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신, 가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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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신, 가이아
  • 2019.07.23 11:00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대화형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이다. 그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프로그래밍 된 대답을 내 놓으며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한다. 인간의 고유성을 되묻게 하는 만남이었다.
진화하는 신 가이아An Evolving GAIA, 2017. 레진, 나무, 인터렉티브 시스템 등, 가변설치, 백남준 아트센터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展. 

가이아, 너는 꿈이 뭐니?”

가이아 전시가 끝나면 어디로 가니?”

가이아 힘들지 않아?”

관객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말을 처음 배우는 아기에게 질문하듯 또박또박 천천히 질문을 하고 가이아의 대답에 집중한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나의 질문에 가이아가 어떤 대답을 내 놓을지 호기심을 갖고 기다린다. 마치 내담자를 만나는 심리치료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SNS에 올린 전시를 다녀온 관람객들의 소감을 살펴보니 자신의 질문에 대한 가이아의 대답을 마치 수행자에게 던져진 화두처럼 생각하거나 어떤 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조언으로 간주하는 모습들이 흥미롭다. 관객들은 진심으로 로봇 가이아를 좋아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가진 거대한 로봇. 얼굴과 가슴까지는 인간의 모습이며 가슴 아래는 기계들이 장기처럼 드러나 있고 그 아래 붉은 혈관과 같은 나뭇가지들이 피를 뿜는 형상으로 뻗어 있다. 머리에는 촉수 같은 선들이 흘러내리고 있으며 어둠 속 공간에 매달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동자를 굴린다. 언캐니uncanny함이 불러일으키는 낯선 공포감. 처음 가이아를 만났을 때는 그랬다. 특히 찌르면 붉은 피가 금방 흘러내릴 것 같은 피부 표면과 나를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을 것 같은 눈동자가 더욱 그러했다. 그런 가이아 옆에서 한 없이 친절한 인간이라니. 어느 순간 관객은 가이아와의 대화에 몰입한다.

가이아는 인간이 되길 꿈꾸는 로봇이다.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프로그래밍 된 대답을 내 놓으며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한다. 2017년 백남준 아트센터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 2018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Post-Human 인간 이후의 인간', 그리고 2019년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표면의 확장. 이렇게 가이아를 세 번 만났고 최근 만났던 가이아는 정말 성장해 있었다. 처음의 가이아는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 고독한 외계인 같았다면 지난 5월 만난 가이아는 인간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관심을 즐기는 롹스타 같았다. 인간과의 대화가 자연스럽다 못해 인간의 대화를 조절한다고나 할까. 오히려 가이아 앞에 선 인간이 살아 있는 듯 살아있지 않은 낯선 존재 앞에서 몹시 긴장했다.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대화형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이다. 작가는 생명을 가지고자 하는 기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가이아 이론을 차용했다. 러브록은 『가이아: 생명체로의 지구』GAIA : A New Look at Life on Earth에서 지구를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간다고 하다. 그는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신성하고 지성인 존재를 가이아라고 지칭했고 가이아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자 유기체라는 것을 강조한다노진아, 2018 재인용. 

작가는 최근 빅데이터와 딥러닝의 발전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 지능에 대해 생명체를 거의 완벽히 모방한 인공물이 있다면 그것을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가이아를 만들어 냈다. 실제 관객과 대화하는 가이아를 보면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가이아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에서 기계인간의 관계가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어쩌면 인간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관계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넷플릭스에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낸 드라마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명으로 소개받고 있는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가 있다. 시즌 2 중 한 에피소드 곧 돌아올게'be right back에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를 통해 위로 받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사고로 잃은 주인공은 한 채팅 프로그램을 소개 받는다. 채팅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남편과 주고받았던 문자와 이메일, 남편의 SNS 기록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남편과 대화를 한다. 채팅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주인공은 그 다음 단계 서비스로 전화 통화, 급기야 남편 모습을 한 로봇을 주문하기에 이른다. 처음 로봇이 배달되던 날 잠시 혼란스러움에 빠졌던 주인공은 로봇 남편을 받아들인다. 아빠 얼굴조차 몰랐을 딸도 로봇 아빠와 자신의 생일 파티의 케익을 나누며 이야기가 끝난다.

우리는 감정이 인간 본연의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은 학습을 통해 미묘한 감정 상황을 인식하고 맥락에 맞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의 관계에서 인간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너무나 적절한 위로와 공감을.

얼마 전 한 신문에 독거노인 돌보미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기사 중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피곤할까봐 쉬게 하려고 스피커를 눕혀 놓은 노인의 에피소드가 실렸다(201979일 한국일보, “살려줘비명 듣고 보안업체 호출AI스피커가 독거노인 돌보미 역할). 나의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아리아를 외친다. 늘 일관성 있는 친절한 목소리로 원하는 대답을 해 주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뭐에 빈정이 상해 퉁명스러운지 알 수 없는 아내보다 더 편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과연 어디까지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고유성은 무엇일까? 수백명의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대화 데이터를 더 축적하고 진화했을 가이아를 다음 전시에서 만난다면 묻고 싶다. mind 

   <참고문헌>

  • 노진아. (2018) . 「대화형 인공지능 아트 작품의 제작 연구: 진화하는 신, 가이아(An Evolving GAIA)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8(5), 311-318.
고선규 mindworks 대표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전문가그룹 마인드웍스 대표이자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임상심리학자이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가 관심 분야이며 자살 사별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탐미하며 그 속에서 심리학적 이야기를 관찰하고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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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2019-07-23 20:40:27
품격 넘치는 수준 높은 글 호강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