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Opinionated: 의견이 있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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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 Opinionated: 의견이 있다는 것의 의미
  • 2019.07.24 12:00
해외 학회에 참석해 보면, 보통 동양학자들에 비해 서양학자들이 좀 더 논쟁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점을 가져오는 것일까?

학회 활동에서의 문화 차이

지난 7월 초 네델란드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였다. 국제 학회에 참석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서구 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도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열정적이지 높은 목소리에 상기된 얼굴은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 눈에는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그에 반해 동양학자, 특히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학자들은 극렬한 논쟁을 벌이기보다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발표자를 찾아가 조용히 의견을 묻는 게 다다.

처음 이런 광경을 경험했을 때 언어 표현이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 이후에도 국제학회를 참여할 때마다 경험하는 광경이기 때문에 그냥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동양의 문화적인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설하는 연구방법을 가르치다 느끼게 되었다.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1483–1520. '아테네 학당', 1511. 프레스코 벽화. 500 x 770 cm, 로마 바티칸 미술관 소장. 르네상스 시대 재현한 아테네 학당의 풍경이다. 곳곳에서 논쟁을 벌이는 그리스 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에테네서 각종 논쟁이 벌어졌던 저자거리를 '아고라(agora)'라 불렀는데, '논쟁(agon)' 하는 장소라는 의미다.

심리학 실험의 원리

심리학은 인간의 심리현상을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것, 특히 그 원인 규명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 한 예로 알코올이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고 하자.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여러 사람(실험 용어로 참가자라 지칭한다)들을 모은 뒤 이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와인을 한 병(통제집단), 다른 집단은 알코올이 함유된 와인을 한 병(실험집단)을 각각 실험을 시작하기 한 시간 전 마시게 한다.

그런 상태에서 가상현실로 제작된 운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운전능력을 검사한다. 그 결과 처치를 받은(알코올이 함유된 와인을 마신) 실험집단의 참가자들이 월등히 많은 사고를 낼 경우 우리는 알코올이 실지로 운전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두 집단에 할당되는 참가자들이 성별, 나이, 운전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조건에서 동등하도록 유지하게 하여, 알코올 외에 다른 요소가 참가자들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준비과정을 실험 통제라고 한다. 참고로 최근에는 윤리적인 문제로 인하여 이런 실험을 실시하는 것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통계적 검증 절차

위와 같이 두 집단으로부터 수집한 자료, 특히 사고의 빈도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독립측정 t 검사라는 통계절차를 사용한다. 이때 두 집단의 사고 빈도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특히 알코올 집단에서 더 많은 사고가 관찰될 경우, 그리고 그 차이가 우연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확률에 근거하여 극히 희박하다고 고려될 경우 우리는 '조작의 효과가 있다. 즉 알코올이 운전 능력을 감소시킨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때 조작한 변인, 즉 알코올의 함량 여부를 독립변인, 참가자들이 범한 교통사고의 빈도를 종속변인이라고 지칭한다. 이렇게 조작한 독립변인의 효과를 측정한 종속변인을 통해 확인하며, 그 결과에 근거하여 결론을 내리는, 이런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연구방법이다.

위와 같이 두 집단의 수행 정도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통계 절차에 비해 세 집단 이상으로 구성된 자료를 분석할 때는 변량분석이란 통계 절차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인식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실험의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아주 그럴듯한 문장을 작성한 뒤 그 문장이 유명인의 연설이나 저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밝힌다. 그리고 그 인용문에 본인이 얼마나 동의하는지 여부를 7점 척도(1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 7점: 전적으로 동의함)를 이용하여 보고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는 고귀하다. 아니 너무나 고귀하기 때문에 그 소비 자체가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각 수강생에게 분배한다. 이때 지문은 세 종류로 나누어져, 한 지문은 이 문구가 이순신 장군이 말한 것으로, 다른 지문은 한일합방의 주범인 이토 히로부미가 말한 것으로, 나머지 지문은 익명의 사람이 말한 것으로 제작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렇게 지문이 세 종류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 실험의 목적은 말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인용구의 해석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몇 년 동안 실시해 왔지만 한 번도 인용구에 대한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인용구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적절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할 지라도 당연히 임진왜란 당시 조국을 구하기 위해서 살신성인한 이순신장군에 대한 경외심과 조선의 일본 합병에 중심 역할을 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적개심이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런 예상이 빈번히 빗나간다는 것이다.

학기가 바뀔 때 마다 인물들의 조합을 김수환추기경(긍정인)-김정일위원장(부정인)-익명의 사람, 안중근의사(긍정인)-히틀러(부정인)-익명의 사람 등으로 변화시켜 보았지만 여전히 효과를 유도해 낼 수 없었다. 실험을 마친 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인용구 그 자체에 집중을 했지 누구의 말인지는 무시했다는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개인의 주관이 드러나지않는 이유

서구학자들의 논쟁을 관찰하면서 갑자기 연구방법에서 시도한 이러한 실험이 생각났다. 특히 이 실험에서 효과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우리 각자가 여러 가지 이슈에 있어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서구학자들과 같이 뚜렷한 주관을 간직하고 있을 경우 그 주관을 표출할 때 열정이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집단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제약 내에서 문제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 관계로 우리의 주관은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의식을 반영하는 관계로 그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다. 사실 서구의 초중등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더라도 깜직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반해 수업 중 질문할 것이 없냐고 아무리 물어봐도 질문에 인색한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의견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

의견opinion을 한글사전naver에서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으로 정의한다. 그에 반해 영어사전dictionary.com은 1) ”불확실한 근거 위에 형성된 신념 혹은 판단“, 2) ”개인의 관점, 태도, 평가“, 3) ”전문가가 내린 판단을 지칭하는 용어“ 등으로 정의한다. 사실 신문의 사설을 영어신문에서는 'opinion'이라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한 그 분야 전문가들의 생각으로 그 생각이 100% 확실한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의견을 가진다는 의견의 동사인 'opinionate'는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반면, 그 과거분사 'opinionated'가 형용사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의미가 “고집 센”, “자기주장이 강한”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의미로 고려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서구학자들의 태도를 기술하기에는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 분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 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등 여러 제 분야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을 간직하고 있으며, 자신의 주관을 표출하는데 전혀 수줍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의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의견을 유지하고 방어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구축해야한다. 그런 근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재조직화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형성된 지식구조는 당연히 애착이 갈 것이고 그런 애착은 열정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학회 기간 중 서구학자와 대화를 나누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 한 번 물어 보았다. 그의 반응은 동양의 학자들이 수줍음을 타거나 아니면 너무 겸손하기 때문에 논쟁에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나 자신 그 동안 참가한 학회에서 적극적이지 못하였다. 상대방의 관점과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당신이 틀렸습니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논쟁, 완벽하지 않은 의견의 만남

과연 이런 수동적인 자세는 바람직스럽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것일까? 사실 핏대를 곤두세우고 논쟁을 벌일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 개인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상기하였듯이 의견이란 대처하는 상황, 이슈에 대해서 100% 확실한 지식이 없을 때 도출되는 생각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견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서로 완벽하지 않은 생각들이 보다 정제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점이 논쟁의 긍정적인 측면이 아닐까?

사실 우리사회에서는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기 어렵다. 아마 이런 논쟁이라는 중간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상충되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극단적인 대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상상이 지나치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학생들이 고집이 세다, 너무 독단적이다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형성하고 그런 자신의 주관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데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은 있다. mind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지각심리 Ph.D.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그 뒤, William Paterson University (NJ 주립대학)과 영국 University of Leicester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에 근거한 운동 통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각 및 운동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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