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도 뱀파이어는 무섭다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고에서도 뱀파이어는 무섭다
  • 2019.07.25 10:00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 광고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른 이러한 결과를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한 가지 방법은 '흡혈귀 효과'로 설명하는 것이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국내 케이블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23.8%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에 부응해서 지금까지도 해당 드라마의 많은 출연진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특정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 많은 기업이 거기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를 자사 광고의 모델로 기용하는 현상은 매우 흔한 일이다.

광고 모델 전략의 심리학

이와 같은 기업의 광고 모델 전략은 다음과 같은 소비자의 심리적 기제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오나라라는 배우가 연기한 『SKY 캐슬』 드라마의 진진희 캐릭터는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을 가졌다. 배우 오나라의 실제 성격과 극중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20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극중 캐릭터 진진희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유쾌함, 발랄함)과 배우 오나라를 연합해서 학습하게 된다. 또한 이 드라마의 인기로 배우 오나라가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사람들은 배우 오나라와 『SKY 캐슬』 드라마의 진진희 캐릭터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을 반복해서 연합 학습을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배우 오나라를 보면 그녀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유쾌함, 발랄함)을 경험한다. 이와 같이 극중 캐릭터 진진희가 유발한 긍정 감정이 배우 오나라에게 전이되는 현상을 1차 고전적 조건화라고 한다. 이때 배우 오나라가 출연한 『SKY 캐슬』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의 모든 시청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잠재 소비자이다.

이후 특정 기업은 광고를 통해 배우 오나라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을 자사 브랜드와 연합시키는 광고 모델 전략을 사용한다. 즉, 매장에서 소비자가 자사 브랜드를 보면 배우 오나라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을 경험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이 전략의 기반은 1차 고전적 조건화로 만들어진 배우 오나라가 유발하는 긍정 감정을 자사 브랜드로 전이시키려는 소비자 대상의 2차 고전적 조건화이다.

2차 고전적 조건화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광고 모델 전략은 매출 증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이와 같은 광고 모델 전략이 실패할 수 있다. 흔히 현실에서 발생하는 실패 이유를 소비자의 심리적 기제를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흡혈귀 효과

첫째, 소비자를 정보처리자라로 보는 관점에 따르면, 광고에 등장하는 브랜드나 그와 관련된 정보(예: 브랜드 제품의 특징)에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는 그 브랜드나 관련 정보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지 않고 그래서 그것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 한다. 즉,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에게 이후의 정보처리 과정(예: 태도 형성, 기억)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 광고에 등장하는 2차 고전적 조건화가 된 소위 뜨는 배우가 소비자의 눈길을 지나치게 강하게 끌어, 브랜드나 그와 관련된 정보에 기울일 소비자의 주의를 마치 흡혈귀처럼 모두 빼앗아갈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결국 그것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기 못해 나중에 그것을 기억하지 못 한다. 이 현상을 흡혈귀 효과vampire effect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흡혈귀 효과를 막기 위해서, 광고인 또는 마케터는 소비자가 광고 속 브랜드나 그와 관련된 정보에 주의집중하도록 만드는 방안(예: 배우가 광고에서 해당 브랜드 제품을 사용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진 드라크르와Eugène Delacroix, 1798~1863. 「뱀파이어」(부분) Le Vampire, 1825. 미술에서도 뱀파이어를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소재를 삼은 그림은 매우 드물다. 낭만주의 화가 드라크르와가 남긴 이 작품에는 죽음과 같은 잠에 빠진 여인의 침대 곁 탁자에 '뱀파이어'란 제목의 책이 놓여 있다. 

간섭 효과

둘째,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로 인해 막 뜨는 배우이기 때문에, 해당 배우는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기업의 다양한 브랜드 광고에 동시에 기용될 수 있다. 이때 그 배우가 실제로 출연한 많은 브랜드의 광고 중, 소비자가 정확히 기억해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 광고를 보고 뜨는 배우의 출연을 기억 속에 저장했지만, 뜨는 배우가 출연한 유사 시기의 다른 브랜드 광고가 소비자의 기억 인출을 간섭interference했기 때문이다.

같이 뜨는 배우를 동일하게 기용했지만, 시점 상으로 이전에 집행한 여러 브랜드 광고 때문에 가장 최근에 집행한 브랜드 광고에 해당 배우가 출연한 사실을 소비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순행간섭이라고 한다. 반대로, 최근에 집행한 여러 브랜드 광고 때문에 이전에 집행한 브랜드 광고에 해당 배우가 출연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 하는 현상을 역행간섭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간섭을 막기 위해서, 기업은 그 배우를 기용하는 다른 브랜드 광고 보다 단기간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집행해서 자사 브랜드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노출을 늘리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mind

강정석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h.D.
고려대에서 소비자·광고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브랜드확장에 대한 소비자 정보처리 과정과 브랜드확장의 광고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북대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이전에 광고회사인 DDB Korea 마케팅연구소 차장과 SK텔레콤 고객중심경영실 부장으로 근무했다.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청중의 심리적 저항감, 장소 브랜딩, 고령 소비자 심리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