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이 정말 우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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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 정말 우월할까요?
  • 2019.07.26 13:00
전자책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종이책의 강점을 말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과연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우월한가? 사실 답은 변화하는 현재 상황에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 정기 구독자 통계를 보면 2000년도 81.4%에 달했던 구독율은 2016년에는 20.9%로 매우 큰 폭으로 감소되었다. 신문매체에서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속성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뉴스가 실시간으로 검색되는 다양한 포털 사이트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신문 구독자 감소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수제로 제작된 42행 구텐베르그 성경의 일부. 독일 마인츠 구텐베르그 박물관 소장. 1450년 인쇄술의 도입으로 유럽사회는 새로운 지식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후 5백년간 인류의 지식를 전달하는 유일한 매체로 군림했다.
수제로 제작된 42행 구텐베르그 성경의 일부. 독일 마인츠 구텐베르그 박물관 소장. 1450년 인쇄술의 도입으로 유럽사회는 새로운 지식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후 5백년간 인류의 지식를 전달하는 유일한 매체로 군림했다.

종이책으로 글을 읽는다는 것

며칠 전 독서와 관련된 방송을 시청하였다. 독서와 관련된 뇌 처리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국 뇌신경과학자도 출연하였고 국내 독서교육의 성공사례도 소개되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오래 전 생각이 떠올랐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에서 테블릿 pc를 학습 교구로 사용하도록 지원한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세월이 지나면 이 아이들과 나의 뇌는 매우 다른 뇌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종이 책으로 된 글자를 처리하는 뇌 영역과 기제가 스크린으로 제시된 글자를 처리하는 뇌 영역과 기제와 다르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를 인용한 다른 기사도 접하면서 나름 복잡한 감정을 가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최근 모든 도서 판매 사이트에서는 각기 나름의 특성을 가진 전자책 ebook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일정 요금을 내면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볼 수 있고 오디오 북도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종이신문처럼 종이 책도 조만간 전자책으로 전환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신세대의 뇌와 구세대의 뇌는 매우 다르게 발달하게 되고 근본적으로 다른 지각과 사고를 하게 될 것인가?

종이책과 전자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다양한 결과와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기존 결과를 뒤엎는 새로운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특정 결과를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 한 예로 2016년 발표된 연구를 통해 종이책을 통해 글자를 읽는 것과 스크린으로 글자를 읽는 것이 서로 다르게 처리되므로 종이책으로 독서를 하는 세대와 전자 책으로 독서를 하는 세대의 뇌 발달이 매우 다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종이책은 정말 우월한가

많은 연구들을 통해 글자를 읽을 때 두가지 뇌의 경로인 등쪽 시각경로 dorsal visual pathway와 배측 시각경로 ventral visual pathway가 작동한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야기를 읽는 상황과 휴식 상태 fMRI 반응을 분석하여, 두 가지 경로가 이야기를 읽을 서로 연결되어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Zhou, Wang, Xia, Bi, Li, & Shu, 2016. 또한 이야기를 읽을 두 가지 경로가 모두 활성화되지만 우리 뇌는 하향식 정보처리(등쪽 경로에서 배쪽 경로로 정보가 전달되는 처리) 한다는 결과도 보고하였다.

물론 이들의 연구는 중국인 대상이며 중국 문자는 상형문자로서 표음 문자적 특성이 강한 한글로 문자를 읽는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있다. 그러나 글자를 읽을 뇌가 분리된 처리를 하기 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처리한다는 결과는 종이 독서와 전자 독서가 서로 다르게 처리되기 보다는 역시 서로 연결되어 통합적인 처리를 것이고 궁극적으로 매체에 따른 독서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였다.

사실 자브르가 Science America에 기고한 글에서 보면 , 1992년까지 발표된 연구들은 일관되게 종이책에 비해 스크린으로 읽는 것은 더 느리고 덜 정확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연구들은 각기 다른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Jabr, 2013.

이러한 차이가 왜 나타날까? 근본적으로 이러한 차이는 연구 방법론상의 여러가지 차이점과 한계 등에서 기인하겠지만, 또 한가지 가능성은 스크린을 통해 글자를 읽는 것에 익숙해진 참가자들 특성 차이가 점차로 연구에 반영되기 시작하였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뇌

통상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가소성plasticity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난다. 종이신문이 웹사이트 검색으로 대체되고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스크린을 통해 글자를 보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자극이 아닌 익숙한 자극이 된 것이다. 실제 전자책을 통한 아동 읽기 교육 효과에 대한 최근 연구들을 보면 종이 책에 비해 효과가 크거나 최소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다른 연구의 대학생 대상 연구에서도 이해 정도, 독서 피로도와 심리적 몰입도에서 종이 책과 전자책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Hou, Rashid, & Lee, 2017. 연구자들은 글자가 제시되는 매체 특성이 이해, 피로도와 몰입 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 가정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체는 주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지 던롭 레슬리 George Dunlop Leslie 1835–1921. Alice in Wonderland.1879. 캔버스에오일. 81.4×111.8 cm. Brighton and Hove Museums & Art Galleries.
조지 던롭 레슬리 George Dunlop Leslie 1835–1921.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1879. 캔버스에오일. 81.4 × 111.8 cm. Brighton and Hove Museums & Art Galleries 소장. 

물론 자녀들의 독서 교육에 대해 부모와 교사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다독과 정독을 독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이 책을 통한 독서는 전자책을 통한 독서에 비해 깊이 있는 처리와 이해를 증진하는 장점을 지닌다고 믿고 자녀에게 종이 책을 통한 독서를 권장하기도 한다. 또한 종이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촉각과 내가 감명 깊게 읽고 줄을 그어 놓은 부분을 지레짐작으로 찾아내면서 느끼는 만족감에 대한 낭만적 집착(?)을 주장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종이 책을 통한 독서를 본인도 선호한다. 전자책을 통한 독서는 무언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분명히 돈을 내고 다운 받았음에도 내 책 같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구세대다!

그러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동 청소년들은 스마트 세대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차 있는 백과사전을 통해 정보를 찾는 대신에 포털 사이트에서 손쉽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일반 지식들을 만화를 통해 습득한다. 허름한 만화방에서 여러 명이 돌려 보아서 손 떼로 낡은 종이 만화책을 보는 대신에 스마트 폰을 통해 웹툰을 즐긴다. 또한 무언가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거나 개인 과외 선생을 찾아가는 대신에 유튜브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로 인해 자녀 세대의 뇌와 부모 세대의 ‘뇌 세대 차이’가 생기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뇌의 가소성plasiticity으로 인해 신세대는 구세대와 다른 뇌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신경망 특성에 맞는 정보 전달 매체를 선택하게 된다. 앞서 인용한  휴우 등의 연구에서는 글자 처리 과정에 대해 인지적 지도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인간 뇌는 글자를 시각 대상으로 처리한다Hou et. al., 2017. 시각대상을 처리하려면 주변 자극도 물리적 풍경을 구성하는 구조로 동시에 처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가지 글자를 처리한다는 것은 그 주변 관련된 자극들을 모두 처리하였다는 것이고 글자 위치와 주변 자극들을 포함한 전체 페이지에 대해 일종의 인지적 지도를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세대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구체적으로 경험한 것들로 형성된 신경망을 통해 주어진 자극을 처리하는 인지적 지도를 형성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인지적 지도는 부모와 교사의 인지적 지도와는 매우 다를 것이다. 아동·청소년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종이 책을 통한 독서를 하도록 강제한다면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구세대가 처음 전자책을 접했을 때 가졌던 낯설음과 불편함에 비해 더 큰 불편감과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전자책을 포함한 매체와 무관하게 다양한 지식을 쌓는데 주안점을 둘 것인가? 일부 부모들은 현세대의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대안 교육 등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들에게 이는 쉽지 않다. 아동 인지 훈련 및 교정치료 전문가라고 하는 본인도 정답은 정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다.

또래의 문화에 맡겨두세요

다만 아동 발달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또래집단 규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동 독서 교육과 관련하여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사회 전체가 전자 매체를 통한 독서를 하고 있는데 특정 집단의 아동 청소년들은 종이 책 독서를 하도록 훈련된다면 추후 그 아동과 청소년들이 갈라파고스화 되어 대다수 사회에 적응하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사실 종이 책과 전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시작하였으나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대처는 개인적 차원 혹은 특정한 영역의 문제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전자 책을 통한 독서가 종이 책을 통한 독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들은 아직 진행중이며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또한 보수적으로 전자책을 포함한 최근 매체들이 아동 청소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각 가정이 아닌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고려한 방향성 마련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 관련된 기관을 중심으로 사회 전체에서 전자매체의 가장 큰 특성인 신속성과 개인성이라는 것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세대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로 인해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현재의 방향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매우 구체적인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mind

 

<참고문헌>

 

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학 주제중 조현병 환자의 회귀억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고 gamification을 활용한 조현병 위험집단에 대한 인지재활치료로 박사후 과정을 하였다. 현재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특수치료 전문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에 중심을 두고 신경과학을 융합하는 연구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주의력, 실행기능, 인지조절력과 정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장애의 조기진단과 치료적 책략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앱기반 아동 청소년 대상 일차 심리평가 게임 '코콘'을 개발하였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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