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뭉크의 ‘절규’, 밀레의 ‘만종’ 등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알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_{Mona Lisa}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작품.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가수 조용필 선생님도 노래 제목으로 붙인 그 작품, ‘모나리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중 특히 시각_vision을 공부하는 지각심리학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다. 이번엔 지각 심리학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모나리자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해보려고 한다.

의문에 둘러쌓인 '모나리자'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토목가, 철학자, 시인, 작곡가, 물리학자, 수학자, 해부학자, 뮤지션, 체육인이기까지 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여러 가지로 비밀이 많은 작품이다.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가 다 빈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정작 그림에는 다 빈치의 서명조차 없다.

모나리자의 모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여러 설들이 난무하다. 눈썹을 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이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이어질 것이다), 그림이 완성되기는 한 건지... 모나리자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이런 의문들은 호사가들에게 좋은 소재이며, 꾸준히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심지어 모나리자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작품으로 등극된 스토리 자체도 심리학자들의 흥밋거리이다. 모나리자를 그렸을 당시에 다 빈치는 이미 ‘최후의 만찬’으로 매우 유명해진 화가였고, 따라서 모나리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때 모나리자의 위상이 지금처럼 루브르 박물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찰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명화 중 한 편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 중 다른 한 명이었던 라파엘로 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까지도 있을 정도로, 지금과 같이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 있지는 못했다.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이유

모나리자가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난 사건 때문이었다. 어느 날 루브르 박물관의 직원이었던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초 페루자가 벽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를 보며 의문을 갖게 된다. “왜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가인 다 빈치의 작품이 프랑스에 있을까?” 페루자는 나폴레옹이 약탈해간 이탈리아의 작품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약탈품들을 훔쳐 이탈리아로 돌려보낼 결심을 하게 된다.

의외로 너무 쉽고 간단하게 모나리자를 훔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이로 인해 프랑스는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장의 해고는 물론, 연일 뉴스에서는 없어진 모나리자의 이야기로 도배되었고, 프랑스의 경찰은 모나리자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와중에 훗날 현대 미술의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피카소가 과거 루브르 박물관의 도난품을 구매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다.) 페루자는 예상보다 사태가 커지자 모나리자를 처분하지 못한 채 자신의 아파트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가, 2년 후 이탈리아의 미술상에게 ‘이탈리아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라고 연락했다가 잡히고 만다.

민족영웅이 된 절도범

이렇게 모나리자는 루브르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사건의 뒷 이야기가 더 남아있다. 우선 페루자는 이탈리아의 민족 영웅이 되었다. 7개월가량 복역을 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페루자는 외국에 약탈된 이탈리아의 문화재를 본국으로 가지고 오려한 의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막상 모나리자는 약탈품은 아니었다. 모나리자를 너무 사랑하여 항상 가지고 다니던 다 빈치가 말년에 프랑스의 왕궁에서 궁정 화가로 일하다가 사망하게 되고, 모나리자는 일단 그의 제자에게 상속되었다가, 후에 프랑수와 1세가 구입하여 프랑스 왕실이 소유하고 있었고, 프랑스 혁명 이후에 국가 소유가 되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것이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어째든 모나리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람들은 도둑이 루브르 박물관 속 수많은 명화를 제치고 왜 그 작품을 훔쳤는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모나리자에 대해 환상을 가졌고 그렇게 모나리자의 작품성은 고평가 받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리학적 해석을 덧붙이자면, 주어진 상황과 내적 신념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함이 생길 때 생각을 수정한다는 인지 부조화가 작용한 결과로, 이를 통해 상승된 모나리자의 가치는 밴드웨건 효과를 통해 온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었다. 물론 모나리자가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만일 절도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 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의 얼굴 대신 모나리자를 보기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뒷통수만을 보고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만 바라보는 여인

모나리자의 스타 등극기를 논외로 하고도 모나리자가 신비한 작품인 것은 맞다. 특히, 모나리자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던지 간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면에서 봐도 나를 보는 것 같고, 오른쪽으로 이동해도, 왼쪽으로 이동해도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마치 나를 계속 쫓아오며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를 ‘모나리자 착시’라고 한다. 모나리자 착시를 좀 더 생생히 경험해 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자. 위에 있는 모나리자 그림에서 눈을 응시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보자. 어떻게 보이는가? 모나리자의 눈이 당신을 바라보며 계속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심리학자들이 모나리자 착시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 왔고, 실제 많은 연구로 이어졌다. 그 결과 또한 그 연구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연구자들은 모나리자 착시가 모든 초상화에서 다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모나리자의 눈이 향한다고 지각되는 곳이 정확하게는 관람객의 눈이 아니며, 오른쪽이라고 주장하며 모나리자 효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표정읽기의 중요성

이렇듯 많은 지각 심리학자들이 모나리자 착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착시가 응시_gaze지각과 깊이_depth (입체와 유사한 뜻)지각이라는 두 요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더 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습득해왔다. 주변 사람들과 협업을 위해서는 옆 사람의 내면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는 일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의 얼굴에 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집중하며, 아주 빠른 속도로 중요한 정보들을 알아 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찰나의 시간만으로도 옆사람의 얼굴 표정을 알아차릴 수가 있는데, 표정이 그 사람의 내면 상황을 알려주는 좋은 정보이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 외에도 얼굴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응시 또한 그렇다.

응시지각의 오류

응시란 어느 한 지점에 초점을 두어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물론 라캉과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이 말하는 응시는 조금 더 복잡한 개념이지만, 여기서 응시란 말 그대로 어느 지점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응시는 응시하는 사람의 관심사나 다음 행동과 관련된 의도 등을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로서 활용되며, 타인이 응시하는 방향을 지각하는 것을 응시 지각이라고 한다. (응시지각을 설명하기 위해 흰자위와 검은자위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과 같은 많은 심리학 모델이 있지만, 오늘은 언급하지 않겠다.) 모나리자 착시를 한 마디로 말하면, 모나리자의 응시를 지각하는데 체계적인 오류가 발생하여, 항상 관람자를 바라본다고 지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모나리자 착시를 설명하는 많은 이론이 있고, 많은 모델 들이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오류는 결국 모나리자가 3차원의 입체적인 사람을 2차원의 평면에 그린 형태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은 3차원이다. 우리는 이 3차원의 세상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결코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본다고 하는 행위의 시작은 우리 눈에서 비롯된다. 빛이 눈에 들어와서 망막이라고 하는 곳에 맺히면, 그 빛을 우리의 뇌가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보게 된다. 문제는 이 망막에 빛이 맺힐 때 입체적으로 맺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보는 행위의 시작점은 3차원 입체 정보가 모두 소실된 2차원의 빛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 소실된 입체 정보를 우리의 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원한다. 이러한 복원의 과정에서 다양한 착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명한 Muller-lyer 착시이다.

카메라를 쫓아다니는 공룡

모나리자 착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그림이라는 2차원 평면에 표현된 3차원 사람의 모습을 우리의 뇌가 해석할 때에 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모나리자 착시는 모나리자 그림에서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며, 대부분의 초상화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공룡 착시'_{dragon illusion}도 이와 유사하다. 공룡착시는 실제로 오목한 형태의 종이 인형인데 카메라 움직임을 따라 계속 카메라를 쫓아다니며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며, 이 과정에서 고개 전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 Dragon 착시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A4QcyW-qTUg&t=57s

대부분의 경우, 사물은 볼록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오목한 형태의 종이 인형도 볼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채 망막에 맺힌 2차원의 이미지를 열심히 해석하는데, 최초 전제가 틀리니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하여 재미있는 착시가 발생하는 것이다.

착시에 숨겨진 바람

다른 사람의 응시를 지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상황이던지 상대의 응시 방향을 알아차리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3차원 정보가 소실된 형태로, 특히 2차원인 화폭에 그려진 모나리자의 응시를 확인할 때 이런 오류가 커겨서,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하필 응시 지각의 오류가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는 형태로 발생할까? 그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누군가와 상호작용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의 앞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깐... (계속).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