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자동차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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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자동차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 2019.07.26 13:00
움직이는 물체들에 대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해 움직이는 것만 같은 인상을 받는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심리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달려가는 물체들

다음의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차례로 떠올려 보자.

  • 달리는 자동차
  • 뛰어가는 아이들
  • 산책하는 강아지

혹시 떠올린 이미지들에 공통점이 있지는 않았는가?

책표지, 지면광고, 만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이미지들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은 이러한 사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자 자극 예시
기울임체 글자 자극 예시

루이스와 워커는 글자의 기울임체를 우리가 지각하는 과정에서 어떤 편향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Lewis & Walker, 1989. 사람들에게 치타cheetah와 같이 동물의 이름을 기울임체로 제시하였을 때, 참가자들은 기울이지 않았을 때보다 더 동물이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워커는 이러한 결과로부터 그림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움직임을 표현하는 이미지들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Walker는 우리가 움직이는 물체를 그림 혹은 사진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2015Perception에 게재하였다.

왜 오른쪽인가?

그는 구글 이미지를 수집하여 움직임을 나타내는 이미지들의 특징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동하는 물체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묘사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물체나 동물이더라도 정지한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의 경우 향하는 묘사되고 있는 방향의 빈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움직이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오른쪽에 대해 편향이 유의하게 발견되었지만, 같은 물체가 정지해 있는 사진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 방향인 왼쪽에 대한 편향이 발견되거나 특정 방향에 대한 편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동일한 말 이미지도 달리는 말의 경우는 오른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더 유의한 수준으로 빈번하게 묘사된 반면, 서 있는 말의 이미지는 왼쪽을 향하는 사진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자 보뇌르 Rosa Bonheur 1822–1899. 말 시장 La foire du cheval. 1852- 1855. 캔버스에 오일. 244.5×506.7 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로자 보뇌르Rosa Bonheur, 1822~1899. '말 박람회', 1852~1855, 캔버스에 오일, 244.5 × 506.7 cm,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말 전문화가였던 보뇌를의 작품에서도 말들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에 대해 연구자는 세 가지의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먼저 첫 번째는 시간 흐름에 대한 공간은유spatial metaphor이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에 대해 공간적으로 표현할 때 대부분 왼쪽은 과거로 두고 오른쪽 방향으로 갈수록 미래인 것으로 비유한다. 따라서 우리가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자동적으로 미래 방향인 오른쪽 위치로 움직이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느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글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눈을 이동하며 읽는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글의 순서를 보면 대부분 앞선 과거의 사건들부터 점차적으로 내용을 연결지어 나가며 나중의 시점으로 마무리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첫 번째 해석과 유사하게, 오른쪽 공간에 미래를 연결짓는 것을 더욱 자동적으로 하게 되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오른쪽 방향에 선호가 발생하는 것이 더 빈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행연구들의 결과에서 아랍어나 히브리어처럼 읽는 방향이 우리와 반대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움직이는 물체를 표현할 때 왼쪽에 대한 편향이 일관적으로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연구자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능성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우세손의 영향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문화권과 상관없이 더 많은 비율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다. 물건을 집거나, 던지거나 손을 이용한 활동을 할 때 대부분 당연히 오른손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물체에 대해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물체보다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물체가 움직일 때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더 선호하게 되고 어쩌면 이것이 시간 흐름에 대한 공간은유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추측 하였다.

예술에 숨겨진 공통성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움직이는 물체를 오른쪽을 향하도록 그리거나 표현할 때, 위에서 이야기한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확실하게 이해하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의 마음이 느끼는 대로 보다 역동적인 물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을 뿐인데, 그 노력은 의외로 심리학의 법칙으로 귀결된다. 예술이라고 하는, 창조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의 작품도 결국 인간의 마음이 갖는 공통성에 근거할 것이다. 그 공통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찾는 것이 심리학의 일이다.

내일의 심리학자들이 우리가 지금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어떤 공통점을 새로운 이론과 법칙을 통해 설명해 주길 기대해 보자. mind

   <참고문헌>

  • Walker, P. (2015). Depicting visual motion in still images: forward leaning and a left to right bias for lateral movement. Perception, 44(2), 111-128.
김미송 한림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한림대 심리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덕질과 연구는 장르를 불문하고 적극 지지해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즐겁게 덕업일치의 꿈을 실현하는 중. 언젠가 부업인 자영업에도 지각심리학을 적용해 거상 심리학자의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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