Ph.D.
중앙대 심리학과에서 사회 및 문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아존중감의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자기초월성의 개념적 확장을 제안하는 논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중앙대 부설 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심리학 기반의 교육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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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경희 2019-07-21 21:38:10
나 자신에 대해 채찍질과 자책을 참 많이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올 상반기는 타인에 대한 원망과 나에 대한 자책으로 그득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하반기는 나와 타인에게 너그러이 용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민희연구원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