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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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당신에게
  • 2019.07.23 11:00
우리는 매일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내 기분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기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기는 너무도 힘든 오늘을 간신히 견디어 냈지만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겠지?”, “내일은 더 힘들 것 같아!”와 같은 생각이 들 때 입니다. 긴 터널 속에서 출구의 빛이 한 줄기도 보이지 않을 때처럼요. 그럴 때면 정말 기분이 축축 처지고, 원래는 잘 할 수 있는 일의 절반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또 다시 기분이 나빠집니다. 

기분과 감정은 다른가요

기분mood은 누구나 알고, 경험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자신의 기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다룰 수 있을까요? 기분은 감정emotion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감정은 주로 어떤 사건이나 자극에 의해서 촉발되지만, 기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호하기도 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분과 감정이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해서 둘이 완전히 독립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기분은 어떤 감정을 촉발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면 우울한 기분의 상태라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더 쉽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Eldar et al., 2016.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1863~1944. '멜랑콜리'Melancholy, 1891, 캔버스에 오일, 펜슬, 크레용, 73 × 101 cm, 오슬로 뭉크미술관 소장.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 연작이다. 그러나 그가 절규를 토해내기 전 자신의 우울한 기분을 다룬 작품 '멜랑콜리'를 발표했다. 자신의 내면 심리를 다룬 작품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뭉크 사태'로 표현될 정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기분이 나쁜 이유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2014년 연구에서는, 현재의 기분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서 결정되기보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얼마나 좋은지 혹은 나쁜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습니다Rutledge et al., 2014. 즉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기분이 좋고, 내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기분이 나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발생한 ‘나의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보상에 대한 예측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고 부르는데, 이 예측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긍정적인 기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알맞은 기대를 하도록 자신을 훈련합니다. 예측오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피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전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상황이 있었다면 동일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기대를 통해서 혹여나 다시 부정적인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예상하지 못 한 일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피하는 전략입니다.

기분에 따라 세상이 달라져요

기분은 나의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결과물과 같이 보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경험할 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기분이 나쁠 때에는 부정적이고 불쾌한 부분들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Korn et al., 2014. 즉 기분에 따라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왜곡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무리 기분이 좋거나 나빴더라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기분baseline으로 돌아오는 항상성homeostasis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래의 기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기대에 어긋나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대 수준을 조정하기 때문입니다Eldar et al. 2014. 대인관계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나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기대를 조금은 낮춥니다. 그리고 나면 어제의 경험은 여전히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거나, 생생하게 기분이 나쁜 수준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수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에 내가 가진 세상에 대한 기대를 적절히 조정하지 못한다면 원래의 기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 나의 기대에 어긋나는 경험을 했을 때 나의 기대 수준을 현실에 가깝게 조정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예측오류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분을 생성하고, 다시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갈 틈이 없이 새롭게 생성되는 부정적인 기분으로 가득한 채 지내게 됩니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

우울한 기분이 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경험의 나쁜 측면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세상에는 온통 나쁜 일들만 일어난다는 편향된 경험 정보가 가득 쌓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나쁜 일들만 가득 일어날 것이라는 부정확한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무망감hopelessness입니다. 무망감은 미래에는 좋은 일 없이 나쁜 일들로만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 상황에서 나는 무력하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드는 감정입니다Abramson et al., 1989. 실제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을 잘 예측하는 요인 중 하나는 무망감입니다. 

세상에 대한 기대는 우리의 기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어제를 살아왔기 때문에 내일에 대해서 제각기 다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일에 대해서, 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요? mind

   <참고문헌>

  • Abramson, L. Y., Metalsky, G. I., & Alloy, L. B. (1989). Hopelessness depression: A theory-based subtype of depression. Psychological review96(2), 358.
  • Eldar, E., Rutledge, R. B., Dolan, R. J., & Niv, Y. (2016). Mood as representation of momentum. Trends in cognitive sciences20(1), 15-24.
  • Korn, C. W., Sharot, T., Walter, H., Heekeren, H. R., & Dolan, R. J. (2014). Depression is related to an absence of optimistically biased belief updating about future life events. Psychological Medicine44(3), 579-592.
  • Rutledge, R. B., Skandali, N., Dayan, P., & Dolan, R. J. (2014). A computational and neural model of momentary subjective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111(33), 12252-12257.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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