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예측할 수 없던 결과까지도 비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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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예측할 수 없던 결과까지도 비난할까?
  • 2019.08.01 23:30
우리는 보통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을 때 그러한 선택을 한 사람을 비난한다. 왜 그런지 그에 대한 해답이 이 논문에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잘 알지 못한 채 그러한 결정을 내립니다. 사실 우리가 내린 결정이 최선이었는지는 그 결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위해 현대 과학이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아닌 이상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우리가 예측할 수 없었던 결과에 대해 비난합니다. 한 예로,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L'Aquila 지방에서 지진으로 인해 308명이 사망하였습니다. 당시 지질학자들은 지진 발생이 과학의 힘을 넘어서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과실치사로 기소되어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사람들이 행위자의 의도나 역량과 상관없이 그 결과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L'Aquila, Abruzzo, Italy. A goverment's office disrupted by the 2009 earthquake . © it.wikipedia.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지방의 지진 피해 모습. © it.wikipedia.

사람들은 왜 예측할 수 없었던 결과를 비난할까?

프라이타스와 존슨Freitas & Johnson은 도덕적 판단에서 나타나는 '최선 편향Optimality bias'과 '효율성 원리The Efficiency Principle'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비난을 설명합니다. 최선 편향이란 결정을 내릴 때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한 사람에게 더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점은 최선 편향이 기존의 도덕적 판단에 대한 이론이나 설명에서 중시한 '의도'나 '결과에 대한 예측'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속초에서 산불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시에 김모 속초 시장은 가족 여행 중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습니다. 결혼 35주년 기념 제주도 여행 도중 산불이 날 줄 알았겠느냐며 비판 여론에 반대하는 입장과 그런데도 속초 시장은 여행을 가면 안 됐다는 비판 입장이 있었습니다. 산불 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더라도 산불이 났을 당시 시장으로서의 최선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 중인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을 하는 것이 바로 최선 편향에 따른 도덕적 판단입니다.

효율성 원리는 사람들이 행동할 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 혹은 효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한 경우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효율성 원리에 따라 더 많은 설명이 요구되는 비효율적인 차선책을 선택할 경우, 사람들은 그러한 선택에 대해 더 가혹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최선 편향

프라이타스와 존슨은 총 7개의 연구를 통해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최선 편향의 존재와 그 원인을 검증하였습니다Freitas & Johnson, 2018. 연구 결과, 사람들은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더 가혹한 도덕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연구자들은 치료를 위한 약물 선택의 시나리오를 사용하여 실험하였습니다. 시나리오 속 행위자는 약물 A, B, C 모두 같은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약물의 치료 효과는 달랐습니다(약물A: 치료율 70% - 최선 vs 약물B: 치료율 50% - 차선 vs 약물C: 치료율 30% - 최악). 이때, 행위자가 최선-약물A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 도덕적 비난을 더 많이 받았으며, 차선-약물B와 최악-약물C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정도는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2-6 결과 그래프
연구2-5 결과 그래프

최선이 아닌 차선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차이가 나지 않은 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료 가능성을 고려하여 각 선택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한다면 약물 C를 사용한 것보다 약물 B를 사용한 것에 대한 비난이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효율성 원리에 따라 도덕적 판단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최선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것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3 설명에 대한 욕구 매개모형
연구3 설명에 대한 욕구 매개모형

마지막으로, 최선편향과 효율성 원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작동했습니다. 도덕적 판단에서 숙고적 vs 직관적 사고 과정의 역할은 오랫동안 논의됐습니다. 본 연구 결과에서는 도덕적 판단이 의식적 수준에서 벗어나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시사점

도덕적 판단에서 새롭게 밝혀진 최선 편향과 효율성 원리는 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도덕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행위자와 인지적으로 실수할 수 있는 관찰자가 존재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판단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신이 가진 편향에 대한 이해가 선행할 때 비로소 우리는 보다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최선 편향을 의식하지 못한 채 타인의 선택에 대해 마치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던 듯 의미 없는 소모적인 비난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 De Freitas, J., & Johnson, S. G. (2018). Optimality bias in moral judgment.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79, 149-163.

 

서예지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교수 사회및문화심리 박사 수료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존재하며,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사회변화를 위한 개인의 태도 및 인식변화와 실천에 관해 관심이 있다. 중앙대에서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인성교육협회 심리학 전문 교수로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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