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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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 2019.07.18 14:00
사람마다 일어나는 시간과 생활하는 시간이 다르다.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다. 어떤 생활주기를 갖는냐에 따라 대인관계와 같은 우리 삶의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오래 전 일이지만 ‘아침형 인간-저녁형 인간’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뇌리에 꽂힌 적이 있다. 핵심내용은 아침에 두 시간 일찍 일어나면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어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 마시거나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림을 상상하며 사람들은 알람시계를 사기 시작했다. 당시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열망했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밤의 제국'Empire of Light. 1953~1954. 캔버스에 오일. 195.4 * 131.2cm.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소장.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낮시간의 푸른 하늘과 어둠이 깔린 저녁이 같은 세계에 존재한다. 

당신은 아침형, 아니면 저녁형?

1976년 성격심리학자 홈과 오스트버그는 체온과 내분비 변화율을 기준으로 변화를 측정해서 사람마다 주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Home & Ostberg. 이들은 참가자들을 창문이 없는 방에 격리시켰다. 창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었고, 음식은 요구할 때마다 받을 수 있었으며, 자는 시간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참가자들 중 일부는 16시간의 수면-각성 주기를 보였고, 가장 긴 사람의 경우 일주기는 50시간이나 되었다. 평소 우리는 낮과 밤을 알려주는 단서에 따라 일주기를 조절하지만 단서가 없어지자 개인차가 분명해진 것이다.

홈과 오스트버그(1979)는 아침형과 저녁형을 측정하는 질문지를 개발하였다. '언제 일어나는 것이 신체 리듬에 제일 맞는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가? 아침에 일어나서 30분이면 정신이 드는가?' 이 질문지에 따르면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일찍 일어나는 게 그리 힘들지 않고, 오전에 더 집중력이 좋다. 오후가 되면 점차 피로해져 단순한 일만 가능해지고, 해가 지면 무조건 눕고만 싶어진다. 늦은 시간까지 피곤하지 않다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체력이 약하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자들은 국가, 인종, 나이와 같은 요인들이 일주기에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 미국, 크로아티아,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같은 연구를 했다. 또 20대에 연구에 참여한 사람을 7년후 다시 측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아침형-저녁형의 특징은 나이, 국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없었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밤이 되어서야 공부가 되는 고등학생은 야간근무를 덜 힘들어하는 직장인이 된다는 것이다.

아침형과 저녁형의 성격 차이

사람마다 일주기 특징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다른 질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주기가 성격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남녀 차이는 없을까? 인지기능의 차이는 없나? 이런 질문을 모아서 정리한 논문이 2004년 카시, 로버트와 보이어에 의해 발표되었다Caci, Robert, & Boyer, 2014. 아침형 사람들은 불안수준이 높지 않았고, 충동성이나 낭비벽이 적었으며, 질서를 잘 지키고, 인내심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기억 과제를 풀게 했을 때 저녁형 사람들의 점수가 더 높았다. 이 결과를 나에게 적용했을 때 불안수준이 남보다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충동성이나 낭비벽은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남들에게 이성적이다, 쿨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도 내가 아침형 인간인 것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일주기 패턴이 삶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일주기 패턴은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여기에 대해 답을 주는 결정적인 연구는 아직 없다. 2006년 카발레라와 기우디치Cavallera & Giudich가 그 동안의 연구를 모아 정리해서 논문을 낸 이후 새로운 사실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마다 특정 일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그 사람의 다른 면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일주기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침형-저녁형 사람이 함께 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더 좋은 관계로 지낼까? 결혼생활이나 가족관계가 일주기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이런 연구는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 결혼했는데 초반에는 외출시간을 정하는 문제로 많이 다투었다. 아침형인 나는 늦은 저녁 외출이 힘들었고, 남편은 밤이 될수록 기운이 넘쳤다. 심지어 직장을 다니면서 첫아이를 낳아 키우는 상황에서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 외출을 해야 했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편 역시 10시만 되면 고꾸라지는 나를 의아하게 보았다. 지금은 머리로나마 서로 다르구나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서로를 오해하고, 서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슷한 유형이 더 잘 어울려

랜들러와 얀코프스키Randler & Jankovski는 일주기 특징이 실제로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아침형 남자는 아침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아침형 여자를 만날 확률이 높고, 저녁형 여자를 만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역시 아침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둘은 한적한 도서관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게 될 것이고, 이런 날이 반복되면 호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늦은 밤 클럽에 자주 가는 사람은 클럽에 모인 저녁형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과 데이트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는 어떨까? 어떤 룸메이트를 고르는 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까? 연구결과 아침형-저녁형의 차이가 큰 사람들이 룸메이트가 될 경우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훨씬 컸다. 한쪽이 자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부지런히 일어나 커피잔을 딸각거리고, 한쪽이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 룸메이트가 밤마다 친구들을 몰고 들어온다면 원만하게 지내기 어려울 것이다. 아침형-저녁형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최소한 활동시간이 달라 겪는 불편함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유형 이해할 필요 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해서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정신이 멍한 채로 아침을 맞는다고 해서 남보다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책하고 있다면 이 글을 통해 그 마음을 털어버리기 바란다. 배우자나 연인이 늦은 밤 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에 당신이 통화를 원하는 그 시간에 이미 잠들 준비가 되어 있을 뿐이다. mind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전문가로, 심리평가 업무와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의 운영 및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아동치료프로그램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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